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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스압] Rewinder 7~8
게시물ID : panic_990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홍염의포르테
추천 : 6
조회수 : 60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8/12 18:31:52

 기승전결의 기 부분이 끝나가는.. 7~8화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추천과 관심 댓글은 언제나 힘이 됩니다!)



7.


나는 평소와 같이 행동하는 것을 의식하면서 시야를 넓혔다. 이미 학원 숙제나 이런 것은 밤잠을 줄여가며 이미 끝냈다. 그 때문인지 약간은 피곤한 감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지만 내 바람일 뿐이다. 바람은 바람에 불과할 뿐 분명 무슨 일이 생길 것이다. 시간은 아직 점심시간이기에 아직은 괜찮았다. 하지만 걱정이 뇌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점심을 먹고나서 평소처럼 자리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하연이에게 가고싶었다. 뭔 일은 없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평소처럼 행동해야한다는 강박이 나를 자리에 붙들어매었다.


눈에 들어오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머리를 벅벅 긁어보지만 그런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전남석? 뭐 해?”


“누구?”


머리를 싸매고 있는 도중, 뒤에서 여자애 목소리가 들렸다. 하연이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하연이 말고 나를 찾을 여자애가 없을텐데라고 생각을 하며, 뒤를 보니 하연이네 반 반장이 서 있었다. 이름이 지혜였나? 명찰을 보니 이지혜라고 써 있었다.


“아. 안녕.”


“역시 너랑 하연이랑 뭔 일 있었지?”


“아니... 아무것도.”


어제? 어제라니, 어제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메세지를 보내고, 읽고 무시당한 걸 제외하면 다른 일은 없었... 다.


“역시 어제 뭔 일 있었나보네.”


“아냐. 진짜 어제는 아무 일도 없었다니까.”


이지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뭉스런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찡그리며 물었다.


“그럼 그저께만? 맞네. 그저께는 너고, 그럼 어제는 뭔 일이지?”


나는 이지혜의 말에 괜히 찔려서 입을 다물었다. 이런 상황에 침묵은 긍정이었기에 이지혜도 더이상 묻지 않았다. 나는 침묵을 고수할까 생각했지만 뒷말이 걸려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


“어제는 왜? 하연이한테 무슨 일 있어?”


“너도 몰라? 그럼 왜 그러지?”


“뭐가 어떻길래?”


무슨 일이 있다는 거지?


“어제는 하루종일 니 욕만 했는데, 오늘은 아예 아무 말도 안해. 반응도 없고. 그래서 난 또 니가 어제 뭔 짓 했나 그랬지.”


“...”


그러고보니 오늘 아침 지나쳤을 때도 무언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은 느꼈지만 그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어쩌면 메세지를 읽기만 하고 답장을 하지 않은 이유도 그것 때문일 수도 있었다.


“아무튼 나도 모르겠는데. 어젠 서로 말 한마디 안 했으니까.”


“헤에? 웬 일이래? 맨날 져주는 거 아니었어? 너 하연이 좋아하잖아?”


나는 이지혜의 말에 당황해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한지석도 그렇고 이지혜도 알고 있었나? 딱히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말했다.


“여긴 왜 왔는데?”


여자가 남자반에 오는 건 드문 일인데. 물론 반대도 같았다. 아예 불러서 이야기하지.


“그냥 지나가다가 보여서. 괜히 나만 피곤하니까 한탄 좀 할 겸해서 왔지. 못 올데 온 건 아니잖아?”


이지혜가 그렇게 말하며 눈을 한쪽으로 살짝 흘겼다. 한순간이었지만 아까부터 주변을 계속 주의깊게 살피던 나에게는 그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방금 한지석의 자리 쪽을 본 것 같았는데, 착각인가? 왜 그 쪽을 본 거지?


어차피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었다. 잠깐의 의문은 있었지만 거기까지 신경을 쏟기에는 너무나 머리가 아팠다.


“그래. 그래. 그래서 할 말은 끝이지?”


“둘이 싸우지 좀 말라고. 나만 사이에 껴서 피곤하니까. 사귈거면 사귀고 말야. 확실히 좀 해.”


이지혜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발 신경을 꺼줬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말한다고 들어먹을 것 같지도 않았다.


이지혜가 교실에서 나가며, 한지석이 들어온다. 길을 막지 않기위에 뒤로 물러서고 한지석이 들어오고 이지혜가 나가고. 그 뒷모습을 보고있었는데, 그 모습이 약간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느낌이었기에 뭐라 말할 것은 없었다. 한지석이랑 보고는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건의 시간까지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수업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수업을 하지 않기에 수업시간이라고 정의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부터가 중요했다. 언제나와 똑같이 행동하며 시야만을 넓혔다. 시간도 어림짐작으로 계산하며 가방을 챙겨 걸음도 부자연스럽지만 시간을 맞춰가며 하교했다. 주변에 하연이가 보이지 않는지 확인한다. 자전거를 가지고 교문으로 향하고 있으니 20미터 쯤 앞에 이어폰을 낀 채로 걷고 있는 하연이가 보였다.


