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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맹인 - 9
게시물ID : readers_322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knk1
추천 : 1
조회수 : 19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8/31 17: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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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이 지났다.

1주일동안 생각이 막히고 끊기는 일이 끊임없이 발생해, 생각을 거의 하지 않고 지냈다.

생각하지 않고 무언가를 한다는 건 참 놀라운 일이었다. 아무런 생각이 없는데도 몸은 움직일 수 있고, 귀로 프로그램 시청 같은 것도 할 수 있다.

내가 하는 것이라고 해도,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이어폰 같은 것으로 프로그램 시청이나 책 읽기, 산책, 잠 자기밖에 없었다.

최근에 가장 많이 한 건 책 읽기도 아닌, 귀로 프로그램 시청하는 거였다.

책은 예전에 비하면 읽는 빈도가 줄었다. 아예 읽는 건 아니지만 매일 도서관가서 있던 시절보다는 확실히 적다.

최근에는 내가 읽고자 하는 책을 완전히 읽기로 정했기에, 같은 책을 계속해서 읽어나가고 있다.

읽는 횟수는 전에 비하면 적지만, 그 노력 덕분에 많이 읽어냈고, 남은 페이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다만 최근에는 전에 비해 책을 자주 읽지 않으니 다 읽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다.

하루의 일과는 책 읽기, 프로그램 시청 중 하나를 골라서 하고, 저녁에는 산책을 하는 것이었다.

산책은 걸어다니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았는데, 위치가 여기라서 그런지 좋지도 나쁘지도 않는 것이 계속해서 이어져갔다.

전처럼 멀리 나갈 수도 없고, 무엇보다 오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할 수 없다.

이렇게 생각 없는 1주일을 지냈지만, 다행히 1주일이 지나자 생각이 막히고 끊겼던 것이 천천히 사라져 지금은 전보다 못하지만 자주 끊기거나 막히지는 않게 되었다.

나에게는 익숙한 생각을 좀 불안정하기는 해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제일 좋은 점이었다.

“여행이란, 다른 곳으로 떠나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1주일동안 가장 많은 주제는 여행이었다.

여행의 의미는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지만, 여행에 관심도 흥미도 없기에 지금까지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때 당시는 하루종일 책을 읽던 시절이니까, 자연스레 책 읽는 것 이외의 모든 것은 잊혀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본래 계획은 어긋난 홀로그램 공연을 본 후, 이상한 증상이 나타난 후 멀리 떨어진 곳까지 산책하러 갔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여행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러한 경험이 쌓이고 자연스럽게 이런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직은 무언가를 하면서 알아야 할 것을 찾지 못했다. 예상치 못하게 홀로그램 공연을 보고, 얼굴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관객들의 소리와 반응을 관찰했는데도 왠지 모르게 불쾌한 이 말만 알았다.

 “눈에 보이는 것을 의심해본 적이 있습니까?”

이것이 나에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앞으로도 영원히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짐작 잡히는 것이 하나도 없고,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불쾌감만 있다.

문득 옛날 기억이 조금 들었다. 이제는 너무 희미해 알 수도 없는 기억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불운한 기억이 많았다.

웃지 않고,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의지도 없던 것이 어린 시절이었다.

그때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다. 내가 아는 것은 오직 파란 하늘인데 어울리지 않은 검은색을 억지로 섞어둔 것 같다고 생각한 것, 안경을 써도 보이지 않는다고 누군가한테 말한 것,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리기 싫다고 절규한 것.

다른 것들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이상 기억나지 않았기에 알 수 있는 것들이 없다.

불운과 절규 같은 것들만 있었을 정도로 어린 시절에는 안 좋은 것들만 많았다.

점자를 배우는 게 너무 어려워서 자기혐오까지 이어진 것도 있었다.

옛날과 비교하면, 지금은 너무나도 다르다.

