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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스릴러] 리와인더 21~22
게시물ID : panic_992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홍염의포르테
추천 : 5
조회수 : 730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8/09/08 22:02:29

 꾸준히 쓰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봐주시는 분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추천과 댓글은 힘이 됩니다!)



21.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10시가 조금 안 된 시각이었다. 이른 시간 탓인지 병원에 사람은 그렇게 없었고 나는 바로 물리치료실의 침대에 누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하연이는 뭐 하고 있으려나.


나 ‘뭐해? 일어났어?’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하연이에게 톡을 보냈다. 아마 나갈 준비를 하고 있으려나. 내가 톡을 보낸지 얼마 되지 않아 하연이가 읽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답장이 왔다.


하 ‘어? 응응. 일어났지.’


하 ‘무슨 일이야? 아침부터 먼저 톡하고?’


뭐라고 답장하지? 당장 오늘 뭐 하냐고 일일히 물어보는 것도 이상하고.


나 ‘어제 쓰러졌다며. 걱정돼서 했지. 오늘은 좀 괜찮아?’


하 ‘완전 괜찮아! 어제도 집에 가서는 완전 멀쩡했다니까?’


하 ‘남들이 걱정할까 봐 집에 가긴 했는데, 왜 쓰러졌는지 모를 정도로 괜찮아’


나 ‘그래?’


하 ‘쪽팔린 것만 빼고 ㅋㅋ’


평소대로라면 하연이가 토요일은 논술학원에 가는 날일 것이다. 성실한 하연이의 성격 상 당장 쓰러질 정도로 열이 올라가도, 마스크를 끼고는 콜록거리면서 수업을 들으러 가겠지. 어제 좀 쓰러졌다는 충격이 있어도 몸이 멀쩡하다면 가려고 할 것이다.


나 ‘ㅋㅋ 오늘은 논술 학원 가지?’


하 ‘응. 가야지!’


나 ‘몸조리 해야 하는 거 아냐?’


하 ‘으웅...’


나 ‘그래도 학원은 갈 거지? 그럼 갔다 와서라도 집에서 쉬어 ㅋㅋ’


하 ‘알았어 ㅋㅋ 넌 뭐해?’


나 ‘물리치료 받는 중 ㅋ’


하 ‘아직 아파? 괜찮다며?’


나 ‘혹시 모르니까 ㅋ 별로 안 아픈데 꾸준히 받는 게 좋다고 해서’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몸이 아파서 대응 못 했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안 된다.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는 편이 좋았다. 물론 지금 움직여서 막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움직이겠지만 그러기엔 정보가 없었다.


하 ‘?’


하 ‘니가 언제부터 그랬다구 ㅋㅋㅋㅋ’


하 ‘괜찮다니 다행이네.’


사실 평소라면 귀찮아서라도 안 왔을지도 모른다. 굳이 이렇게 나온 것은 겸사겸사 나온 것도 있었고 혹시 모를 대비이기도 했다.


나 ‘아무튼 학원 잘 갔다 와서 푹 쉬어!’


하 ‘응. 너도 치료 잘 받구.’


흐아. 이제 어쩌지. 원래의 나는 어떻게 했을까. 오늘은 별로 문제가 없으려나. 아니 안일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일단, 하연이가 다니는 학원이 이 근처였지? 하연이가 학원에 가는 것까지는 봐둘까. 그편이 안심될 것이다. 근처에 카페가 있으니 거기서 하연이가 학원에 제대로 가는지 봐두는 것도 좋겠지. 하연이가 등원하는 동안 카페에서 계획이라도 생각해야지.




물리치료가 끝나고 나는 길 건너의 카페에 들어갔다. 돈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고, 쓴 것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적당히 가격이 싼 아이스티를 하나 시켰다. 그리고는 창가를 마주하는 자리에 앉아 밖을 바라봤다. 하연이가 다니는 논술학원도 보이고, 내가 조금 전에 걸어 나온 병원도 보인다.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리와인드를 켰다. 괜히 켜본 것이다. 이번엔 계획된 시간에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러니까. 이번엔 계획대로 되돌린 것이겠지. 아닐 가능성도 있겠지만, 아닐 것이다. 아니겠지. 난 나를 믿을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는다면 리와인더를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막상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뭘 알아야 떠올리지. 하연이는 언제 오려나. 대충 학원 가는 시간은 알고 있지만, 정확히 언제인지는 몰랐다. 대충 시간을 때우다 보면 오겠지.


아이스티를 빨대로 마시며 밖을 바라봤다. 왕복 4차선 도로 건너편에 지나다니는 사람들. 아직 하연이는 보이지 않는다.


