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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연재] 평생,비둘기
게시물ID : readers_322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밤의작가들
추천 : 3
조회수 : 23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8/09/04 01: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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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비둘기는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태어났을때부터-


그럼 비둘기는 언제까지 살아?

평생-




텅빈 공원 벤치의 그는 괜히 옛 추억이 떠오르고 막 그런다. 작고 어렸던 시절, 베트맨같은 검은망토의 히어로가 동네건달같은 비둘기들을 다 잡아가준다고 믿던 그때, 그는 과연 행복했었나? 모르겠다. 몽상속에서 그는 이미 슈퍼히어로가 되어있었고 형은 날아가는 그의 새까만 뒷꽁지를 따라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뛰고 막, 그랬다. 그러다 형은 어느새 구부러진 언덕 길 골목에서 길을 잃었는지 어느새 없고. 막, 그렇다.


그게 언제적이냐 정말, 하.


그는 기지개를 켜다 날개뼈를 만지작거린다. 심심하면 긁는 버릇이 또 튀어나온다. 아, 형이 자꾸긁지말랬지? 머쓱해지면 입을 뾰족 내미는 버릇을 아직 버리지 못했다. 형이 싫어하겠네. 오디션은 또 낙방이다. 낙심이란 것도 계속 겪다보면 무던하게 떨어지는 낙법같은걸 연마하게 된다. 처음 떨어졌을땐- 영원히 지속될 것 같던 절망감이 떠오른다. 한심하게 쳐다보던 사람들의 눈꼬리가 여적 이어져온다. 그렇게 멍청하게 오디션장 한 모서리에 영원히 박혀있을 것만 같았는데- 근데 그건 그저 어떤종류의 느낌일 뿐이었다. 그게 그저 한순간 느껴지는 한심한 자괴감 정도란걸 인지하게 됬을 때에, 그는 꿈으로 가기 위한 어떤 경험을 얻은듯 했고 한단계를 올라선 듯 싶었다. 그리고 언젠간 그의 꿈이 이루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그냥 그저 그런 느낌일 뿐이었던가.  몰라. 하지만 형이 사라졌을때의 절망감. 그건 그저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선명하게 잡히는 딱딱하고 낮은 검은 아스팔트 덩어리였다.


그와 형은 꿈을 쫒아 도시의 아스팔트 위로 어울리지 않게 두둥실 떠올라온 부표들이었다. 공무원을 꿈꾸던 형이 먼저 왔고 그다음에 스턴트맨을 꿈꾸던 그가 올라왔다. 하늘을 나는 것이 꿈이었던 소년이 스턴트맨을 꿈꾸게 되는건 자연스러운 흐름같았다. 처음와 본 도시엔 빛나는 것들이 많았다. 비둘기도 많았다. 꿈이란건 비둘기의 마법과도 같아서 꿈의 광장 근처에 하루종일 구구 맴돌다보면 누가 던진 새우깡처럼 운좋게도 나에게 주어질 것만 같았다. 그무렵의 형과 그는 매일 하숙집 앞 평상에 누워 맥주 한캔을 나눠마시며 나의 꿈과 너의 꿈 따위와 우리의 꿈같은 이야기들을 입으로 잘게 부수어 맛있는 과자처럼 입안에 한가득 머금어보곤 했었다. 매번 맥주는 중간도 못마시고 김이 다 새고야 말았다. 그때 그는 과연 행복했었나. 모르겠다.


형이 사라진건 시험에 연달아 아홉번인가- 열번인가를 떨어졌을때였다. 텅 빈 방안에서 그는 혼자 날아가고있는 상상을 했다. 형이 사라지기 전날 밤엔 비가 왔다. 그날 형은 내가 영원히 살것도 아닌데 평생 꿈같은 것에 희생당하고 싶지 않다라고 했다. 그리고 난 이제 행복해질거야-라고 했다. 형이 혼자 빗물이 샌 운동화로 절벅절벅 자국을 남기며 내려갔을 가파른 계단을 그도 내려가게될까- 아니. 그는 다짐했다. 난 형과 달리 평생 꿈을 놓치지 않으리라- 그랬던것 같다.


하지만 그 무렵부터였다. 그의 마음속에 솜깃털같은 의혹이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은. 또 그무렵부터였다. 태어나서부터 평생을 산다는 비둘기와 그의 깃털처럼 그또한 결국엔 날지못하고 도시의 하찮은 가짜 불빛들에 이끌려 낮은곳을 더럽게 헤매이기만 한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은.


마지막 오디션. 오늘이 마지막이었는데.


그는 막, 텅빈 공원 벤치에서 일어나 섰고 더이상은 날지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좀 행복해질까? 모르겠다.



written by 쏘피 / 밤의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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