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박완서 작가의 '도둑 맞은 가난'
게시물ID : readers_321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hinejade
추천 : 4
조회수 : 58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8/14 23:33:35
옵션
  • 펌글

 

"여 봐, 이러지 말고 이제부터 내가 하는 소리를 정신 차리고 똑똑히 들어. 나는 부잣집 도련님이고 보시는 바와 같이 대학생이야. 아버지가 좀 별난 분이실 뿐이야. 방학동안에 어디 가서 고생 좀 실컷 하고, 돈 귀한 줄도 좀 알고 오라고 무일푼으로 나를 내쫓으셨던 거야. 알아듣겠어."


부자들이 제 돈 갖고 무슨 짓을 하든 아랑곳할 바 아니지만 가난을 희롱하는 것만은 용서할 수 없지 않은가. 가난을 희롱하는 건 용서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가난 그 자체를 희롱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 내 가난은 그게 어떤 가난이라고. 내 가난은 나에게 있어서 소명(召命)이다. 거기다 맙소사. 이제부터 부자들 사회에선 가난장난이 유행할 거란다.


나는 돈을 받아 그의 얼굴에 내동댕이치고 그를 내쫓았다. 나는 그를 쫓아보내고 내가 얼마나 떳떳하고 용감하게 내 가난을 지켰나를 스스로 뽐내며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내 방은 좀 전까지의 내 방이 아니었다. 내 가난을 구성했던 내 살림살이들이 무의미하고 더러운 잡동사니가 되어 거기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내 방에는 이미 가난조차 없었다. 나는 상훈이가 가난을 훔쳐갔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들은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이 안 차 가난까지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한다는 건 미처 몰랐다.


나는 우리가 부자한테 모든 것을 빼앗겼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가난을 도둑맞고 나서 비로소 느꼈다.

 

 

주인공은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

 

그녀는 우연히 공장에서 일하는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 연탄 값도 아낄 겸 같이 생활하자고 한다.

 

그렇게 동거를 하게 되는데, 시간이 흘러, 남자는 돌연 주인공에게 연탄 값 아끼려고 같이 산다니, 차라리 우리 집에서 식모 생활을 하라며 훈계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진심으로 남자를 사랑했었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주인공처럼 가난한 남자가 아니라, 아버지의 방침에 따라 가난을 체험하기 위해 서민 코스프레를 하던 금수저였다.

 

주인공은 이제 부자들이 서민들로부터 뻇을 게 없어서 가난마저 뺏어간다며 절망한다.

출처
보완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