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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침공했다 11화 (외계공포소설)
게시물ID : panic_988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폭풍처럼쓰자
추천 : 6
조회수 : 64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7/06 23: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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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차주인의 집은 현민의 바로 아래층이었다. 현민은 아래층에서 문을 부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정말로 그 양아치들이 남자의 집을 찾아와 문을 부숴대는 것이었다. 차주인만 터는 거에서 끝나면 상관없지만 놈들이 작정하고 이집 저집을 털려고 한다면 현민의 현관도 우습게 열수도 있었다.

 

현민은 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부엌에서 제일 큰 식칼을 꺼냈다. 오래된 칼이었다. 현민은 꼬맹이 때 어머니가 그 칼로 생선대가리를 능숙하게 자르는 걸 옆에서 신기하게 빤히 보던 기억이 났다.

베란다 창고에서 남는 쇠파이프를 꺼냈다. 쇠파이프 끝에 식칼 손잡이를 박아 넣은 다음 못을 박아 빠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식칼을 고정시켰다. 그러고 나서 테이프로 칭칭 감아서 튼튼하게 마감을 했다. 어느새 현민의 키만 한 창이 완성되었다. 방패로 써먹을 것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침입자를 일격에 찔러 죽이려면 두 팔로 힘을 줘야 할 것 같았다.

 

현민은 현관에 서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했다. 예를 들어 아까 같은 놈들이 쳐들어온다면?

제일 먼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놈의 배를 노려야 한다. 얼굴은 실패할 확률이 많다. 오토바이 헬멧 같은 걸 써서 보호하고 있을 수도 있고 상체보다 면적이 작고 움직임이 많아 빗나갈 가능성이 많다.

한명을 찔러 치명상을 입히고 칼을 얼른 빼야한다. 그 다음에 달려드는 놈을 바로 찔러야 하니까. 어쩌면 제일 선두에 있던 놈이 죽으면 나머지는 겁을 집어먹고 뒤로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아주 운이 좋은 경우다. 그러나 운이 좋은 경우는 상정하지 않는 게 좋다.

 

현민은 두 명까진 이런 방법으로 처리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세 명 이상이 쳐들어오면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놈들이 상체를 방어하는 조치를 취했을 수도 있다. 그때는 허벅지를 찌르거나 그 순간의 상황판단이나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단지 현민은 지금 상태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을 뿐이었다.

 

현관에 서서 침입자들을 일격에 찌르는 시늉을 하는 아들을 어머니는 걱정스레 쳐다봤다. 어머니는 군복무 때도 아들 손에 살상무기가 들리는 거 자체가 싫었다. 냉철하고 강한 척 하지만 여린 구석이 많은 아들의 손에 그런 무기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어머니는 생각했다. 어머니는 현민이 창을 쓸 상황이 닥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현민은 아래층 놈들이 혹시라도 자신의 집에 침입할까봐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고 현관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현민의 집에 찾아오지 않았다. 현민은 오늘은 지나갔지만 언제라도 놈들이 문고리를 부수고 침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민은 그 이후로 항상 창을 자신의 옆 가까이 두었다. 수 년 전 군대에서의 5분 대기조가 된 것 같았다. 현관문 밖에서 어떤 수상한 소리가 들리면 현민은 바로 창을 들고 현관 앞에 서서 대기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가 깜짝깜짝 놀라서 현민 뒤에 서서 눈을 크게 뜨고 가슴을 졸였다.

 

현민은 약탈자들의 침입에 대비해 간간이 근력운동을 했다. 식량도 부족한데 굳이 몸을 움직여 칼로리를 소비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치안이 엉망이 된 지금 상황에서는 그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고등학교부터 체력관리를 위해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해온 현민이었다. 체력엔 자신 있었고 힘도 또래의 평균보다 센 편이었다. 적어도 학교 다닐 때 맞고 다니지는 않았다. 그러나 회사 다닐 땐 주말밖에 시간이 안 나서 운동을 몰아서 하는 형편이었다. 그것도 중요한 프로젝트나 업무가 있을 때는 주말까지 시간을 할애해 일하다 보니 빼먹는 경우도 많았다. 현민은 최근 들어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느껴왔다. 언제 시간 내서 운동을 해야지, 해야지, 생각했지만 이런 식으로 시간이 날 줄이야. 망할.

 

 

그로부터 4일이 지난 어느 날, 현관문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운동을 하고 있던 현민은 깜짝 놀라 창을 들고 방에서 달려 나와 창을 찌를 자세를 갖췄다. 역시 놀라서 안방에서 뛰어나온 어머니에게 현민은 조용히 하란 의미로 검지를 자기 입에 댔다. 곧 현관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계세요? 옆집 사람인데요!”

현민은 렌즈를 통해 현관문 밖을 내다봤다. 옆집남자가 맞았다. 수척해진 얼굴을 보니 식량이 바닥나 오래 굶은 모양이었다.

“계세요?”