무안가를 찾는다는 것도 애매모호하지만, 일단 그것을 찾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여행을 가게 되면, 여기서 매우 멀리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기존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없기에 여행 중에도 책을 읽을 수 있게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대출은 최대 3주까지 가능합니다.’

도서관을 가면 자주 볼 수 있는 안내판이다. 자주 보느라 이 문구를 그대로 외워버렸다.

여행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모르겠지만, 1년정도는 되지 않을까.

1년정도 가면 도서관의 책을 대출해서 가져갈 수는 없다.

이렇게 되면 책을 사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예전에는 점자 책이 매우 비싸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까지 비싸지 않다고 했다.

책을 사가면 여행을 하는 중에도 책을 읽을 수 있다.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기에 대충 할 수도 없고, 안 가져갈 수도 없다.
여행이라고 해도 가져갈 물품은 그렇게 많이 보이지 않는다.
부모님이 오시는 시간은 저녁 정도라고 했으니, 그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현재 시간은 정오 30분정도인데, 계산해보면 5시간 30분정도 남아있어 시간이 매우 많다.

그때까지는 여행 간다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귀로 프로그램 시청이나 산책, 책 같은 것을 읽었지만 오늘 여행 계획을 세우자 급속도로 바뀌었다.

책을 사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만약에 대비한 정보 검색 같은 건 휴대 전화와 이어폰 같은 것을 이용하면 모든지 다 된다.

집안의 경제는 매우 좋기도 해서, 돈쪽은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계획은 매우 짧고 간단해 금방 끝났지만 몇 분밖에 지나지 않아, 남은 시간은 여전히 많았다.

주로 하는 생각도 지금은 특별히 할 게 없기도 해서 하지 않기로 했다.

1주일동안 했던 것들도 여행 계획을 짜고 난 후에는 지금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역시 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시간은 매우 많은데 할 것이 없는 그런 상황이 되어버렸다.

할 것은 없는데 시간이 넘쳐나는 상황은 대체 얼마만일까?

몇 십 년 동안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은 지식을 공부하면 알기는 해도 기억하지 못하거나, 응용해서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다가 갑자기 안 하면 모든 지식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번번.

시간이 매우 많아 이런 소소한 것들을 해보기로 결정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것들이라 아직은 어색하기만 하다.

내가 아는 지식들을 응용하고 잘 기억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기계로 치자면 부품 검사 같은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굳이 이런 것을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문득 생각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은 것도 있고 이런 것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납득했다.

“자신이 지식을 잘 알고 있다라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첫 번째로 이를 자신 있게 말해보는 것이다.”

예전에 잠깐 읽었던 책에는 그런 문구가 쓰여있었다.

이를 해보면 자신이 잘 알고 있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으며, 자신이 어디가 부족한지를 알 수 있다고도 말했다.

잘 알고 있는 것들은 매우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 중 첫 번째를 고르면 맹인에 관한 것들.

맹인이란 시각 장애인을 달리 부르는 말이며,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시력을 상실해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현재로써는 이 맹인을 치료할 방법은 없으며,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는 한 시력을 되찾을 방법 또한 없다.

맹인이라 진단받을 경우 생활 보조용 이어폰 기기를 무상으로 지급해주며, 교통비 혜택, 무인 자가용 무상 이용권, 생활 보조금을 지원한다.

최근 5년동안은 맹인을 대상으로 한 치료 실험이 진행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과학자들과 의사들이 열심히 연구하지만, 아직 확실하다고 할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맹인이 치유된 사례는 아직 보고된 적이 없다.

시력 장애 중 일부는, 현재 원인 자체가 밝혀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첫 번째는 끝났지만, 두 번째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이어하기로 했다.

색각 이상이란 눈속 세포에 문제가 생겨 특정 색을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완전히 인식할 수 없는 질병을 의미한다.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색약, 완전히 인식할 수 없는 것을 색맹이라 부른다.

색각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 중 3%이다.