 억지로 다가가지는 않았다. 하연이도 자전거를 가져오는 내 모습을 봤을테니 일부러 나를 지나친 것일 터였다. 이 거리감을 줄일 필요성은 느끼지 않았다. 어차피 뛴다면 금방 줄어드는 거리였고 억지로 다가가면 오히려 불편해하며 거리를 더 벌릴지도 몰랐다. 그리고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편이 하연이의 주변이 더 잘 보였다. 앞 쪽에서 걷고있는 하연이가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교문 밖을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차로의 횡단보도에 가까워지자 앞에 있던 하연이가 횡단보도에 먼저 도착해 멈춰섰다. 그에 따라 나도 일단 걸음을 멈췄다.


탁.


“아. 씨. 뭐야.”


뒤에서 오던 근처 학교의 여자애가 어깨에 부딪히고는 짜증을 내며 지나쳤다. 이어폰까지 끼고 시선은 스마트폰에 고정한 채로 앞을 안 본 자기가 잘못이지 왜 나한테 뭐라하는 건지. 나도 짜증이 치밀어올랐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 내가 갑자기 멈춰선 게 문제지. 길 한가운데에서. 나는 횡단보도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른쪽 끝에 있는 하연이와 반대인 횡단보도의 왼쪽 뒤로 가서 섰다. 어쩌다보니 아까 부딪힌 여자의 5미터 정도 뒤로 서있게 되었다. 뒤에 서있어야 주변이 보이니까.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내 앞에 있는, 방금 전에 부딪혔던 여자애의 얼굴이 익숙했다.


다른 학교의 그리고 심지어 여자애였다. 이전에 같은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나온 동창도 아니고, 심지어 명찰의 색을 보면 나보다 한 살 어렸다. 내가 알고 있을리 없었다. 스쳐지나간 명찰의 이름도 전혀 모르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누군지 모르는 여자애의 얼굴이 눈에 익었다. 인상이 남아있었다. 순간적으로 무언가 찌릿하고 떠올랐다. 얼마 전, 차의 경적소리에 놀라 하연이를 잡아당겼던 기억이 남아있었다. 거기까지 떠올리니 학생이 차에치이는 듯한 장면이 시야에 겹쳐진다. 그리고 그 학생이 입고 있던 교복이 앞의 사람과 같다는 것을 깨닫는다.


본능적으로 리와인더에 의한 데쟈뷰라는 것을 눈치챘다. 스마트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사건시간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간, 그리고 교차로이기 때문에 신호를 예측해서 건너는 경우가 허다했다. 아마 그로 인한 사고가 아닐까 예상됐다.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여자애가 다른 쪽 신호를 보고는 이쪽의 보행신호는 아직 바뀌지 않았지만 건너려는 듯 움찔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횡단보도의 옆에 정류장에 서있는 버스 뒤에 멀리서 차가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주황불로 바뀌었지만 한번 걸리면 5분은 기다려야되는 교차로의 신호를 지나치려는 것인지 엔진소리가 커지며 오히려 속력을 올리는 것이 보였다.


이어폰을 끼고 있는 여자애는 모르는 듯 앞으로 발을 내딛는다. 나는 빠르게 앞으로 걸어가 여자애의 어깨를 잡았다.


“뭐야?”



 8.



여자애가 짜증스러운 말과 함께 뒤돌더니, 내 얼굴을 보고는 한 쪽 이어폰을 빼고 썩은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아. 씨. 뭔데?”


여자애의 불만스러운 표정과 쏘아붙이는 말에 뭐라 말해야할지 고민하며 눈알을 굴렸다. 그냥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할까? 아니, 참견말라고 욕하겠지.


그 때 먼저 걸어나간 하연이가 내 쪽을 노려보는 것이 보였다. 내가 여자애한테 작업이라도 거는 걸 본 것처럼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인지 걸음도 보폭이 짧고 빠르게 걸어서 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에, 나는 얼른 손을 떼고 뭐라 변명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버스 뒤로 오는 차는 뒤에 서 있던 나만 보았지 하연이도 못 보았을 것이다. 이어폰을 끼고있기에 점점 커져오는 차소리도 못들었을 것이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끌고가던 자전거는 이미 내버린 채 횡단보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있던 자동차는 어느새 근처까지 달려왔는지, 커다란 경적소리가 귓속을 터트릴 듯이 진동시켰다. 나를 째려보던 하연이의 표정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나를 보고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변하더니 옆에서 달려오는 차의 경적소리에 고개를 돌려 차를 보았다. 그리고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하연이는 뒤늦게 피하려하지만 이미 늦어있었다. 나와 하연이의 거리는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나는 재빠르게 팔을 뻗었다.


살린다. 살린다. 살린다!


