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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소설 올려본다. 전에 말했든 추리스릴러임 1~4
게시물ID : animation_4345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홍염의포르테
추천 : 7
조회수 : 42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8/08/17 00:00:53
가제는 Rewinder임 아직 적당한 제목이 안 떠오르넹....

님들 그것보다 야한거 너무 좋아하는거 아님? 컨셉이 아닌 거 같은데.....

오유 바뀐 뒤로 수위 올라간건 알았지만... ㅋㅋ



1.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리고, 마지막 7교시가 끝났다. 분명히 학교가 끝난 것이 좋아야 할 텐데, 스마트폰을 내려다 보는 나는 심란한 마음이 들었다. 주변은 하교를 하려는 애들로 인해 의자를 끄는 소리, 가방을 챙기며 악세사리가 흔들리는 소리, 떠드는 소리로 가득해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리가 더 아파왔다.

마지막 교시가 담임의 수업이어서 미리 종례를 마치고 종이 치자마자 나갔기에, 우리도 바로 가면 되긴 하지만, 내 시선은 스마트폰에 박힌 채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 때 옆자리에 앉는 짧은 머리를 한 지석이가 내 스마트폰에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뭐하냐? 로또? 너 뭐 로또라도 샀냐?"

"아니, 그냥."

나는 화면을 황급히 숨기며 대답했다. 지석이는 내 태도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안 가?"

"먼저 가. 할 일 있어서."

"그래. 또 하연이랑 같이 가냐? 먼저 간다."

나는 손을 들어 간단하게 인사하고 스마트폰을 다시 바라봤다. 평소라면 뭐라고 쏘아 붙였겠지만, 지금은 이 쪽이 더 중요했다.

"설마…."

내가 지금 보고있는 것은 지석이 본 대로 지난주의 로또 당첨 번호였다. 물론 내가 로또를 사거나 하지는 않았다.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복권을 살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내가 왜 이것을 보고 있냐면, 확인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설마하면서도 노트에 그 번호들을 쓰고는 스마트폰을 조작하여 홈화면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며칠 전 내 핸드폰에 강제로 설치된 앱을 켰다.

REWINDER. 깔끔한 흰색바탕에 푸른색 LED 무늬로 근 미래적인 인터페이스로 디자인 되어있고, 가운데에 REWIND라고 써 있는 버튼이 있었다. 마치 스탑워치 같은 데서 시간을 기록하듯 아래에 시간들이 나열 되어있다. 날짜가 같이 써 있거나 한 점들은 조금 달랐지만 말이다. 

분명 로또 번호를 알려주거나 예측하는 앱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앱 화면 아래에 나열된 숫자들을 방금 써 내린 로또 번호와 비교했다.

5, 22, 37…….

3개의 번호가 일치했다. 설마라는 생각에 확인도 하지않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한 것이었는데, 이 앱은 정말로 시간을 되돌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반신반의한 부분이 남아있었지만, 시간을 되돌린다는 부분에 믿음이 살짝 갔다.

끼익.

어느새 교실에 나 혼자 남았음을 느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겼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니, 말만 들으면 굉장했다. 미래예측과 크게 다를 바가 없으니까, 방금처럼 로또를 해서 1등이라도 한 번 당첨되면 인생 역전이고, 되돌릴 수 없는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하며, 만능에 가깝게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이것을 활용할 생각은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 한은 말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너무 활용도, 실용성이 없었다. 제한적인 부분이 너무 많았다. 첫번째는 무작위 확률에 대한 것은 항상 같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그랬다면 로또가 전부 맞았을 것이다. 그리고…

짝!

"야! 전남석!"

그 때, 누가 뒤에서 내 등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악!"

뒤를 돌아보니 머리를 하나로 묶은 여자애가 손바닥이 아픈지 찡그린 표정으로 손을 털고있었다. 맞은 건 난데 아픈 건 둘째치고, 어이가 없었다.

"으. 진하연…… 뭐하냐."

"뭐! 내가 더 아프거든?"

"진짜 이걸 확."

내가 손바닥을 펴서 위로 들자, 하연이는 눈을 게슴츠레 감더니 얼굴을 내밀며 얄밉게 말하기 시작했다.