월요일에 발생하는 일은 무엇이려나, 사고? 사건? 어떤 일인지에 따라 대응 방법도 달라질 것이다. 사실 위치가 특정된다면 위치를 통해서 어떤 일인지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미친 사이코패스새끼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아마... 사고겠지. 사고일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하지만...


그때 창밖을 보던 내 시선을 잡아끄는 사람이 있었다. 어딘가 낯이 익었다. 큰 키에 다부진 체격, 스포츠머리까지 학교에서 가끔 보았던 체육선생이었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물론 학교에서 몇 번 보기는 했으니 낯이 익을 수 있었다. 하연이나 지혜가 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체육시간이 겹칠 때도 봤었으니까.


그러나 내 시선은 그 체육선생에게 고정되어 그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는 내 시선을 강탈하여 도무지 놔주지 않았다. 게다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알 수 없었기에 나는 더더욱 당황스러웠다.


체육선생은 내가 나온 병원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음에도 병원의 문 너머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를 끌어안고서.


“야!”


“왁!”


그때 내 귀에 대고 소리를 질렀고 깜짝 놀라 나도 덩달아 소리를 질렀다. 뒤돌아보니 내 뒤에는 어느새 하연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그런 하연이의 얼굴을 보고는 더 놀랐다. 뭔가 오버랩되며 시야가 붉게 물드는 듯한 착각이 들고 알 수 없는 꺼림칙함과 공포심 그리고 슬픔. 몸이 절로 움츠러든다.


“어. 어...”


와장창!


“전남석! 괜찮아?”


아으..... 머리가 울린다. 뒷통수가 제대로 깨진 느낌이다. 뒤통수에 가져다댔던 손을 보니 다행히 피는 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하연이에게서 멀어지려고 한 탓에 의자가 뒤로 넘어가 버렸다. 머리가 띵한 느낌이지만 나는 의자를 다시 세우고는 거기 앉으며 말했다.


“어... 응. 괜찮아.”


나는 애써 괜찮은 척을 하며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내렸다. 하연이는 그런 날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뭐야. 하하핫. 그렇게 놀랐어?”


“갑자기 뒤에서 놀래키는데 누가 안 놀라?”


“글쎄? 나?”


“진짜?”


내가 겁주려는 마냥 모양새를 취하자, 하연이가 살긋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에헤? 뭐? 해보자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니지만.”


나는 후환이 두려워 바로 꼬리를 내렸다. 언제 여기 왔지? 체육선생한테 정신이 팔린 사이 날 발견하고 왔나? 학원은?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자, 대충봐도 평소에 학원 가는 시간이 지나있었다.


“학원은? 안 가?”


“갔지!”


“갔다고?”


언제? 내가 체육선생 때문에 못 보고 있는 사이에 가버린 건가.


“갔는데...”


하연이는 말끝을 스리슬쩍 흐렸다. 얼굴도 찌푸린 게 뭔가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이었다.


“엄마가 학원에 전화했더라고. 다시 돌려보내라고.... 에휴. 괜찮다니까... 정말.”


... 아마 집에서 나올 때도 하연이를 말렸겠지만, 그래도 학원을 가겠다고 나가버리니 학원에 이야기 한 모양이었다. 이럴 때라도 좀 쉬면 좀 좋아? 부모님도 걱정하는데, 고집이 너무 세서 문제다.


“부모님도 걱정한다니까 그냥 좀 쉬어. 공부는 집에서 해도 되잖아?”


“그렇긴 하지만... 학원비 아깝잖아.”


“...”


나는 뭐라 더 이야기를 꺼낼 수는 있었지만 그래서는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굳이 하연이를 상대로 말싸움을 이겨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나는 그저 아직도 힐끔거리며 병원의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뭐하고 있었어?”


“아. 그냥 집에 가려는데 더워서...”


“근데 저기 뭐라도 있어?”


“어?”


“아까부터 자꾸 저 병원 보길래.”


하연이가 손가락으로 병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제서야 아직도 내가 병원을 보고 있다는 걸 깨닫고 시선을 거뒀다.


“아. 그냥. 체육선생이 저기로 들어가길래.”


“오주혁?”


“너희 체육선생 이름이 오주혁인가?”


“응.”


오주혁이라. 이름을 듣기는 했었는데, 기억도 못 하고 있었다. 평소엔 그만큼 관심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감정이 들다니 이해가 안 됐다. 왜지? 왜?


“아.”


