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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단편
게시물ID : panic_992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문화류씨
추천 : 19
조회수 : 23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9/03 16: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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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01 독서실 귀신

 때는 2003년 무더운 여름방학이었다. 당시 고등학생 2학년이던 나는 공부하고 담을 쌓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아들의 마음도 모르고 학원가라, 공부해라 같은 잔소리를 퍼부었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묘안으로 엄마의 잔소리를 피할 수 있는 독서실을 끊었다. 당장 근처 만화방에서 가방 한 가득 만화책을 빌려서 들어갔다.

 “우와?!”

 정말 피서지가 따로 없었다. 빵빵한 에어컨에 푹신한 의자, 이곳이 진정 파라다이스였다. 이후 매일같이 독서실에서 만화책 보다가, 핸드폰 게임 하다가 시간 맞춰서 집에 갔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편의점에서 컵라면에 삼각김밥 두 개를 때리고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배가 불러서 그런지 잠이 쏟아져 내리는데 참을 수가 없었다. 에어컨 바람이 너무 강해서 긴 겉옷을 꺼내 입고 엎드렸다. 마치 이란 블랙홀이 있다면 제대로 빨려 들어간 것 같다. 세상이 어떻게 되든 말든 꿀잠 속에 빠져있었다.

 얼마나 잤을까? 등 뒤에서 독서실 아저씨가 나를 깨우는 소리가 났다.

 “학생, 이제 독서실 문 닫을 시간이야. 어서, 일어나라.”

 아저씨의 말에 눈을 뜬 나는, 이상하게 그날따라 겨드랑이 사이에 있는 공간을 통해 뒤를 엿보게 되었다. 다리 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일어나려는 순간이었다. 정신이 차려지면서 갑자기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그렇게 놀랐던 적이 없었다. 아마도 그날, 날 부르는 사람은 아저씨가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내가 본 다리부분이 흰 비단 저고리에 검정 고무신을 신은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마치 조선시대 소복 입은 여자를 연상시켰다. 한 동안 고무신의 주인은 내 뒤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02 각시도

 어린 시절, 친구네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500년 전에 충청남도 청양에는 아주 못된 여자가 살고 있었단다. 지금으로 따지면 반사회적 성격장애로 남편이 자신보다 자식들을 더 좋아한다고 하여, 질투가 난 나머지 자식 둘의 생명을 빼앗아 버렸다. 그것을 발견한 남편이 화를 내며 달려오자, 그녀는 옆에 있던 커다란 돌을 던져 남편도 죽여 버렸다. 시체를 치우다가 마을 사람들에게 발각 된 여자는 시신을 언덕 아래로 아무렇게 밀어버리고 산 속으로 도망을 쳤다.

 뒤늦게 관아에서 알게 되자, 그녀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며 야밤까지 포졸들을 풀어 샅샅이 산 속을 뒤졌다. 그러나 찾은 것이라곤 여자가 죽인 아이 둘과 남편의 시체뿐이었다. 얼마나 잔인하게 죽였는지,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가 마을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었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도 못해 내려 온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소문이 날대로 나버린 상황이라, 마을 사람들이 고운 시선으로 볼 리가 없었다. 배가 고파서 먹을 것 좀 달라는 여자에게 밥은커녕 길에 있던 돌을 잡아 던질 뿐이었다. 무수히 날아오는 돌을 맞은 여자는 자신에게 왜 그러는 것이냐며 버럭 화를 냈다. 허나 마을사람은 자신의 죄도 모르냐며, 힘껏 돌을 던졌다.

 결국 여자는 돌에 맞아 죽었다. 하지만 죽는 순간까지 결코 쉽게 숨을 거두지 않았다. 반드시 귀신이 되어, 마을 사람들 모두를 잔인하게 죽이겠다며 협박을 하고 눈을 감았다.

 관아에서도 끔찍한 사건의 범인이라 하여, 시체를 버리던 터에 그냥 던져 놓았다. 당연히 제사 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살인사건은 종결이 났다.

 그런데 며칠 후, 어떤 가정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현모양처로 소문난 윤씨 부인이었다. 자고 있던 아이와 남편을 낫으로 살해한 것이었다. 문제는 이런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신분을 막론하고 부인이 남편과 아이를 살해하는 사건이 매일이었다. 고을에는 공포로 물들었다. 대부분의 가정집에서는 안전을 위해서 여자들을 창고에 홀로 가두었다.

 사또는 요상한 일이 왜 연이어 일어나는지, 아랫사람들에게 알아보라고 명령했다. 이방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말하길,

 사또, 이전에 죽었던 먹쇠네 아내가 귀신이 되어 복수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귀신의 짓이란 말에 겁을 먹은 사또는 당장 유명한 무당이나 퇴마사를 찾으라고 했다. 그러나 많은 무당들이 거절을 했고, 거역하면 죽이겠다고 하니, 그날 밤 도망을 쳤다.

 그러던 중 아래지방에 있는 동래라는 곳에서 수양하던 젊은 스님을 어렵게 모셨다. 사또는 어린 녀석이 무얼 할 수 있게냐며 의심을 했으나, 믿을 방법 밖에 없었다.

 다음 날, 스님이 두루마리 하나를 말아서 사또에게 주었다. 귀신을 잡아서 그림 속에 가두었다고 했다. 사또가 확인을 하기 위해 그림을 펼치려고 하자, 스님이 말했다.

 절대 그림을 펼쳐서는 안 됩니다. 그림을 펼치게 되면 어렵게 가둔 귀신이 그림 속에서 나와, 다시 세상을 어지럽히고 말 것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이후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사또는 그림에 각시의 귀신이 봉인 되어 있다고 하여 각시도라고 이름을 붙였다.

 각시도는 친구네 집의 창고에 고스란히 모셔져 있다고 들었다. 언젠가는 한 번 그 그림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벌써 20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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