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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고, 나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2
게시물ID : readers_323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hinejade
추천 : 4
조회수 : 33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9/18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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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도 썼지만, 
나는 학비 때문에 조선소생활을 했었다.
쇳가루 날리는 텁텁한 소설은 조악하기 그지없어 
늘 그렇듯이 교수님께 퇴짜를 맞았고. 
지금와서 내 손에 남은 것은, 
글 몇줄뿐이었다.

도면이라는거대한 짐승의 해부도를 보자면 그는 항상 피부에 닿아오는 현실감에 몸서리쳤다

건설현장에서 느껴지는 현실감과 조선소에서 느껴지는 현실감의 괴리는 그 어긋남이 미묘했지만

우주로 향하는 궤도의 뒤틀림처럼 그 미묘함은 과격한 충격으로 항상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조선소를 군대처럼 생각했는데수용소같이 일정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모양새도 그 모양새대로 같지만

단순한 크기만으로도 느껴지는 감정 때문이었다

건설현장에서의 완성품을 수십 수백으로 모아 하나의 선박으로 조립하는 그 광경.

그 광경 속에서군대의 계급사회에서 느끼는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탈피되어 거대한 사회라는 톱니바퀴 속에서 깨닫게 되는 스스로의 하찮음을

단순히 크기만으로 느끼는 것이다

배라는 거대한 짐승 속에서 그 혈관을 당기고 있는 자기 자신은 

그 현실 속에서도 그 사고 속에서도 굉장히 하찮아 보였다

항상 그런 현실감에 몸서리를 치고 나서야 그는 작업을 시작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모든 협력사들이 모여있는 공정회의에서 
각 대표들의 사이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용어들을 대며 
뜨문뜨문 공정을 설명할 때.
왜 
나는 이들과 다들 삶을 살고 있다고
나는 아직 꿈을 위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다를 수 있다고 
마치 선민의식처럼
나는 내가 특별해지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는 것일까
수음처럼 보이는 이 쓸모없는 위안이
나를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왜 나는 알면서도 또다시 반복하고야 마는가.



만지기만 해도 불임이 될 수 있다는 항암제들은
고급스러운 종이박스에 한알 한알 포장되어 있었다.
아버지는 그것들을 
물 한모금과 함께 입에 털어넣었다.
배는 산만큼 부풀어 올랐고
그 속에는 대변과 소변과 물로 가득 차올랐다.
아버지는 퉁퉁 부은 손으로 
배를 쓸어내렸다.
아버지의 골수는 9할이 이물질이었고
그것만 뽑아낼수는 없기에, 골수의 9할을 무작위로 뽑아내야했다.
그말은
아버지의 몸이 9할정도 말라비틀어져야 한다는 뜻이었고
그걸 보는 
어머니와 나의 눈물이 9할정도 흘러내려야 한다는 뜻이었다.
아버지는 불면증 때문에 헛소리와 악몽에 시달리셨는데
그럴때마다 어머니는 
나에게 평소에는 하지도 않았더 기도를 시키곤 했다.
나는 머리를 쥐어짜내며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기도를 했는데
우물쭈물한 나의 기도는
내가 봐도 
실망스러웠다.
  


독실한 어머니는 
티끌만도 못한 나의 신앙심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단호한 한마디로 나를 금요기도회에 나가게 만들었다.
"남이 우리를 위해 기도하는데, 우리가족이 그곳에 없으면 되겠니?"
그건 근거없는 신앙심도 아니었고
그저 인간의 도리였기 때문에
그저 이것마저 지키지 못한다면,
나의 존재의미는 먼지처럼 바람에 날려갈 것 같았기에
나는 금요일 밤마다 지친 몸을 이끌고 교회로 향했다.
금요일 밤마다 아버지를 외치는 그들과 함께
나는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필요할 때만 갑자기 기도회를 나간다는 건 하나님께 속보이지 않냐"며 
재미없는 신성모독을 하는 내가 
기도를 하고 있었다.
어느새 교인들을 만날때마다 많은 기도 부탁드린다는 인삿말이
습관이 되어버렸을 때.
교회 지인의 어머니가 6개월 전에 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이후로
나는 그이에게 어머니의 안부를 물었던가, 생각해보면
현재의 내 모습과 괴리감이 생기고
아 나는 역시 쓰레기구나.
나는 6개월 전에도 쓰레기였구나.
라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몰아세웠다.
그 친구가 아버지의 안부를 물었을 때.
나는 정말.



세상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고,
나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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