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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노서 누들클럽 6
게시물ID : readers_323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문신사k
추천 : 1
조회수 : 25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09/18 12:31:12

 

주봉문이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처음 먹은 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중 하나가 당연히 짜장면일거라 생각했다.

친구들에게 짜장면 먹은것을 자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입 양옆에는 인증이라도 하는냥 짜장이 살짝 묻혀져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중 1등이 짜장면은 절대 아니라는 애가 있었는데 그애는 서울에서 방학기간동안 계둔에 놀러온 큰고모의 아들이였다. 내 또래로 얼굴이 유달히 하얘서 까무잡잡한 계둔 시골아이들속에서 유달리 눈에 띄는 아이였다.

 

훨씬 예전부터 짜장면을 먹어본것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것도 벌써 다 먹어봤다니 아이들은 말문이 턱 막혔으나 주봉문은 무슨 오기가 생겼는지 적어도 짜장면이 세상의 맛있는 음식중 5등안에는 들것이라고 얘기하자 그 아이는 20등안에는 들것이라고 가볍게 맞받아쳤다.

 

짜장면을 20등쯤으로 멀찌감치 밀어놓은 그 하얀 외사촌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 1등은 ‘함박스테이크‘라고 했다. 아무데서나 팔지도 않을뿐더러 서울에서도 고급식당에 속하는 레스토랑이라는 곳에서만 파는 미국음식이라고 했다.

 

입에 들어가는 순간 씹지않아도 혓바닥위에서 살살녹는 아주 우아하고 귀족적인 비싼 음식인데, 이것을 먹기 전에는 스프라는 국을 준다고 했다.

 

스프를 스푼으로 천천히 먹고 나서야 그제야 함박스테이크를 먹을수 있는데 이 순서는 이 음식에 대한 예의요, 매너였기에 이 순서를 틀린다면 그야말로 무식하기 짝이 없는 시골무지렁이 촌티를 내는 것이므로 꼭 스프를 먼저 다 먹고 나서 함박스테크를 먹어야한다고 했다.

 

그 말은 듣는 아이들은 그저 입을 헤 벌린체로 멍하니 침이 고여오는 것뿐이였다.

 

주봉문은 그날 새벽 함박스테이크를 꿈에서 보았다.

 

그 외사촌말대로 수프를 먹고 함박스테크를 먹어야 했지만 주봉문은 검은꽁보리밥에, 하얀 순백색의 함박스테이크를 먹다가 노란수프를 떠먹기도 했는데 그 때 주위의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나를 경멸어린 눈으로 쳐다보는것이었다.

 

그래도 주봉문은 꾸역꾸역 그것들을 먹었는데 급기야는 꿀꿀꿀 소리를 내며 그것을 먹고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주봉문의 모습은 마른똥이 여기저기 묻어있는 돼지가 되어 남들이 먹다버린 수프와 스테크를 우걱우걱 꿀꿀거리면서 먹고 있었다.

 

방구도 뿡뿡뿡 뀌여가며 꿀꿀꿀 잘도 처먹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하하하 깔깔깔 웃으며 포도주를 마시고 있었다.

 

주봉문은 무서운 함박스테이꿈에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옆에서 자던 할머니는 손자가 꾼 꿈을 다안다는 듯 괜찮다,괜찮다,이제 다 괜찮다, 주문처럼 외우며 내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주었다.

내내 할머니젖을 만지며 칭얼댔던 주봉문은 새벽녘에서야 얼풋이 잠들어 아침에 일어날때는 생전처음 육체적 피곤함을 느껴봤다.

 

주봉문은 심술이 나고 부아가 치밀어 하얀 외사촌을 패줘야겠다고 결심하고 아침밥을 의식적으로 든든하게 먹었다.

 

물론 함박스테이크를 수시로 먹은 덩치큰 하얀외사촌과는 싸우지않았다.

 

그저 흠씬 패는 상상만 했을뿐...,

 

‘그래 짜장면을 만들어보자‘

 

전신득옹의 말을 들은 주봉문은 다짐했다.

 

어린시절 함박스테이크의 악몽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은 함박스테이그에 버금가는 아니 함박스테이크를 넘어서는 짜장면을 만드는 것 뿐이리고 주봉문은 생각했다.

 

 

왠지 가슴이 메어지듯 억울하고 숨이 콱 막히는것처럼 답답하여 집구석에만 틀어박혀 있었던 주봉문은 전신득옹을 만나고 온날부터 중국집 창업에 대해 알아보았다.

 

아직 한창 일할 나이에 몇 달동안 집안에만 틀어박혀 끙끙 앓는 척하는 모습이 스스로 생각해도 용납이 되지않았었는데 이제는 무엇을 해야할지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날을 새며 골몰히 생각하던 어느날 아침 주봉문은 무작정 짐을 싸서 서울에 올라갔다.

 

그리고 세달반만에 추석을 맞아 내려온 주봉문은 다시 서울로 올라가지 않았고 콘테이너두개와 자신의 집을 이어 계둔 최초의 중식당 ‘계둔반점’을 차리는데 그의 개업식날을 며칠 앞두고 마을 어귀와 국도변에 길게 펼쳐진 현수막이 내걸렸다.