뭔가 머릿속을 스쳤다. 비슷한 감각을 느낀 적이 있었다. 저번 교통사고 직전에 모르는 여자애를 보고 느꼈던 감각. 낯설었지만 낯설지 않은 기묘한 감각.


리와인더의 기시감이었다.







22.


리와인더의 기시감이었다.


문제는 그게 왜 저 체육선생한테서 느껴지는가.


불안감이 느껴졌다. 직감이 나에게 경고했다. 편두통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얼굴이 절로 찌푸려진다. 한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괜찮아? 전남석? 왜 그래? 아까 넘어진 것 때문에 그래?”


“아니... 아냐. 괜찮아.”


“괜찮긴! 뒤통수도 살짝 부은 거 같은데? 혹이라도 난 거 아냐?”


“으응... 잠깐만 조용히 해줄래.”


“어... 응.”


생각하자. 체육선생. 오주혁. 그에게서 느껴지는 불길한 느낌. 리와인더와 관련된 듯한 그 느낌. 위화감. 그는 나의 리와인드와 연관되어 있었다. 그것도 매우 불안한 느낌으로. 이렇게 확실한 감정이 다가온 것은 처음이었다. 보통 리와인더 직후가 아니라면 이런 느낌은 없었다.


오주혁. 그가 나에게 그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 거겠지. 나의 직감은 그를 의심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를 쫓으라,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하연이를 떨쳐낼 수 있을까? 하연이가 원래라면 학원에 가야 하지만 쫓겨난 신세고 집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나도 물리치료가 끝났으니 집으로 가야겠지. 하연이도 그것을 알 것이다. 게다가 집도 같은 아파트이니 방향도 같았다.


하연이랑 같이 갔다가 돌아오면? 체육선생이 병원에서 언제 나올지는 모른다. 병원은 아침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으니 금방 끝나고 나올 수도 있었다. 치료를 받는다면 조금 더 걸리겠지. 들어간 지 몇 분 되지 않았다. 내가 하연이를 데려다주는데 10분. 다시 자전거를 타고 여기로 달려온다면 3분에서 5분.


어차피 떼어 놓긴 힘드니 다녀오는 게 빠르겠지. 놓친다면 어쩔 수 없었다.


“야. 너 또 이상하다?”


“...왜?”


“며칠 전이랑... 아니다. 혹시 무슨 고민 있어?”


하연이가 고개를 가볍게 흔들고는 물었다. 며칠 전 리와인드 때도 이렇게 물어봤었나? 나를 바라보는 하연이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 사실 내 스마트폰을 보려던 그때도 이랬을지도 모른다. 내가 예민했던 것이 문제였지만. 그리고 그 일이 있었기에 하연이가 조심스럽게 말을 돌린 거겠지. 하나하나에서 배려가 느껴졌다.


마냥 숨기기만 하는 건 하연이를 걱정시키는 일이었다. 하지만 말한다고 믿을 수 있을까. 증명하기도 힘들다. 그리고 계획 문제도 있었다. 섣불리 말했다가 계획까지 어그러질지도 모른다.


“응.”


“... 무슨 고민인데?”


“...”


하연이가 나를 살며시 올려보며 말했다. 부담감이 느껴졌다. 부담을 주려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시선을 돌리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의심만 더 산다는 것을 알았기에 하연이의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


“미안. 나중에 꼭 말해줄게.”


아마도 그 나중은 더 이상 리와인더가 제 기능을 못할 때겠지.


“... 알았어.”


“집에 가야지? 데려다 줄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하연이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납득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내 나를 따라 일어나며 대답했다.


“응.”



------



그렇게 하연이를 데려다 주고는 아까보다 15분 정도가 지난 뒤. 나는 자전거를 타고 병원 앞에 도착했다. 오는 길에는 아직 체육선생을 보지 못했다. 아까 체육선생이 병원으로 걸어온 방향이 내가 온 길과 같으니, 단순히 병원에 가는 일이라면 오는 길에 봤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일단 기다릴까? 아니면 안으로 들어가 체육선생이 있는지 확인해볼까. 만약 안에 없다면 시간 낭비만 할 것이다. 차라리 빨리 확인을 먼저 해보는 것이 좋겠지. 나는 자전거를 묶어두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대기실에서는 체육선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밖으로 나갔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안에서 치료받고 있으려나.


나는 간호사한테 치료실에 이어폰을 두고 온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고는 물리치료실로 들어왔다. 간호사는 전혀 신경도 안 썼지만...


물리치료실로 들어오긴 했지만 치료받는 곳마다 커튼이 쳐져 있어 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커튼 틈 사이로 엿보기는 가능했다.


