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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침공했다 8화 (외계공포소설)
게시물ID : panic_988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폭풍처럼쓰자
추천 : 7
조회수 : 54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7/03 22: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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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상병이 정신을 차렸을 때 옆으로 넘어진 군용트럭이 보였다. 땅이 푹 꺼지는 순간 어느새 군용트럭에서 튕겨져 나왔는지 자신은 군용트럭에서 3미터 정도 떨어져 나와 있었다. 한 상병은 무너진 도로지층의 잔해들 위에 누워있었다. 다른 병사들도 모두 여기저기 퍼져 쓰러져 있었다. 도로 옆에 있던 상가건물도 무너졌는지 지나올 때 봤던 간판이 잔해더미에 섞여 있었다.

‘뭐야 도대체...’

 

주변을 둘러보니 마치 커다란 싱크홀에 빠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4미터 정도 아래로 떨어진 것 같았다. 저 앞에 10미터 앞 쪽까지 지반 침하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 너머는 침하되지 않고 멀쩡했다. 조금만 더 빨리 달려 10미터만 더 갔어도 이렇게 추락하진 않았을 것이다.

 

침하되지 않은 땅의 수직 단면이 드러나 마치 가파른 절벽처럼 보였다. 마치 퇴적암이 뚜렷하게 층을 보여주듯이 선명하게 층을 이루고 있었는데 제일 윗면에 갈색 토양지층이 1미터 두께 밖에 안 되었고 그 밑으로는 온통 파란색 흙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 단면으로 파란색 흙속에서 외계생물들이 꿈틀대는 것이 보였다.

‘저 벌레같은 새끼들, 여기까지 퍼져 있는 거야?’

 

한 상병이 있는 지점은 작전 수행하던 파란 땅에서 500미터 정도 빠져나온 위치였다. 자신이 근무교대할 때 항상 지나던 길목이었다. 멀쩡한 땅인 줄 알았다. 그런데 군이 모르는 동안 놈들은 멀쩡한 땅 밑에서 500미터나 서식지를 확장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부서진 잔해들 틈으로 아래에 파란색 흙이 드문드문 보였다. 놈들이 이 밑까지 파란색 흙으로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지반이 약해져서 무너진 것이리라.

 

한 상병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바로 옆에 있는 병사를 일으켰다. 그런데 일으킨 병사는 이미 죽어 있었고 어깨에서부터 심장부근까지가 뜯겨져 잘려나가 있었다. 병사를 일으킨 자리에서 뱀 같은 외계생물이 병사의 신체 일부분을 먹고 있었다. 뼈를 이빨로 부수는 소리가 으드득으드득하고 들렸다.

 

순간 놈이 질린 표정을 하고 있는 한 상병에게 튀어 올랐다. 한 상병은 놀라서 뒷걸음질 치다가 넘어졌다. 한 상병이 넘어지는 바람에 놈은 목표물을 잃고 다른 곳으로 떨어졌다. 한 상병은 넘어지며 더 낮은 곳으로 미끄러져 내렸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반사적으로 손을 바닥으로 짚었는데 붕괴 잔해들 사이로 손이 쑥 빠졌다. 모래의 감촉이 느껴졌다. 한 상병이 내려다보니 파란색 흙이었다.

‘안 돼.’

하고 생각하는 순간 바로 팔목에 생전 느껴보지 못한 통증이 느껴졌다.

“으아아악!!!!”

팔을 확 파란색 흙에서 뺐는데 손목이 잘려나가 있었다.

 

한 상병이 고통스러워하는 사이 파란색 흙 속에서 다른 외계생물들이 두 세 마리 더 튀어나와 앉아 있는 한 상병의 어깨와 옆구리를 물어뜯었다. 한 상병은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그 비명은 몇 초간 지속되다가 그쳤고 대신 놈들이 뼈와 살점을 씹는 소리만 들려왔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BJ하울링입니다아아아아!!!!!!”

머리카락을 사자 갈기처럼 산발을 하고 방독면을 쓴 젊은남자가 화면 가득 나타나 소리쳤다.

그리고 그 위로 화면 가득 ‘BJ하울링의 특집방송!!!’ 이라는 타이틀이 쾅 박혔다. 타이틀 밑으로 부제 ‘초대손님 : 외계생물’이란 글씨가 떴다.

BJ하울링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어느 좁은 창고 안에서 카메라를 향해 말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 인터넷 방송을 하는 중이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방독면을 쓰고 인사드리네요. 여러분께 개쩌는 제 얼굴을 못 보여드려 미안하지만 제가 바이러스의 숙주가 될 순 없잖습니까?”

