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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6월10일> 코카콜라 이글 작전
게시물ID : panic_988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빛나는길
추천 : 2
조회수 : 67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7/05 10: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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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36. 코카콜라 이글 작전
 

가리봉 오거리에서 대규모 가두시위가 벌어진 저녁, 최지혜는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한다. 집 거실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TV를 보고 있다가 최지혜를 반갑게 맞이한다.
지혜야, 미국대사관 입사 축하한다.”
아빠, 도움이 컸어요.”
우리 지혜가 워낙 똑똑해서 된거지. 출근은 언제 부터야?
다음 주 월요일이요.
켜놓은 TV에서 뉴스 앵커가 오늘 벌어진 가리봉 오거리 시위를 보도하고 있다. 최지혜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멈춰선다.
- 오늘 저녁 6시 가리봉 오거리에서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폭력시위가 발생했습니다.
TV 뉴스화면에는 전투 경찰차가 불에 타고 학생들이 던진 돌멩이에 맞아 쓰러진 사복 체포조들의 모습이 보인다. 뉴스 앵커의 보도가 이어진다.
- 이번 시위는 과거 시위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한미 전자 파업에 동조하는 다른 공장에서도 동맹파업을 한 것입니다. 이 시간까지 가리봉 오거리 일대를 점거한 근로자와 학생들이 폭력 시위를 계속 벌이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고 있던 최지혜 아버지는 소파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다.
이 빨갱이 대학생 놈의 새끼들, 세상 천지도 모르고 날뛰는 거 봐라. 이거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저런 새끼들 제대로 막지도 못하고 에이, 큰일이야……. 미국으로 이민을 가던가 해야지.”
최지혜는 묵묵히 TV를 보다가 자기 방으로 올라간다.
 

- *** -
 

가리봉 오거리 가두시위가 성공리에 끝난 다음 날, 서울대학교 관악산 쪽으로 헬기 한 대가 떠 있다. 학생회관을 나오는 김영철과 후배들이 점심때부터 계속 서울대 교정을 맴도는 것 같은 헬기를 수상하게 쳐다본다.
영철이 형, 혹시 경찰이 헬기로 우리 동선을 파악하려는 건 아니겠죠?”
후배 물음에 김영철이 양손을 망원경처럼 해서 하늘을 쳐다본다.
소방 헬기 같은데. 이럴 때일수록 다들 보안에 신경쓰자고.”
김영철과 후배들이 교문을 나선다. 김영철은 이정훈과 만나기로 한 장소인 광화문 세종 문화회관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탄다. 관악산 쪽에 떠 있는 헬기가 좀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입구 계단에 이정훈과 김영철이 아이스크림까지 먹으며 여유롭게 앉아있다. 세종문화회관 길 건너편에는 미국 대사관 건물이 있다. 미국의 성조기가 옥상에서 휘날리고 있다. 그 건물을 바라보며 이정훈이 조용히 말을 한다.
코카콜라 공장 정문은 이중 철문으로 되어 있어서 거기로 직접 들어가는 건 불가능이야.”
이정훈이 말하는 코카콜라 공장은 미국 대사관이다. 김영철도 앞만 바라보고 듣고 있다.
“1979년 이란의 미국 대사관 점거 때는 이란 대학생들이 담을 넘어갔는데 저기 코카콜라 공장 담벼락은 철조망을 한 번 더 올려쳐서 그냥은 넘어가지 못해
, 그렇다면?”
영철아, 일어나라
이정훈이 답변대신 자리에서 일어선다. 김영철이 이정훈을 따라간다. 길 건너편 미국 대사관 뒤 쪽에는 종로 소방서가 있다. 둘이 걸어가며 이정훈이 턱으로 종로 소방서를 가리킨다.
저기 종로 소방서에 코카콜라 공장 문을 따고 들어갈 열쇠가 있어.”
미국 대사관 근처를 삼엄하게 경비하며 돌아다니는 사복 체포조들로부터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이정훈과 김영철이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척한다.
종로 소방서에 있는 사다리차가 문제를 풀어낼 열쇠야.”
이정훈의 사다리 차단어를 들으며 김영철이 그의 말뜻을 이해했다.
그래서 형이 나한테 1종 대형 면허 운전 연습을 시켰군요?”
영철아, 이제 무사고 운전을 할 때가 온 거 같다.”
이정훈과 김영철이 종로 소방서 근처 지형 탐색을 끝낸 후 잠실 비밀 아지트로 이동한다. 거기서 이정훈이 그려놓은 미국 대사관 부근 약도를 둘이 보고 있다.
종로 소방서, 고가 사다리차는 최대 20m 높이까지 펼 수 있어. 탑승은 3명 정도 가능하고 최대 기립 각도는 55도야. 소방차를 우리가 탈취해서 영철이, 니가 대사관 2층 베란다 쪽으로 사다리를 펼치면 탑승구에 타고 있는 나랑 오훈이, 호진이가 대사관으로 들어갈 거야.”
제가 사다리차 운전을 해보니까 소방차에서 최대 각도로 사다리가 올라가려면 뒤쪽 무게 중심이 장난이 아니에요. 그걸 버텨줄 사다리차 양쪽 바퀴에 있는 지지대를 펼치려면 10분은 걸려요. 그걸 어떻게 해결하죠?”
그게 고민 중이야. 5분이면 경찰 특공대가 날아올 판인데 10분이면 우린 다 *달린다고 봐야지.”
 