"치게? 쳐 봐. 쳐 봐!"

"후…."

나는 차마 칠 수도 없고, 어차피 때릴 생각도 없었지만,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렸다. 계속 상대해주면 나만 피곤하단걸 살아온 18년 내내 느꼈기 때문에 교문 쪽으로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하연이도 어느새 잰걸음으로 뒤까지 따라와 나한테 물었다.

"뭐야. 뭔 일 있어?"

"아니. 별로. 왜?"

"안 그래도 째져서 무서운 눈이 더 무섭게 보여서. 표정 좀 풀어봐~."

하연이는 한걸음 앞서 나가면서 양손으로 눈을 찢는듯한 모양을 하면서 말했다. 그거 하지마. 위험해 우리가 동양인이지만 동양인 차별로 보여서 위험할 수 있다고.

"하지마라."

하연은 손을 들어 내 눈을 슬쩍 가리고는 내 얼굴을 훑으며 말했다. 

"눈 고칠 생각은 없어? 다른데가 괜찮아서 눈만 고치면 잘생겼을 거 같은데~."

"니가 해주게? 해줄 것도 아니잖아."

나는 일부러 기분이 나쁜 듯이 표정을 찡그리고는 팔을 잡아 내리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어느새 교문 근처에 도착해서, 자전거 자물쇠를 풀고는 끌고 나왔다. 그러자 하연이 놀리듯 말을 걸었다.

"왜. 삐졌어?"

"아니."

"삐진 거 같은데?"

내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자, 뻘줌한지 조용히 옆으로 따라온다. 어차피 같은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방향도 같았으니 다른 길로 갈 이유는 없었다. 물론 이따가 학원을 간다던가 하겠지만.

길을 걷다가 신호등 앞에서 멈춰섰다. 빨간불이다.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스마트폰에서 소리와 진동이 울렸다.

띠링.

"뭐야. 문자왔어?"

"그런가 본데."

나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패턴으로 잠금을 풀었다. 의문점이 하나 들었다. 카톡이나 문자같은 것이면 잠금화면에서 뜰텐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상단표시줄을 내려보니, 푸른색의 동그란 버튼같은 것이 보였다. REWIND 어플이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당황한 목소리를 뱉었다.

"어?"

"왜. 뭔데? 스팸 아니야?"

"아. 아무것도 아냐."

내 둘러대는 듯한 말에 뭔가 있다고 생각한 듯. 하연은 휴대폰을 뺏으려들면서 말했다.

"응? 뭔데~. 보여줘봐."

나는 알려져서 좋을 것은 없다는 생각에 신호가 바뀐 것을 보고는 재촉했다.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자. 신호. 초록불이다. 가자."

"흐응. 반응이 너무 어색한데, 그리고 아까부터 이상해. 뭐 숨기는 거 있어?"

"별 거 아냐."

나는 하연이에게 별 것 아니라며 말은 했지만, 머릿속은 매우 복잡했다. 리와인드를 내가 사용했다는 것인데. 리와인드로 되돌아가는 시간이 3일. 그러니까 3일 후의 내가 이것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분명히 아까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아직은 이것을 활용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이것을 사용했다는 것은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까 내가 생각하다 말았던 두가지 이유 중 하나였다. 하나는 조금씩 달라지는 미래, 그리고 두번째는 시간을 되돌리는 것으로 되돌아간다는 점이다. 시간을 되돌려도 나에게 남아있는 기억이 없었다. 내가 시간을 되돌렸다는 사실, 그 시간 말고는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다시 똑같은 일을 겪을 때, 기시감 정도만을 느낄 뿐 별다른 것을 느끼지 못한다.

그랬기 때문에 이 어플이 시간을 되돌리는 것인지도 여태까지 믿지 못했다. 그나마 몇가지 전제조건을 가지고, 시간을 조절해서 시간과 분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로또번호 맞추기를 해서, 시간을 되돌린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3일 뒤, 횡단보도를 지나던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나는 시간을 되돌린 것일까. 일단 삼일 뒤의 일이기에 시간적 여유는 있었다. 먼저 정할 것은 이것을 활용하기 위한 제한조건을 세워야한다. 내가 왜 시간을 되돌렸는지에 대해서 추측할 수 있도록 말이다.