 

화면 옆에 채팅창에서 시청자들이 속속들이 하울링에게 인사를 건넸다.

- 와, 하울링님 방송한다.

- 하울링님 반가워요.

- 드디어 외계생물 볼 수 있는 건가? 두근두근...

- 얼굴 개쩔긴. 얼굴 가리니까 넘 좋음.

 

그의 옆에는 천장에서 길게 늘어뜨린 줄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외계생물이 있었다. 마치 자린고비가 굴비를 천장에 매달아 놓은 모양새였다. 외계생물의 기다란 몸체는 굵은 구리 철사가 입 쪽에서부터 꼬리까지 스프링 모양으로 감아 옥죄어 붙들고 있었다. 놈이 몸을 구부려 자신을 매단 줄을 끊을 수 없게 만든 조치였다.

 

BJ하울링은 자기 눈높이의 외계생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러분, 보이십니까? 이겁니다. 이거~~~~ 요즘 핫한!!! 여러분이 진짜 궁금해 하시는 외계생물!!!!! 제가 잡아왔습니다. 캬아~ 저 아니면 누가 잡아오겠습니까? 이거 진짜 제가 졸라 개고생해서 생포한 놈입니다. 통제구역 안에 들어가서 개어렵게 잡았어요.”

BJ 하울링은 자신이 생포한 외계생물을 처음 방송으로 공개하는 사람이라고 자부심 가득한 말투로 덧붙였다.

 

실제로 인터넷 방송을 하는 BJ들이 외계생명체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찍으려고 방독면 달랑 하나 쓰고 통제구역 안을 기어들어오는 무모함을 보였으나 전부 실패했다. 인터넷에는 외계생물을 생포하려다가 오히려 놈들에게 뜯어 먹혀서 죽는 BJ의 영상들이 몇 개 올라왔을 뿐이다. 영상은 즉시 내려갔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도 조회수는 폭발했다.

 

BJ 하울링은 손가락을 내밀어 외계생명체의 입가에 갔다 댔다. 놈이 입을 쩍 벌리며 그 징그런 이빨을 드러냈다. 쌀보리 게임을 하듯 하울링은 놈의 입가에 손을 갖다 댔다가 떼었다 하며 놈을 약올렸다.

하울링은 펄쩍 뛰며 이빨을 가리키고 말했다.

“여러분, 이 이빨 보이십니까? 이게 진짜 턱힘이 장난 아니게 세요. 손가락 잘리는 건 다반사고요. 사람 머리뼈도 그냥 씹어버립니다. 저도 이놈 때문에 손모가지 잘릴 뻔했습니다.”

 

하울링은 카메라를 가까이 대어 놈을 클로즈업을 시켰다. 놈의 파충류 같은 피부표면이 선명하게 화면에 담겼고 사람의 이빨을 닮았지만 좀 더 작고 날카롭게 촘촘히 입안에 박혀 있는 이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거 보세요. 진짜 개징그럽습니다아~”

하울링은 카메라로 외계생물의 겉모습을 가까이 한번 훑고는 다시 삼각대에 고정시켰다. 그러고나서 한쪽 테이블에 놓여있는 돌멩이를 고기 집는 쇠집게로 집었다.

“자. 이제 제가 파란색 땅의 비밀을 풀어드릴게요.”

 

하울링은 쇠집게로 집은 돌멩이를 외계생물의 입가에 갖다 댔다. 놈이 입을 쩍 벌려 집게 끝부분과 함께 돌멩이를 콱 하고 물었다. 그리고 우적우적 씹기 시작했다. 쇠집게 끝부분은 놈의 이빨에 잘려나갔다.

“보세요, 집게 잘려나간 거 보이십니까? 이 자식 돌멩이도 그냥 마구 씹어먹습니다. 그냥 우리가 쌀밥 먹듯이. 진짜 엄청난 턱힘과 이빨아닙니까, 여러분? 이 자식을 보면 무조건 도망가세요. 발목 날아갑니다.”

 

외계생물이 돌멩이를 몇 분간 막 씹어 먹더니 꼬리 끝으로 똥을 싸기 시작했다. 똥은 파란색 흙이었다. 하울링이 양동이에 파란색 흙을 받은 다음 카메라에 가까이 대고 말했다.