 

‘정통짜장 계둔반점 오픈기념 짜장면이 공짜!‘ 였다.

 

하늘은 푸르렀고 얕은 산넘어 해안에서 불어오는 짠바람에 현수막이 끄덕끄덕 움직이고 있었다.

 

계둔의 주민들은 갓난아기들을 제외한 이가 나고 씹을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개업날의 계둔반점 짜장면을 맛봤는데, 더러는 짜장값이라며 1000원,2000원을 놓고 갔고 아주 가끔의 몇사람은 주봉문과 친분이 있어선지 탕수육이나 팔보채를 시켜먹고 제대로 돈을 지불하고 가기도 했다.

 

주봉문의 짜장면은 특별할것 전혀 없는 지극히 평범한 짜장면이었는데 면은 수타면이었으므로 쫄깃하기는 했다.

 

물론 평생을 자동차시다바리만 했던 그가 수타면을 두세달만에 뽑아낸다는 것은 만화같은 일이다.

 

월급 300만원에 각종 중식요리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조건으로 6개월간의 기간제 주방장으로 모셔온 류씨는 14살때부터 배달일을 시작한 멀리 제철소가 있는 오래된 큰도시의 중화요리계에서 뼈가 굵은 34살의 젊고 싱싱한 사내였다.

 

그에게 반년간 열정적으로 진지하게 중국요리하는 법을 배우면 까짓거 자신도 충분히 잘 해낼수 있을꺼라 생각한 주봉문은 자신보다 19살이나 어린 류씨에게 류선생이라 부르며 열심히 땀흘려가며 주방일을 배웠다.

 

류선생은 일하나를 해도 건뜻건뜻 하는 법이 없었다.

 

양파를 썰고 파를 다듬고 감자를 깍아도 일을 끝낸 자리가 너저분하지 않고 항상 깔끔했다.

 

주봉문은 주방에서 온갖 잡심부름을 해가며 어깨넘어로 류선생의 칼질과 웍질을 쉴새없이 눈길을 주며 일을 배웠다.

 

계둔최초의 중식당 ‘계둔반점’은 전신득옹의 말대로 대로변손님들을 상대로 그럭저럭 매출이 올라 주방장 류선생의 월급을 맞춰주고도 나름대로 돈몇푼이 남아 주봉문은 그것에 대만족하며 행복해했다.

 

주봉문은 정말 오랜만에 밀폐된 공간에서 땀을 흘렸더니 어질어질 현기증이 다 났지만 잠깐 바깥으로 나가 부드럽게 스쳐가는 바람에 땀에 절은 목덜미가 서늘해짐을 느끼며 담배한대 태우는 것이 그의 조그만 낙이었다.

 

그렇게 그럭저럭 류선생에게 중국요리법을 전수받은 주봉문은 개업후 6개월이 넘어 류선생을 내보내게 되었다.

 

이제 진짜 주봉문의 짜장면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런데 거짓말같이 6개월이 지나자 매출이 감소하고 손님들이 떨어져나갔다.

 

주봉문의 짜장면은 맛이 없었던 것이었다.

 

원래 요리라는 것은 손맛을 심하게 탄다.

 

같은 춘장과 같은 양의 양파,돼지고기를 써도 칼질이 틀리고 웍질이 틀린 것이다.

6개월배워 중화요리 고수가 된다면 그건 그거대로 세상의 불공평인 것이다.

 

하루하루 매출은 떨어지고 손님은 찾아보기 어렵고 대로변의 계둔반점을 알리는 현수막의 빛은 바래갔다.

 

대로변의 날씨는 쾌청했고 계둔반점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고 계둔2리와 3리를 이어주는 길가의 횡단보도신호등 앞에 암회색 흙덩이들을 덕지덕지 덮어쓰고 있었던 경운기한대를 누군가 어중간하게 주차해 놓은 덕에 그곳을 지나는 모든 차들의 교통 소통에 장애가 되고 있었다.

 

주봉문은 그 경운기의 주차상태가 못마땅했는지 혀를 끌끌차며 담배 한 대를 피웠는데 어디서 손님한분 안오나 하는 눈으로 휘휘 둘러보아 가며 대로변에서는 뻑뻑 피우다가도 가게앞에서는 으레 발로 쓱쓱 꺼 버리는 것이었다.

 

하루종일 가게앞을 서성이며 들날날락 해봤자 담배꽁초만 가게앞에 쌓일뿐 안오는 손님들이 올리 만무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탄식과 한숨이 계둔반점 홀을 잠식하고 있을때쯤....,

 

산봉우리들은 웅긋웅긋 치솟아 있었고 대로변 건너 멀리 바다위 수평선에는 고깃배 한척이 감실대고 있었는데 그날은 주봉문이 공룡을 만난지 1년여가 지난 날이었다.

 

쾌청하다 못해 하늘이 유난히 높아서 구름마저 한점 보이지 않던 날의 오후였다.

 

저멀리서 헤드라이트불빛 찬란한 아메리칸 스타일의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한대가 특유의 엔진소리와 함께 바람과 뽀얀먼지를 일으키며 계둔반점의 주차장을 향해 천천히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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