  2.

/////

"…전남석? 뭐해? 진짜 뭔 일 있어?"

"아니, 아무것도."

어느새 집 앞까지 도착해있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학교까지 걸어서 20분에 가깝게 걸리는 것을 생각하면, 걸어오는 동안 계속해서 그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날 바라보는 하연이의 눈빛이 한층 의심스러운듯이 변해 있었다.

"……."

"흐응."

"그러니까……."

내 앞을 막아서며 나를 보는 햇빛을 담은 것처럼 반짝이며 빛나는 검은 두 눈에 압도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얼버무리고는 눈을 피하며 말을 돌렸다.

"… 응. 그래. 너도 오늘 학원가지? 나도 좀 일이 있어서. 내일 보자."

"야! 뭔데!"

몸을 돌려 집으로 들어가는 내 뒤통수로 하연이가 소리치는 것이 들렸으나, 애써 무시했다. 후환이 두렵기는 했지만, 이걸 이야기하거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말해봤자 믿지도 않을 것이다. 이걸 가지고 있는 나조차도 아직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띡띡띡띡. 철컥.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 집 안쪽에서는 더운 날씨가 무색하게도 싸늘하게 느껴지는 침묵만이 존재했다. 딱히 신경 쓰는 것은 아니다. 맞벌이 가정이기 때문에 익숙했고, 그래서 어렸을 때에는 엄마와 친한 하연이네 아주머니에게 맡겨져 저녁까지 해결하고 오는 경우도 많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하연이와 내가 모두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그런 일이 거의 없었졌지만 말이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가방을 책상 위에 얹어 놓고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아직 앱이 켜진 상태였고, 그 목록의 가장 상단에는 하교를 하고 있던 시간인 4시 41분이 기록되어 있었다. 오늘이 월요일 3일 뒤는, 목요일이다. 목요일에 하교를 하는 시간에 갑자기 시간을 되돌렸다는 것인데……. 왜? 갑자기?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시간을 되돌린 것일까. 3일 간 이어질 학교의 시간표, 학원 등 스케줄을 생각해봤지만, 짐작가는 면이 없었다. 기말고사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학원도, 학교도 여유로울 것이고, 아직 뭘 실험할 계획은 없었다.

만약 내가 무언가를 실험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계획을 먼저 세운 뒤의 일이었다.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되돌리더라도 계획을 세우기 이전으로 돌리지는 않을 것이다. 계획 이전으로 돌렸다가는 계획 그 자체가 변하거나, 혼동이 생길테니까.

우선 해야 하는 것은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것을 정해 놓는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로또 번호를 맞추려고 했던 때처럼 시간을 되돌리는 시각과 분을 활용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면 될 것이다.

일단 학원을 가야했기에 가방에서 교과서를 다 빼 버린 후, 챙겼다.



칠판에 쓰여지는 수식과 해설을 기계적으로 노트에 받아 적는다. 그렇게 어려운 부분은 아니었기에 딴 생각을 하면서도 이해하는 데에는 문제 없었다. 잠깐이라도 안 보면 갑자기 어려운 부분으로 넘어가서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수학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부분을 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집중한다면 문제없었다.

일단은 시간 되돌리는 일에 대하여, 어차피 로또를 할 때처럼 미리 계획을 짜고 움직인다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았다. 문제는 이번과 같은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였다. 아마 원래 3일 후의 나라면 시간을 되돌린 기록이 없었으니, 아마 평소의 나라면 나중으로 미루며 리와인더를 활용할 방안을 세우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기에 그런 애매한 숫자가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3일 후의 내가 되돌린 일은 아마 시간을 되돌리지 않으면 안 되는 사건이면서, 그 사건의 발생은 되돌린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되돌릴 때의 나를 생각했다면, 적어도 그 정보를 보내기 위해 바로 시간을 되돌렸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 당황해서 시간을 되돌렸다고 해도 즉시 되돌렸을 것이고, 결국 사건 발생시간과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 시간이면 여유를 30분 정도 둔다고 해도, 결국 학교가 끝난 뒤 하교를 하고 있는 시간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사이였다. 딱히 예상가는 점은 없었다. 최대한 그 시간에 촉각을 기울이는 것 밖엔.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내일과 모레의 그 시간대를 확인하는 것 정도 일 것이다. 그리고…….