나 때문에 하연이가 죽게 해서는 안 됐다. 원래 차에 치이는 것은 하연이가 아니라 그 여자애였다. 누군지도 모르는 여자애를 살리려고 하다가 하연이를 죽게 할 수는 없었다. 손을 뻗는다. 다가오는 차는 너무 빠른데 내 손은 너무나도 느리게 느껴졌다. 하연이의 손목을 낚아채 단단히 잡았다. 밀어내기엔 늦었다. 며칠 전에 경적소리에 놀라 하연이를 끌어당겼던 것처럼, 내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달리던 중 잡아당긴 탓에 반동으로 내 몸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으며 비명을 질렀다. 달려오던 차의 옆면에 1차적으로 충돌하고 튀어나와 있는 사이드미러가 내 왼쪽 팔과 옆구리를 강타했다. 부딪힌 충격으로 내 몸은 반바퀴를 돌아서 바닥으로 돌진했다.


어깨와 등이 아스팔트 바닥과 부딪히며 숨이 입밖으로 튀어올랐다.


“컥.”


저절로 비명을 지를만큼 아팠지만, 아무런 소리도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고통 때문인지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넘어질 때 머리를 부딪혔는지 현기증이 일었다.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고개를 돌려 하연이가 무사한지 확인했다.


바닥에 쓰러졌던 하연이가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별달리 상처는 없어보였다. 그것을 확인하고 나자, 희미했던 정신의 끈이 끊어졌다.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뜨니 낯선 흰색 천장이 눈에 띄었다.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아서 차분히 주변을 둘러보니 응급실의 풍경이 들어왔다. 헛웃음을 뱉었다. 병원의 천장이니 익숙할 리가 없었다.


짝!


“아이고. 화상아! 웃음이 나와!”


옆에서 엄마가 내 어깨를 때리며 소리쳤다.  


“아윽!”


엄마도 때려놓고는 내가 신음을 뱉자, 살짝 놀라면서 괜찮냐고 묻는다. 나는 이리저리 몸을 살폈다. 차랑 부딪힌 옆구리랑 왼쪽 팔뚝에는 피멍이 들어있었고 그 탓인지 왼손을 움직일 때는 새끼손가락이 저릿한 감각이 남아있었다. 뒤통수에는 혹이라도 난 듯 부어올랐다. 그리고 팔과 손에는 긁힌 상처가 있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니 뼈가 부러지거나 하는 중상은 없다고 한다. 피멍이 든 것도 얼마 지나면 나을 것이라고 해서 일어나기만 하면 퇴원하려고 했단다.


구급차를 타고 같이 온 것은 차를 탄 하연이였고 엄마가 되돌려 보낸 것 같았다. 하연이나 다른 사람들은 괜찮은지 물어보았으나 다행히 다친 것은 나뿐인 듯했다. 별일없이 이번 사건이 지나가서 다행이었다.


리와인더로 인해 떠오른 강렬했던 이미지가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 그 이름 모를 여자애가 차에 치일 뻔한 것을 막아냈다. 큰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던 리와인더가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다.


비록 내가 이렇게 다치기는 했지만 교통사고를 막아내고 하연이도 구했다. 요 며칠 동안 리와인더 때문에 불평 불만만을 했지만, 덕분에 사건은 큰 문제 없이 잘 해결 되었다.


사람을 구해냈다는 성취감과 희열감이 머릿속을 마비시키는 기분이었다. 리와인더 덕분이었다. 하지만 하연이가 치일 뻔한 것은 조금씩 바뀐 과거로 인한 결과였다.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그것도까지도 포함하여 문제없이 잘 해결했다. 이렇게 단번에 해결되는 걸 너무 고민했던 것 같았다. 이렇게 쉬운 것을 말이다. 그 고민 때문에 오히려 꼬였던 것 아닌가?


습관적으로 리와인더를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내려는데, 주머니는 비어있었다.


“엄마. 내 폰 어딨어?”


“자. 여기. 엄마가 가지고 있었지.”


“응.”


엄마가 건낸 스마트폰을 받아들었다. 외관상으로는 멀쩡했고, 화면도 잘들어왔다. 액정이라도 깨졌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었다. 사람몸도 멀쩡하니 멀쩡한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화면의 메세지 알림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연이로부터 온 것이었다.


‘일어나면 톡해.’


뭐라고 답장을 할까 고민하다가 간단하게 일단 ‘일어났어’라고 보냈다. 답장을 보내놓고는 Rewinder 어플을 켰다. 일단은 그 이후로 시간을 되돌린 흔적은 없었다. 살짝은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보람감과 성취감 그리고 희열감까지 느꼈지만, 그것에 도달하기까지의 불안감마저 다시 느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우웅.


그때 하연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답장을 보낸지 얼마 안 되어서 바로였다. 지금 시간은 학원에 있을 시간일텐데.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남석? 일어났어? 몸은? 괜찮아?”


“어. 뭐. 조금 긁힌 거 빼곤 괜찮아.”


출처 1~2화 http://todayhumor.com/?panic_99067
3~4화 http://todayhumor.com/?panic_99068
5~6화 http://todayhumor.com/?panic_99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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