*달린다 : 경찰에 연행되다
 

정훈이 형, 대사관 건물 유리창은 방탄 유리라고 하던데요? 누군가 안에서 창문을 열어줘야 들어갈 수 있고요.”
그래서 우리를 맞이할 사람이 있지. 최지혜.”
이정훈의 입에서 한 사람의 이름이 나왔다. 김영철은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 최지혜다.
지혜 누나요?
그동안 지혜가 미국 대사관 점거 택을 위해 운동도 포기한 척 한 거야.
, 그것도 모르고 저는 잠시나마 지혜 누나를 미워했어요.
나도 너를 원망한 적이 있었잖아.”
그러면 쌤쌤인가요?”
김영철이 심각한 대화를 하면서 즐거워한다.
영철아, 코카콜라 이글 작전에 동원 가능한 보안 철저한 애들 모아봐! 덩치 크고 운동신경 좋은 애들로, 그리고 이번 건은 당연히 전원구속이다
, 알겠습니다.”
이때, 비밀 아지트 현관문 벨이 울린다. 문밖에서 여기 연립주택 소유주인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미스터 킴! 반상 회비 걷으러 왔어.”
집주인이 이정훈을 미스터 킴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정훈이 본명 대신 가명을 썼기 때문이다. 반상회는 동네 주민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회의를 하는 건데, 전둥환 정권의 일종의 주민 통제 방식이다.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신분을 다 파악하려는 수법이다. 이정훈이 현관문에 부착되어있는 보안 렌즈를 통해 집 주인인 걸 확인하고 문을 열어준다. 김영철은 방안 으로 들어가 숨는다.
미스터 킴, 집에 있었네, 이번 달 반상회 회비 3천 원 내!”
이정훈이 천 원짜리 석 장을 꺼내 준다.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회비만 내지 말고 반상회에도 참석해.”
, 이번 달에 꼭 참석하겠습니다.”
집주인이 반상 회비를 받아서 간다. 이정훈이 외출하려고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매며 김영철에게 말한다.
지혜 좀 만나고 올게. 2시간 정도 걸릴 거야.”
, 갔다 오세요.”
이정훈이 떠나고 혼자 집에 남은 김영철이 사다리차 운전 교범을 꺼내 공부를 하고 있다. 대입시험을 앞둔 수험생이 최종점검을 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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