"뭐하냐. 안 가?"

옆에서 내 어깨를 두드리며 들리는 말에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학원 수업이 끝난 뒤였다. 생각에 잠기다가 필기도 도중에 멈춰 있었는데, 앞에서는 학원선생이 이미 칠판을 지우고 있었다. 순간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나를 부른 지석이에게 물었다.

"야. 너 필기 다 했지."

"보여줘?"

"어. 내일 노트 좀 빌려줘."

한지석은 내 말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교실이 거의 비어 있었고, 나는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학원을 나서자, 지석이가 내 뒤를 따라온다. 학교도 같은 반에 같은 학원까지 반까지 같은 건 우연이고, 학원에서 만난 녀석이었다.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여기로 학원을 옮겼는데, 이 학원에서 만났다.

물론 작년까지는 문, 이과가 나뉘기 전이었기에 하연이도 같이 다녔지만, 하연이는 문과였기 때문에 반이 갈렸다. 나름 친해진 것 같지만, 묘하게 거리감이 있는 느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소꿉친구였던 하연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웬 일로 니가 노트를 보여달라고 그러냐? 쉬는 시간에도 멍한 거 같던데."

"……."

티가 많이 났던 모양인가. 나름 수업 들으며 필기하는 척이라도 했었지만, 척은 척이다. 조금만 유심히 봐도 딴생각하는 것이 보였을 것이다. 학원선생은 큰 관심이 없었기에 못 본 것이겠지.

"고민이라도 있냐?"

"아니, 뭐 별 건 아닌데."

"별 건 아니고 뭐? 사랑 고민?" 

"아니."

나는 장난스러운 지석이의 딱 잘라 말한 뒤, 걸음을 빨리했다. 화를 내면서 무시하는 것에 지석은 픽 웃으며 쫓아왔다. 나는 화를 내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도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고백의 성공유무에 따라 시간을 되돌린다면,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성공하면 되돌리지 않고 실패하면 되돌리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번 일이 끝난다면 하연이에게 한 번 쯤…….

일단은 이번일이 먼저다.

학원 밖으로 나오자. 이미 밖은 어두워져 해는 보이지도 않고 가로등과 주변 상가, 집들의 불빛으로 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학원과 학교만 오고 가는 상황에서 딱히 무슨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만약 내 생각과 달리 사건과 되돌린 것의 시간 차이가 나고, 사건을 막지 못해서 이번에 다시 돌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다음날 사건발생 시각과 같은 시각에 정확히 24시간 차이가 나게 되돌릴 생각이었다. 왜 그렇게 하루의 시간 차이를 두냐하면, 내가 생각한 것들이 날아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이미 정해 놓은 정보가 똑같은 시점에서 되돌리면 날아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이후를 위해 간단하게 정한 것은 횟수에 따른 제한이었다. 같은 시간대에 네 번 이상 반복하는 것은 긴급상황을 제외하면 시도하지 않는 것이었다. 시간도 정하고 싶지만 문제는 계획대로 될지가 의문이었다. 미리 생각해두는 것을 포함해 매 시 정각에 시간 되돌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그 이외를 긴급상황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편할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니까. 추가적으로 계획이 있다면 그 계획에 따라서 세부조정을 하면 되겠지.


3.
////

다음 날, 나는 평소보다 일찍 나와 하연이가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평소라면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기에 이것보다 10분에서 15분 정도 더 늦은 시각에 나오지만, 리와인더를 보고 난 뒤 감출 수 없는 찝찝함으로 인해 조금 더 일찍 집에서 나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안감일 것이다. 계획도 없이 시간을 되돌렸다는 것은 내가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거나, 다급한 상황에 당황해서 아니면, 꼭 되돌려서 막아야만 할 사건이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었으니까.

