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별은 나를 떠나지 않는다
게시물ID : lovestory_861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4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8/28 23:00:13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FrrQ2





1.jpg

이소림별들을 바라보면

 

 

 

산과 숲

어둠과 정적

그 속에 몸을 담고

나는 누워 있다

지상의 모든 불을 끄고

다만 밤하늘을 향해

 

밤하늘엔 무수한 사념들처럼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

 

조용한 숲에 깃든 어둠

나는

태고의 밤과 함께 누워 있다

마음을 찬란한 밤하늘의

별 밭에 펼쳐 놓은 채

그러자 온 하늘의 별들이

내 안에서

빛나고 있음을 느낀다

 

내 마음은 별들 사이를 걸어

우주의 무한 속을 거닐어 본다

그러자 온 우주의 호흡이

나의 호흡 속에

닿아 옴을 느낀다

 

밤이 내게 열어 준

신비로운 세계

 

그리고 하늘이 내게 열어 준

무한에 대한 감각

그 감각을 타고

나는 높이높이 솟아 오른다

그리하여 나는

우주의 혼과 한 몸이 된다







2.jpg

구재기지음(知音) 

 

 


하늘을 향하여

쭉 벋은 나무는 부드럽다

그 부드러움으로

바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바람으로 하여

이리저리 온몸을 흔들며

누구보다도 먼저

허공을 가득 채우는 나무

 

나무는 귀를 가진다

그래서 겨울을 지나는 눈은

겨울눈이 아니라

하늘을 향한 열린 귀가 된다

 

나무의 귀가

활짝 열리는 날

지상에서 봄이 시작되고

비로소 초록이 눈을 뜬다

 

바람이

지날 때마다

나무에는 지음이 차고 넘친다

그래서 한결 부드러워진다







3.jpg

이윤학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오른손 검지 손톱 밑 살점이 조금 뜯겼다

 

손톱깎이가 살점을 물어뜯은 자리

분홍 피가 스며들었다

 

처음엔 찔끔하고

조금 있으니 뜨끔거렸다

 

한참 동안

욱신거렸다

 

누군가 뒤늦게 떠난 모양이었다

 

벌써 떠난 줄 알았던 누군가

뜯긴 살점을 통해 빠져나간 모양이었다

 

아주 작은 위성 안테나가 생긴 모양이었다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었다







4.jpg

도종환별 하나

 

 

 

흐린 차창 밖으로 별 하나가 따라온다

참 오래되었다 저 별이 내 주위를 맴도는 지

돌아보면 문득 저 별이 있다

내가 별을 떠날 때가 있어도

별은 나를 떠나지 않는다

나도 누군가에게 저 별처럼 있고 싶다

상처받고 돌아오는 밤길

돌아보면 문득 거기 있는 별 하나

괜찮다고 나는 네 편이라고

이마를 씻어주는 별 하나

이만치의 거리에서 손 흔들어주는

따뜻한 눈빛으로 있고 싶다







5.jpg

이만섭도마

 

 

 

부엌사()는 도마가 쓴다

세상에 한 몸 내어 하는 일이라고는

노상 몸에 칼 맞는 일

아침저녁으로 무두질하는 저 잔혹사

태사공의 궁형에 비한들

칼 맞는 도마가 독하다

몸을 내쳐 얻은 음식이 진상되는

그런 도마가 더 질기다

지금은 아내가 깍두기를 담그는 중이다

FM 음악을 틀어놓고 탁탁탁

거침없이 휘두르는 비검무에

사방으로 나동그라지는 무 조각들

칼의 율격이 고르다

저 수신(修身자세히 듣자니

도마가 칼 소리를 받아 삼키고 있다

흡반 같은 밀착이다

피할 수 없을 때 즐기는 거라더니

옛말 허투루 듣지 않고

꿋꿋이 외길을 가며

난전의 차력사처럼 배 훌렁 걷어붙이고

몸에 맞는 칼표정도 당당하다

결국 칼이 물러앉는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