하나 둘 확인하며 물리치료사가 의심의 눈빛을 띠기 시작할 때 나는 체육선생으로 보이는 사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있다는 것만 확인하면 되었다. 굳이 더 의심을 살 필요는 없겠지. 나는 미련 없이 물리치료실에서 나왔다.


아까의 알 수 없는 감정은 거의 잔여물이 되어 남지 않았다. 침착하게 그를 보고는 스스로에게서 아까처럼 집착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것도 리와인더 탓일까.


아까보다는 한층 냉정해진 기분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여러 가지를 떠올려보지만 무의미한 게 너무 많았다. 이성적이지 못한 판단뿐이었다. 하지만 리와인더라는 존재 자체가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존재였다. 이성적으로 판단할 근거도 없었다.


결국 나의 직감을 믿을 수밖에 없다.


평소에 나와 별 관련도 없던 체육선생이었다.


그런데도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


무언가 있다고밖엔 생각되지 않았다.


이전 리와인드나 그 이전에 엮여 있을 것이다.


내가 아직 겪지 못한 미래에서 리와인드를 실행하기 전에 그가 나와 엮였다.


어떤 방식으로 엮여있었는지 모른다.


리와인드가 내 기억도 지워버리니까.


그러나 내 직감은 말하고 있었다.


그것은 결코 좋은 감정은 아니었다고.


대기실을 지나쳐 병원에서 나왔다. 건물 밖에서 그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기다려서 어떻게 할지도 문제였다. 그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지만, 사실 그가 나와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일단 뒤라도 밟을까.


그러고 보니 오늘은 기다리기만 하는 것 같다. 아까도 하연이가 학원에 가는 것만 확인하고 돌아가려 했었지. 지금은 체육선생의 뒤를 밟으려 그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스토커 같네.


괜찮다. 뭐 신경 쓰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오늘은 딱히 일정이 없었다. 물론 공부를 해야 하지만 어차피 되돌리면 그때 해도 상관없었다. 지금은 리와인더와 관련된 것이 최우선이었다.


한참을 쓸데없는 생각으로 고민할 때쯤, 병원의 접수대에서 계산하고 나서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건물 옆으로 몸을 숨겼다. 뭔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이러지. 아니, 위험할지도 모르는 거다. 괜히 뒤를 쫓는다는 걸 들켜서 좋을 것도 없으니.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체육선생. 그러니까 오주혁이었나. 오주혁은 내 앞을 지나쳐서 왔던 길을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의 뒤를 쫓았다. 굳이 자전거를 가져갈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그저 열 걸음 정도 뒤를 따랐다. 그러고 있으니 뒷모습으로 보이는 그의 체격이 확실하게 다가왔다. 압도적인 피지컬.


그것을 보며 위압감을 느꼈다. 혹시나 그가 무슨 일을 벌인다고 해도 혼자서는 막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그와 나 사이의 거리가 벌어졌다. 심적인 압박감에 자꾸만 거리를 벌리게 되었다.


그는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미행도 들키지 않았다. 그는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와 같은 방향이었지만 근처의 다른 아파트 단지였다. 학교를 기준으로 거리는 조금 더 멀리 있었다. 그래 봐야 걸어서 5분~10분 차이였지만. 그리고 그 얼마 안 되는 거리에 도달할 때쯤 나와 그의 거리 차이는 30미터 가까이 벌어져 있었다.


내 몸이 그에게 가까이가는 것을 꺼려하듯 스스로 거리를 벌린 탓이다. 평소에 학교에서 가끔 스치듯 볼 때는 아무런 생각도 감정도 없던 상대였지만 갑자기 이런 감정이 들다니. 당황스러웠다.


그렇기에 나는 조금 더 확신할 수 있었다.


그가 나와 연관되어 있음을.


출처 1~2화 http://todayhumor.com/?panic_99067
3~4화 http://todayhumor.com/?panic_99068
5~6화 http://todayhumor.com/?panic_99072
7~8화 http://todayhumor.com/?panic_99076
9화 http://todayhumor.com/?panic_99079
10화 http://todayhumor.com/?panic_99091
11화 http://todayhumor.com/?panic_99094
12화 http://todayhumor.com/?panic_99099
13화 http://todayhumor.com/?panic_99104
14화 http://todayhumor.com/?panic_99110
15화 http://todayhumor.com/?panic_99119
16화 http://todayhumor.com/?panic_99126
17화 http://todayhumor.com/?panic_99134
18화 http://todayhumor.com/?panic_99174
19화 http://todayhumor.com/?panic_99186
20화 http://todayhumor.com/?panic_99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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