꼭 막아야할 사건이라고 하면 나라던가 주변의 소중한 가족 또는 친구에 관한 것일테고, 가족이라면 부모님은 사실상 내가 주의하라고 말할 것밖엔 없었다. 맞벌이를 하고 계시기에 그 시간엔 만날 수 있지 않았기에 이미 어젯밤, 조심하라며 당부는 드렸다. 그럼 떠오르는 건 하연이밖에 없었기에 계속되는 걱정과 불안감에 선잠을 자고는 아예 일찍 나와버린 것이었다.

물론 사건이 발생하는 건 이틀 뒤의 그 날이기에 과민반응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렇게라도 안하면 찝찝함이 가시지 않을 것 같았다.

평소보다 이르긴 했지만, 낮이 긴 여름이라서 밖은 이미 환했고, 저멀리 떠있는 해는 구름에 가려진 것이 보였다. 그 덕에 덥지는 않아서 그늘로 숨을 필요는 없었지만, 하연이에게 내가 기다린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조금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기다려서 만난 적은 없었도, 가는 길에 만난 경우는 있어도. 멋쩍달까, 부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아파트의 현관 안쪽으로 들어와 밖을 살짝 내다봤다. 건너편 아파트의 현관 입구가 초록빛으로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들여다 보였다.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나올 때가 되었는데... 설마 벌써 갔나? 조금 더 여유롭게 나온 것 같았는데.

어차피 자전거를 타고가면 좀 더 늦더라도 여유는 있으니까 상관 없었다. 다시 한 번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고 고개를 들었을 때 건너편 아파트의 현관문이 열리며 하연이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마치 보지 못한 듯이 현관을 나와 바로 자전거 쪽으로 향했다. 아마 하연이 쪽에서 날 보고 먼저 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자전거에 다가가 자물쇠를 풀고 있자 내 뒤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짝!

"야!"

등에서 살짝 따끔한 감각이 들며, 하연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제처럼 그렇게 세게 친것은 아니고, 살살 소리만 나도록 친 것이었기에 별로 아프진 않았다. 자물쇠를 풀고 고개를 돌려 돌리니, 밝은 얼굴의 하연이가 보였다. 난 이제 하연이를 처음 본 것처럼 인사했다.

"어. 안녕."

"왠일로 니가 일찍 가냐?"

"어쩌다 보니, 일찍 나왔네."

내 대답을 들은 하연이는 자전거의 뒷부분을 잡고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태워줘~."

"힘들고 더우니까 싫어."

"힘들면 얼마나 힘들다고 남자가 말야."

하연이는 불만스러운듯 눈쌀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러나 거기서 굽힐 내가 아니었다. 안그래도 더운날 뒤에 누구를 태우고 갔다가는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땀에 젖어버릴 것이다.

"그렇게 타고 싶으면 니가 날 태워. 덥단 말야."

내 말을 들은 하연이는 한숨을 내뱉었다.

"에휴. 내가 너한테 뭘 바라겠니. 여튼 일찍 가야되는 건 아니지?"

"어."

"같이 가자."

"이과는 수업 때 뭐해?"

"거의 자습이나 애들 영화 받아서 보거나 그러지. 시험도 끝나고 방학 얼마 안 남았다고 수업 하는 선생 별로 없잖아?"

"문과랑 똑같구나. 이과는 뭔가 좀 더 빡세게 시킬 줄 알았는데."

결국 자전거를 끌면서 하연이와 나란히 걸어갔다. 생각해보면 어차피 돌아올 때에도 같이 올테니 거의 자전거는 짐에 가까울 뿐이었다. 그냥 놓고 올걸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이미 학교 앞이고 가져와버린걸 다시 가져갈 수도 없었다.

"잠깐 자전거 좀 묶어놓고 올게."

"응."

나는 자전거를 끌고 교문 앞에 자전거를 주차장에 가져가 자전거를 묶었다. 전에는 비밀번호로 된 자물쇠를 썼었는데 그걸 깨서 훔쳐갔던 이후로는 아예 쇠로 된 자물쇠를 쓰고 있었다. 이것도 쇠톱으로 자를려고 하면 자를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하는 도둑들은 보지 못했다.