“이거 보세요. 파란색 흙의 정체, 바로 이놈들 똥입니다. 똥. 이 자식들 지하에서 흙이랑 바위를 이런 식으로 갉아먹고 이렇게 파란색 흙으로 바꿔나가고 있는 거예요. 이것들이 그 검은 구에서 몇 십만 마리가 기어나와서 땅을 이렇게 만들고 있어요. 지구 흙을 다 처먹고 지들 환경에 맞게 파란색 똥을 찍찍 갈겨대고 있는 겁니다. 즉 테라포밍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나 참, SF영화에서나 나오는 용어를 이렇게 현실에서 쓸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울링은 마치 거대한 비밀을 밝혀냈다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신의 위대한 발견에 사람들이 어떤 채팅글을 달까 하울링은 채팅창을 살폈다. 그러나 처음 발견한 채팅글은 이거였다.

- 와 근데 똥색 예쁘다. 컬러똥이네.

맥빠진 하울링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색이 예뻐요? 니 방바닥에 이 파란색 모래 깔아줄게요. 뭐라는 거야. 지금 이 망할 외계생물 새끼가 우리 아름다운 삶의 터전에 파란색 똥을 찍찍 갈겨대고 있는데.”

그러자 똥색 예쁘다고 쓴 유저가 짜증이 난 듯 이렇게 썼다.

- 아, 졸라 예민 떠네. 그냥 예쁘다고 한 거 뿐인데. 어디서 지적질이야.

그 밑으로 하울링을 비난하는 채팅글이 연달아 달렸다.

- 하울링 원래 과대망상있음. 하는 짓은 다 또라이짓이면서 지가 졸라 정의로운 줄 앎.

- 맞아, 원래 저것도 막 잡아오면 안 되는 건데. 바이러스 덩어리라.

그러자 하울링 비난의 흐름을 타며 동조하는 채팅글들이 마구 더 달렸다.

- 그러네 존나 생각없네, 하울링.

- ㅋㅋㅋ 하울링 곧 질병관리본부에서 잡아갈 듯.

- 저새끼 곧 병에 감염되어서 죽는다에 내 불알 한쪽 건다.

 

채팅창을 유심히 쳐다보던 하울링의 얼굴이 욹으락붉으락 변하더니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아니, 이 자식들이 진실을 알려줘도 지랄들이야? 여러분, 내가 이 외계생물 잡으려고 얼마나 개고생했는지 알아요? 저는 정부와 군에서 감추는 진실을 알리려고 십자가를 진 겁니다.”

- 십자가는 무슨... 관종 새끼야. 그냥 졸라 관심 받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냐 ㅋㅋㅋ...

-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관종

- 희대의 관종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 데헷, 저는 관종입니닷

- 역시 하울링은 건들면 바로 부르르 한다니까, 평정심이 없어. 저래서 저 클래스 못 벗어남.

 

하울링은 폭주하는 채팅창을 가만히 보다가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말했다.

“여러분 같은 찐따새끼들이 후원은 못할망정 방구석에 처박혀 아무것도 안 하면서 이런 식으로 저를 매도하면 안돼요. 이 씨발롬들아.”

하울링은 카메라 가까이 양손으로 뻐큐를 만들어보였다.

 

그러다가 하울링의 팔뚝이 외계생명체의 입가에 가까이 위치했다. 외계생명체가 입을 확 벌려 하울링의 팔뚝을 물었다.

“아!! 아!!!

하울링은 순간 기겁을 하며 얼른 팔을 뗐다. 하울링의 왼쪽 팔뚝살이 소매와 함께 뭉텅 잘려나갔다. 하울링이 고통에 팔을 부여잡고 펄쩍펄쩍 뛰었다.

잔인한 채팅글들이 이어졌다.

 

- 오!!! 하울링 살점 떨어져 나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졸라 웃겨 씨발.

- 씨바 애완동물 먹이주냐! ㅋㅋㅋㅋㅋㅋ

- 아, 좀만 더 가까이 가지. 팔 절단각인데.

- 하울링 팔 바사삭.

- 하울링 이제 바이러스 감염인가....?

- 경 (하울링 바이러스 감염) 축

- 외계생물 하울링 팔로 먹방하네.

 

하울링의 방송은 논란 속에서 엄청난 이슈를 일으켰다. ‘하울링 방송’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루 종일 차지했다. 실시간 검색어 2위는 ‘외계벌레’였다. 하울링의 방송으로 외계생명체가 얻은 이름이었다.

그러나 다음날은 ‘하울링 체포’ 라는 검색어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루 종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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