빨간색 색약 등 특정 색깔을 잘 볼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드물게 파란색 색약 등이 겹치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

색약이 색맹보다 인구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드물게 모든 색상을 볼 수 없는 경우 또한 있는데, 이를 전색맹이라고 한다.

전색맹은 전체 색각 이상 인구 중 0.1%만 겪을 정도로 희귀하다.

현재까지 확실한 색각 이상 치료법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보조용 기구들이 많이 개발돼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 모두를 책에 써진대로 말해야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두 번째 주제만 말하는 것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에, 일단 다음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말한 지식들을 말에 섞어서 응용해 말해보자. 지식을 알고 있어도 응용하려고 하면 잘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맹인과 색각 이상 두 주제만을 사용해 응용해서 말하기로 했다.

“......맹인만큼 불운한 사람이 있기나 할까요. 남들은 다 보는 시야를 전혀 보지 못하고, 보인다고 해도 거의 안 보이거나, 안 보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경우, 심하게 노이즈 낀 경우까지 있는데.

맹인은 시각 장애인을 다르게 부르는 말이기 때문에 맹인 = 시각 장애인으로 이해하셔도 좋습니다. 맹인은 주로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사람을 자주 뜻하는 의미를 가지지만, 이를 무시하고 맹인만 써도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기술과 사회가 발전했어도, 아직 맹인은 치료하지 못하는 단계에 놓여있습니다.”

더 말하려다가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원래라면 기계 부품을 정리하듯이 하는 목적으로 말하려고 했는데, 말하다 보니 도중에 잘못된 방향으로 빠져나간 것 같다.

기분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말한 주제가 너무 안 좋아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여기 있는 책은 모든 지식을 이렇게 해보라는 의미로 쓴 것 같지만, 더 이상 하기에는 무리여서 책에 써진 내용은 나한테 해당되지 않는다로 결론을 내렸다.


잠에서 깨어나 시간을 보니 오후 3시.

기분이 급격히 안 좋아져, 일단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해 자고 일어났지만 시간은 오후 2시가 되어있었다.

보통 1시간 자지만 이번에는 2시간을 자버린 것 같다.

그만큼 정신이 피로했거나, 기분이 안 좋았을지도 모른다.

자고 일아나면 괜찮을 것이라는 말은 확실해서, 지금은 아까보다 덜했다.

이 정도라면, 시간이 지나기만 해도 자연스레 좋아질 것 같았다.

거기에, 아까보다 생각이 덜 끊기고 덜 막히는 것도 있으니 더 좋아진 것 같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자고 일어나면 걸어 다니는 것이 좋기에 잠깐 산책을 나갔다 오기로 했다.


“제가 살 거요?”

“그래. 최근 뭘 사준다거나 한 적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사보려고 해.”

“살 거라도 해도 저는…..”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나중에 정해지면 전화해.”

“네.”

살 거라고 해도 특별히 없는데, 갑작스럽게 전화가 오니 놀랐다.

만에 하나 나한테 살 것이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역시 떠오르지 않는다.

정말 필요한 물건은 이미 다 가지고 있고, 무언가를 소유해야 한다는 소유욕도 거의 없다.

뭘 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빠가 아직 시간이 많으니 그때까지 정해두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무언가 생길지도 모른다.

휴대폰을 넣기 전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후 4시.

부모님은 오후 6시에 온다고 했으니 남은 시간은 이제 2시간 정도 있다.

생각하는 데에는 그렇게까지 많은 시간을 쓰지 않으니까, 이 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다.

“....아.”

자연스럽게 길을 걷다가 멈추고, 잠시 고개를 돌려서 다른 곳을 봤다.

산책을 하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이 도시에 살지만 중심부로는 가본 적이 없었고, 이쪽 근처도 많이 돌아다닌 적이 없어 아는 길이 매우 적은 편이다.

다른 사람들은, 중심부로 가면 하나같이 엄청 큰 규모의 건물이나 시설 같은 것이 있다고들 말했다.