자전거를 묶고 오다보니 하연이가 책가방 말고도 손에 가방을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체육복가방인데. 그러고 보니 화요일, 나랑 오늘 체육시간이 겹칠 것이다.

"맞다. 너도 오늘 3교시 체육이지?"

"응. 근데 너 체육복 안 챙겼어?"

"사물함에."

"좀 빨아."

"당연히 ..."

빠아아앙!

우리의 뒤쪽에서 자동차 견적 소리가 갑작스럽게 울렸다. 나는 하연이에게 대답하다가 화들짝 놀라 도로쪽에서 서너걸음 물러서면서 뒤를 돌아봤다. 돌아본 곳에는 벌써 저 멀리 쌩하니 사라지는 SUV 한 대와 늦어서 바뀌려는 신호를 보고 미리 건너려다가 경적에 놀라 넘어진 놈이 보였다. 매일 다니다보니 신호 바뀌는 패턴을 보고 미리 건너는 저런 놈들이 항상 한 둘 있었다.

“후우.”

경적에 깜짝 놀란 탓인지 소름이 돋았다.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버린 기분이었고, 식은땀이 몸을 타고 흐르고 옷을 적셨다. 이마를 살짝 닦아내려는 왼손이 무언가를 꽉 잡고있었다. 나도 내가 무엇을 붙잡았는지 몰라, 시선을 내리자 하연이의 팔이 잡혀있었다.

경적소리를 듣고 나도 모르게 팔을 잡고 뒤로 끌었던 것이다. 하연이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이 의문으로 가득차있다가 풉하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풉. 푸하하하. 뭐야. 뭐야. 왜 그렇게 놀란거야. 하하핫. 경적이 왜? 내가 더 놀랐잖아. 하핫."

나는 나도 내 행동에 당황했다. 하연이의 웃음소리 때문인지 주변의 시선이 모였다.하연이는 너무 웃었는지, 눈물까지 닦고 있었다. 나는 당황함 뒤에 밀려오는 민망함에 일단 꽉잡았던 손을 놓았다.

"뭐야. 아침부터 무슨 재밌는 일이라도 있어?"

어느새 다가왔는지 뒤에서 지석이 나에게 말을 걸었고, 하연이가 대신 대답했다.

"아니, 그냥 흐흥."

하연이는 설명하기엔 조금 애매한지, 그럴 생각이 애초에 없었는지 가볍게 얼버무렸다. 나는 민망함에 시선을 여기저기 돌리다가 스마트폰을 꺼내 보고는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빨리 가자. 늦겠다."

"응. 그러네. 풋. 가자."

하연이가 살짝 미소짓고는, 먼저 앞서갔고, 그 뒤를 나랑 지석이 따라갔다. 앞쪽의 교문에서 선생 한 명이 애들에게 손짓하며 빨리 들어가라고 외치고 있었다.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건물에 들어갔다. 이과는 3층 문과는 2층이었기 때문에 지석과 나는 한층 더 올라가려는데, 하연이가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찌르고는 속삭였다.

"아까. 쪼오~끔 박력있긴 했다?"

하연이는 엄지와 검지를 살짝 벌리고는 웃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뛰어서 교실로 들어가버렸다. 지석이는 눈치 못챘는지 먼저 계단을 걸어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그 뒤를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왜인지 얼굴이 조금 화끈한 느낌이었다.

교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자, 곧바로 담임이 오면서, 시끌시끌하던 교실이 조용해졌다. 조금 느긋하게 학교에 온 탓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담임은 간단하게 출석체크를 하고, 이제 곧 방학이니 어쩌니 간단한 이야기를 하고는 조례를 마치며 나갔다. 어차피 10분남짓한 조례시간에 뭘 이야기하기도 힘들긴 했다. 담임도 1교시 수업을 준비할테니, 아니 기말 시험이 끝나서 하지 않을려나.