현민은 무시하기로 했다. 식량을 나눠달라고 할 가능성이 컸다. 대답이 없는데도 옆집남자는 계속 문을 두드렸다.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 현민의 신경이 곤두섰다. 그 사이 어머니도 불안한 눈으로 현관문만 바라보았다. 옆집남자는 10분 간 문을 두드리다가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한 시간 있다가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렷다. 아니, 이번엔 노크가 아니라 문에 주먹질을 하는 수준이었다.

- 쾅쾅쾅!

“계세요!?”

- 쾅쾅쾅!

이번에도 현민은 무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끈질겼다. 옆집남자의 노크는 10분이 넘어도 계속 되었다.

- 쾅쾅쾅!!

“계세요? 안에 계시잖아요! 모른 척 마시고 잠시만요!”

- 쾅쾅쾅!!

“계세요?”

집에 현민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칠 기미가 안 보였다.

“안에 계신 거 알아요. 부탁 좀 드릴게요. 제가 지금 너무 굶어서요... 죽을 거 같거든요... 식량 좀 나눠주세요.”

현민은 당장 문을 열고 나가 옆집남자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아랫집을 침입했던 양아치 같은 놈들이 듣고 식량이 있는 집이라고 인지하게 될까봐 신경이 쓰였다.

“그때 식량 많이 샀잖아요! 아직 많이 남았죠? 제발 식량 좀!”

계속 식량. 식량. 식량 얘기만 하지 않아도 현민은 계속 모른 척 하려고 했다. 현민은 현관문 가까이 다가가 소리쳤다.

“이봐요! 시끄러우니까 그만 해요!”

그러자 주먹질이 멈추고 반가워하는 옆집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안녕하세요. 역시 계셨구나. 아니, 계시면서 없는 척을 하신 거예요?”

오히려 현민이 잘못했다고 따지는 듯한 말투였다. 현민은 말려들고 싶지 않았다.

“식량은 저도 부족합니다. 드릴 수가 없어요.”

“저 잠깐 문 좀 열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문은 열 수 없습니다. 그냥 가세요.”

잠깐 정적이 일었다. 옆집남자가 다시 말했다.

“그러지 마시고 먹을 것 조금만 주시면 안 되요? 제가 식량이 다 떨어져서.”

“저도 식량이 없습니다.”

20일은 더 버틸 수 있는 여유분이 있었지만 타인에게 줄 여유는 없었다.

“그때 저보다 더 많이 있었잖아요. 훨씬. 그때 다 봤는데, 쌀 20kg이랑 국수 다발 여러 개랑...... 그걸 벌써 다 먹었다고요?”

“다 먹었습니다. 저 혼자가 아니라서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거짓말 아닙니다. 저도 굶고 있어요.”

“그러지 말고 조금만 주세요. 이웃이잖아요.”

“정말 없으니까 문 두드리지 말고 가세요. 시끄럽게 무슨 민폐입니까?”

“제발요. 저 배고파서 정말 죽을 거 같습니다. 밥 한 끼 먹을 쌀만이라도 좋습니다. 제발 조금만요.”

“안돼요. 가세요.”

“저 6일 동안 진짜 계속 굶었어요. 제발 먹던 거라도 좋으니까 아무거나 좀 주세요.”

대답을 해봤자 소용이 없겠다 싶었다. 현민은 신경이 쓰여도 계속 무시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안해요. 식량은 없습니다. 더 이상 대답 안 합니다.”

“제가 진짜 이렇게 구걸하다시피 하는데도 안 되겠습니까?”

현민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저기요? 왜 대답이 없어요?”

계속 답이 없자 잠깐 정적이 일었다. 그러다 쾅쾅쾅 소리가 들렸다.

“저기요! 저기요!”

- 쾅쾅쾅! 쾅쾅쾅! 쾅쾅쾅!

이제는 발로 현관문을 차는 소리가 들렸다. 현민은 계속 무시했다. 계속된 무시에 현관문 너머에서 어이없다는 듯 힘없이 웃는 소리가 들리더니 현관문 아래 신문투입구 쪽을 만지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옆집남자가 신문투입구를 열려고 하고 있었다. 현민은 신문투입구를 미리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투입구가 안 열리자 더욱 신경질이 났는지 다시 발로 현관문을 퍽퍽 차는 소리가 들렸다.

“야이, 진짜!! 식량 여유 있는 거 다 알거든! 진짜 이웃이 굶어죽고 있는데 쌀 한 톨 안 나눠주겠다는 거야?” 씨발! 존나 이웃 소중한 줄 모르고! 이 씨발!”

 

옆집남자의 악다구니와 발차기는 10분간이나 계속 되었고 남자가 지쳤을 때야 멈췄다. 소리를 크게 지르고 문을 발로 차는 것도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일이다. 배고픈 와중이니 옆집남자가 제 풀에 지쳐 그만 둘 거라는 걸 진작 알아차렸어야 한다고 현민은 생각했다. 괜히 대답을 해줘가지고 정신적으로 지칠 일만 만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날 저녁, 또다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방에 있던 현민이 다시 창을 들고 현관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이번엔 쾅쾅 대는 소리가 아니었다. 손가락으로 똑똑 조심스레 두드리는 느낌이었다. 놈이 다시 예의를 차리는 전략으로 태도를 바꾼 것인가 하고 현민이 생각하는 와중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계세요?”

여자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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