여행을 가보기로 결정했다면 일단 내가 사는 곳부터 탐방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앞에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반은 넘은 것이라며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다.

부모님한테 말한다고 해도 곧바로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기도 하니 시기와 시간도 충분하다.

그 전까지는 산책만 하기로 했었지만, 오늘부터는 도시 중심부 탐방 및 가보지 않은 곳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이 도시의 크기는 정확히 모르지만, 일단 매우 크다고 알고 있다.

그 동안 관심을 전혀 가지지 않아서, 이 도시에 대해서는 중심부, 외곽 둘로만 나뉘어져 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

길 가다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듣고 중심부는 매우 크고 여러가지가 있다고들 했지만 그 이상까지는 모른다.

결국 이 도시에 오래 살았으면서 거의 무지하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지금 생각할 수록 기묘한 기분만 들었다.

현재 내가 사는 곳은 외곽 지역.

외곽 지역에도 여러 시설이 있고 부족한 것은 없지만 중심부는 얼마나 더 크다는 걸까?

품질도 결코 떨어지지 않고, 평균 이상을 오르는 것들이 외곽 지역에 있다.

그렇다면 중심부는 하나같이 최상위 품질인 것들만 줄지어서 늘어서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계속 걸어가며, 내 말을 인식하는 기계한테 물어봤다.

“이 도시 크기는 어느 정도야?”

「전체 면적 약 400km2 입니다.」

400Km2이면 전에 갔던 곳보다 2배는 넘는다.

“현재 위치에서 중심부로 가는 데에 시간은 어느 정도로 걸려?”

「걸어서 가면 3 ~ 4시간정도 걸리고, 전철을 타면 15분만에 도착할 수 있고, 자가용을 이용하면 40분정도 걸립니다.」

15분정도 걸리니 시간이 모자랄 일은 없어 보인다.

도시 크기가 매우 커서 전체를 다 둘러볼 수는 없지만, 중심부라면 어느 정도 많이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다.

전철역으로 가, 계산하고 좀 기다리면 전철이 도착했다.

익숙한 전철에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많지 않았다.

아침 시간에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급격히 높아지다가 저녁에는 사람이 줄어든다.

앉아서 잠을 자고 있는 사람, 졸면서 계속 깨는걸 반복하는 사람, 자리가 많이 비었는데도 굳이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표정은 선명하게 볼 수 없지만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밖에도 내가 쓰는 이어폰 기기 같은 걸로 듣는 사람, 전화하는 사람, 메신저 같은 것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 섬세하게 관찰해보면 제각기 모두 무언가를 하고 있다.

비록 그 사람들이 뭘 위해서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눈에 선명하게 보인다.

보통 선명하게 보인다라는 말과 다르게 나한테는 노이즈가 끼어있음에도 라는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눈에 보이는 것을 의심해본 적이 있습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공연자는 단지 공연의 흥을 돋보우기 위해 그런 말을 꺼냈을지도 모른다.

심오하게 파고들 필요 없이 그저 흘려 들어도 될 만큼 가볍게 넘길 수 있을 정도의 의미일 수 있다.

그 사람이 말했던 의도와는 관계없이 다른 의미로 이해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면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을 의심해본 적이 있냐고 의문을 던지는 것이 된다.

내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이 하는 것을 의심해본 적이 있냐는 것은 역시 너무 나아간 것이 아닐까.

다른 사람의 생각도 모르는데 멋대로 판단할 수도 없는 법이다.

생각과는 별개로 시간은 매우 빠르게 흘러, 얼마 지나지 않아 음성으로 도착했다는 알람이 나왔다.

중심부의 전철역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가기 전 생각했지만, 생각대로 이루어진 것 같다.

전철에서 내리고 조금 걸으면, 내가 탔던 곳과는 별개로 거대한 크기가 첫 번째로 보였다.