나는 가방에서 학원 교재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지석이한테 노트도 빌려야할텐데. 일단은 오늘 과제가 먼저였다. 어차피 수업도 자습일테니 숙제를 해도 딱히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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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교시부터 쉬는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숙제를 하고 있으니 어느새 2교시가 끝나는 종이 울렸다. 1교시부터 2교시까지 선생들도 들어와 자습을 시키고 자기 할 것을 했기에 따로 지적하지도 않았고, 애들도 서로 떠들거나 각자 할 일을 했기에 방해해오지는 않았다.

3교시인 체육도 1, 2교시처럼 자습이면 좋겠지만 별다른 이야기가 없는 것을 보면 체육을 밖에서 수업을 하는 것 같았다. 시험 기간 직전을 제외하면 실내 수업은 하지 않았으니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다. 뭐. 거의 공을 주면서 자유 시간을 주겠지만 이 더운 날에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공놀이를 좋아하는 애들은 상관없이 잘 놀 것이고 나도 공놀이를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이 날씨에 땀까지 흘리고 싶지는 않았다.

스탠드의 그늘에 앉아서 시간이나 때워야지. 어차피 숙제도 거의 끝내서 4교시에만 조금 하면 되기에 문제집을 챙길 필요는 없었다. 나는 체육복만 입고 스마트폰을 챙겼다.

다른 애들도 비슷했다. 체육복을 입고는 축구화로 갈아 신는 애들이나 단어집 같은 공부할 것을 챙기는 애들도 보였다. 지석이도 운동장에서 한바탕 할 예정인지 교실에서부터 몸을 푸는 동작을 보였다.

슬슬 쉬는 시간이 끝나가기에 계단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계단과 복도에서 애들이 떠드는 소리가 여간 시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시끄러워 재빨리 밖으로 나오니 햇빛이 눈을 찔러대는 통에 눈을 찌푸렸다. 모래로 가득한 백사장 같은 운동장이 햇빛을 반사하기까지 해서 눈을 뜨기조차 힘들었다. 아침엔 구름이 좀 있었던 것 같은데.

“으…….”

신음소리가 저절로 배어 나왔다. 빠른 걸음으로 스탠드의 그늘로 숨었다. 건물의 반대쪽 끝 계단에서도 여자반 애들이 햇빛을 손으로 가리며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고, 그중에서는 하연이의 모습도 보였다. 긴 팔의 체육복에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긴 팔을 입으면 덥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히려 햇빛 때문에 저렇게 입는 건가? 어차피 운동은 안 할 테니 더운 건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멍하니 하연이 쪽을 보다가 너무 오래 보고 있었나 싶어서 고개를 돌렸다.

얼마 되지 않아 체육선생이 나왔는지, 스탠드에 앉아있던 애들이 일어났다. 

나이를 지긋하게 먹은 우리 반 체육선생은 나와서 우리에게 간단히 체조만 시킨 뒤 다시 교무실로 들어갔다. 이따가 끝나기 5분 전쯤 다시 나와서 반장이 빌려온 공을 가지러 오겠지. 어떻게 보면 날로 먹는다고 볼 수 있는 광경이었지만, 자습을 시키는 다른 수업과 별로 다를 바 없었다. 나이 지긋한 선생이 열정을 가지고 있지도 않을 테고, 우리한테도 편한 방향이기 때문에 불만은 없었다.

선생이 들어가고 나는 자연스레 다시 스탠드 그늘로 와서 앉았다. 다른 애들도 일부는 축구공이나 농구공을 들고 사라졌고, 일부는 나처럼 스탠드 그늘로 들어왔다. 멀리 하연이가 있는 쪽은 선생이 아직 무언가를 시키는지 아직도 모여 있었다.

스탠드에 앉아있으니 밤에 잠을 설친 것 때문인지 아니면 오전 내내 숙제를 해버린 것 때문인지 졸음이 눈꺼풀을 짓눌렀다. 어느새 운동장에 반사되는 햇빛은 이미 눈에 익숙해져 눈부시지 않았고 은은하게 느껴졌다. 눈꺼풀은 조금씩 감기고 고개가 꾸벅이며 졸고 있을 때쯤, 뒤쪽에서 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지는 짐작이 갔다. 아마 하연이겠지.

탁.

나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살짝 돌려 등 뒤로 날아오는 손을 잡아채었다. 하연이의 손목은 내 손에 잡혔고, 하연이는 손을 잡힐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지 놀란 소리를 냈다.

“앗.”

비단 놀란 것은 하연이뿐만은 아니었다. 나 역시 나도 모르게 움직인 몸에 놀랐다. 하연이가 뒤로 온다는 것은 발소리로 알았지만 몸의 반응은 의도했던 것이 아니었다.

설마 이것도 시간을 되돌린 것에 대한 데자뷰인가 싶어서 실소가 나왔다.

“뭐야. 오는 거 봤어?”

“아니, 발소리가 들리잖아.”

“그래?”

하연이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별로 납득한 표정이 아니었다. 사실 발소리를 들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하연이는 내 옆에 나란히 앉아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애들을 보면서 물끄러미 살피며 말했다.

“넌 축구 안 해?”

“안 해.”

“왜? 할 때도 있었잖아.”

“지금은 덥잖아. 땀 흘리기 싫어.”

“흐으응.”

하연이가 고개를 돌려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 눈빛을 직접 마주하지는 않았지만 부담스럽게 느껴졌기에 시선을 피하고자 시비를 거는듯한 대답으로 말을 돌렸다.

“너도 안 하면서 뭘 그래.”

“난 여자잖아.”

“그거 상당히 성차별적인 발언 아니냐.”

“알 게 뭐야. 그런 거.”

하연이의 대답에 한숨을 내쉰 나는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울리는 것이 느껴졌다. 학교라서 소리는 꺼놨기에 소리는 안 울렸다. 근데 나는 마치 수업시간에 스마트폰을 만지다 걸린 것처럼 몸이 굳었다.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했다. 다행히 문자였다. 망할 스팸 광고 문자. 그래도 혹시 몰라 하연이에게 보이지 않게 REWINDER 어플을 켜서 확인했다. 혹시 몰라서 확인한 어플에는 시간을 되돌린 흔적은 없었다. 푸시알림이 떠 있지 않았으니 시간을 되돌리지 않았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확인하지 않고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때 하연이가 내 휴대폰을 들여다보려고 하길래 화면을 숨기며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그 모습에 하연이가 손가락으로 옆구리를 찌르며 물었다.

“뭐야. 뭐야. 숨기는 거라도 있어? 왜 그렇게 조심스럽게 확인을 해?”

“아니, 아무것도 아냐.”

“여자친구라도 생겼어?”

“내가 여자친구가 생겼으면 니가 모를 리가 있냐.”

“그렇겠지. 흐흥. 하긴 니가 생길 리도 없고 말야.”

“무슨 의미냐.”

하연이의 말에 발끈한 나는 하연이를 째려보았다. 하연이는 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아니, 뭐 거의 항상 공부만 하고, 여자애들한테 관심도 없어 보이고, 공부 때문에라도 여자친구 안 사귈 것 같은 이미지잖아? 그냥 그렇다고.”

“....”

이해 가지 않는 말은 아니었다. 겉보기엔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으니까. 공부에 집중하고 있기도 했고. 그러나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엉뚱한 곳을 보고 있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다. 숨기고 있긴 했지만... 눈치채지 못할 건 아니었다.

“진하연! 여기서 뭐 해?”

“반장? 그냥 이야기 좀. 선생한테 갔다 왔어? 뭐래?”

하연이를 부른 것은 하연이네 반 반장이었다. 이름이 지혜였나? 지혜는 하연이의 옆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별건 아냐. 근데 말야 체육 진짜 기분 나쁘지 않아? 말투도 그렇고~.”

“맞아. 맞아. 약간 훑는 듯이 쳐다보는 것도 그렇고 진짜 싫지.”

지혜는 하연이의 말에 소름 돋는다는 듯이 오른손으로 왼팔의 팔뚝을 문질렀다.

하연이 반의 체육선생이면 30대의 그 사람인가,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 선생은 남자애들을 거의 무시하는 경향이 강했기에 우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서로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여자애들한테는 또 다른 모양이었다. 그 선생이 여자애들을 대하는 언행도, 그 선생에 대한 여자애들의 태도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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