그리고 전차에 있었던 사람과는 별개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전철역에서 걸어 다니고 있었으며, 그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듯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걸으면 걸음에 맞춰 빛나는 길, 초고속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홀로그램 공연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발전되어 보이는 홀로그램 안내 장치 등.

중심부라면 더욱 발전된 홀로그램 기술을 쓰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눈으로는 차이점을 느낄 수 없어서 잘 알 수 없다.

전철역은 일단 전철역의 역할만 수행할 뿐이니, 많은 것들은 전철역 바깥에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도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많았는데, 나가면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이 있을까?

초고속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큰 입구와 함께 유리창 너머로 거대한 건물 하나가 보였다.

지금 시간은 오후 4시 25분인데, 조금 어두워 보이는 하늘과 불이 켜진 건물들이 조화롭게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 건물 하나 있었고, 그 옆으로 건물들이 세워져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 건물은 세 개의 건물이 이어진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맨 위쪽에는 뾰족한 원판 같은 것이 연결되어 있었고 그 아래로 갈 수록 각 건물을 오갈 수 있는 통로 같은 것이 연결되어 있었다.

저런 형태의 건물은 처음 보는데, 위험하지 않을까?

맨 위쪽은 금방이라도 깨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이고, 건물끼리 이어지는 통로는 갑작스럽게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불안정해 보였다.

물론 내 눈으로는 그렇다는 것뿐, 실제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고 멀쩡히 서 있었다.

기술력도 옛날에 비해 급속도로 좋아졌다고 하니, 겉으로 보기에는 그리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엄청나게 튼튼한 재질로 지었다거나 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아니면 훨씬 혁신적인 건설 방법을 써서 내구도가 더욱 올라갔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잘 모르겠지만 내가 모르는 방법을 써서 매우 안전하게 지었을 것이라 추정했다.

큰 입구를 지나 전철역을 나오던 도중 문득 새로운 생각이 하나 더 들었는데, 사실 나만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은 전혀 이런 생각을 안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중심부.

다른 중심부 중에서도 핵심인 곳이 내가 바로 서 있는 곳이다.

아까 봤던 건물들은 어느새 다른 곳으로 사라진 것 같이 잘 보이지 않았고, 어느새 초대규모의 도시 풍경만이 눈에 보였다.

옛날 사람들이 몇 십 년 후 미래의 모습을 생각했다면 아마 이런 것이 아닐까.

과거에 비해 더 높은 건물들이 빛을 발하며 도시 광경에 맞추어 아름답게 지어져 있었으며, 홀로그램 광고가 주위를 장식했다.

그 밖의 빛나는 건물들도 많이 보였지만, 그림을 그린 것 같이 어색함 없이 지어져 있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아름다운데 광경 아래에는 빛을 프리즘으로 흩뿌려 놓은 듯이 보였다.

거대한 강이 도시 광경과 어색함 없이 자리잡고 있었다.

남는 시간 동안 중심부를 탐방하려 했지만 처음부터 마주 본 것이 너무 규모가 컸다.

사람들이 중심부로 가면 엄청나게 큰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겠다.

이 광경은 분명 극히 일부분이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을 텐데, 그것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하다.

본격적으로 탐방을 시작하면 이보다 더 거대한 것이 보일지도 모른다.

이것만으로도 너무 거대하기에, 경외감과 함께 부정적인 것을 동시에 느껴졌다.

부정적인 것이 뭔지 알 수 없고, 찾아보려고 해도 찾을 수 없이 계속 제자리걸음만 할 뿐이다.

절대 알 수 없다라는 것이 답답한 마음만 증가시키는 것만 같았다.

지금은 절대 알 수 없어도 나중에는 알 수 있는 날이 올까?

이런 말을 해봤지만 언제나 그랬듯 절대 알 수 없었다.

왜 절대 알 수 없는 걸까라는 질문까지 이어지지만 이것 역시 알 수 없다.

이번에도 전과 다를 바 없이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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