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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1, 2
게시물ID : panic_993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ng
추천 : 14
조회수 : 162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09/28 13: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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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끝까지 읽으세요. 2가 더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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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남구 용호동에는 오래 전에 독수리들이 많이 살았다고 하는 독수리산이 있었습니다.(지금도 독수리들이 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독수리산 너머에는 이기대라는 천하 절경이 펼쳐진 바닷가가 있습니다. 기암괴석이 많지만 지역 주민 외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기대를 가기 위해선 독수리산을 넘어가야 하기 때문일 겁니다.

어느 날, 노래미가 제철이라 친구와 함께 이기대로 노래미 낚시를 갔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가서 포인트를 잡았는데, 짭짤한 손맛에 해가 저무는 줄 몰랐습니다.

어두컴컴한 밤에 독수리산을 넘어가려니 주변은 칠흑 같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상용으로 가져온 미니 랜턴으로 왔던 길을 더듬어 독수리산을 올랐습니다.

그런데 중간 갈림길이 나타났습니다. 올 때는 무조건 아래로 내려가서 몰랐는데, 산을 도로 넘어 오려니 저희가 온 길이 왼쪽이었던가? 오른쪽이었던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친구와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오른쪽으로 합의를 보고 한참을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친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랜턴도 없으면서도 어디로 간 건지, 목이 터져라 불러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친구를 부르며 계속 주변을 헤맸고 그러다가 처음 갈림길까지 돌아왔습니다.

링반데룽(Ring-wanderung)이라고 산을 오를 때나 넓은 고원 등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현상을 지칭하는 등산 용어가 문뜩 떠올랐습니다. 달도 없는 깜깜한 산을 헤매다보니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차분히 맘을 가라앉히고, 계속 오른쪽 길에서 돌았으니 이번엔 왼쪽 길로 친구를 부르며 올라갔습니다.

이번에는 한참을 가도 길만 이어져있을 뿐 도무지 끝이 안 보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헤매다 도착하니 약수터가 나왔고,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움직이려고 보니 너무 오래 켜놓고 있어서 그런지 랜턴이 꺼졌습니다.

마침 구름 사이로 달이 희미하게 비쳤고, 그 달빛을 따라 약수터에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이곳을 몇 번 왔다 갔다 했지만 처음 보는 곳이었습니다.

걷다보니 뭔가 군에서 쓰는 물건들이 많이 보였고, 그 가운데에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되었지만, 예비군일거라 생각되어 길이라도 물어 보려고 멀리 거리를 유지한 채 물었습니다.

"실례지만 길 좀 묻겠습니다."

공터에 있는 사람들은 대답이 없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지금 입고 있는 군복하곤 많이 달랐습니다. 분명 흔히 보던 군복은 아니었습니다. 좀 더 다가가려다가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습니다.

'간첩'

그 때만 해도 간첩선이나 간첩 이야기가 언론에 자주 나왔으니, 간첩이라 생각하니 콧등이 오싹오싹 해졌습니다. 한 명도 아니고 다섯 명 씩이나.

숨죽이고 한참 지켜보니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모두 다섯 명이었는데, 서로 마주보고 꼼짝을 안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 같이 고개를 푹 숙인 모습.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좀 더 다가갔습니다. 10미터 정도 되는 거리까지 다가가자, 갑자기 다섯 명이 일제히 제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윽, 다섯의 얼굴을 보는 순간 심장이 덜컥 거리며 숨이 콱 막혔습니다. 제가 본 것은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철모 속에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거무죽죽한 해골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너덜너덜 군복도 다 헤어지고 땅에서 오랫동안 묻었다가 꺼낸 것처럼 흙이 묻어 삮아버린 모습들이었습니다.

소름이 온몸을 뒤덮었습니다.
뒤돌아서 달아날 생각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엉덩방아 찧고 뒤로 슬슬 기어갈 뿐이었습니다.

해골과 시선이 마주치자 눈도 깜박거릴 수 없고 시선을 외면하기기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어느 순간에 해골들은 다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전 간신히 힘을 내 독수리산을 거의 굴러서 내려왔습니다.

그러다 도착한 곳은 분뇨처리장 근처였고, 전 친구고 나발이고 택시 잡아서 바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이야 시들해졌지만, 어머니 말씀으로는 며칠동안 식은땀 흘리며 자다가도 몇 번이나 일어났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면서 알게 되었는데, 용호동에는 예전에 일본군이 판 진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일본군의 망령이 자주 출몰한다는 동굴도 있다고 합니다.

[투고] 법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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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도 일어난 무서운 이야기 제394화 - 링반데룽 Part.1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날 밤.
저는 일본군 유령을 보고 혼비백산하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저와 헤어진 친구는 어찌 되었을까요?

그 녀석과 다시 만난 것은 며칠 후였습니다.
그날 밤 친구는 분명히 제 뒤를 따라 왔는데,
나중에 보니 내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없었다고 합니다.

제가 그날 지른 고함 때문에 목젖이 늘어났더라도 자기는 절대로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친구가 절 찾는다고 고함질렀다고 우겼습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이제부터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그날, 너 찾는다고 계속 앞만 보고 걸었어.
그렇게 산을 헤매다가 나중에는 길도 잃고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빨리 독수리산을 내려가려고 하는데…….

정신없이 내려가는데, 멀리 가로등하고 민가가 한 채 있는거야.
가까이 가니 큰 기와집에 잔치라도 하는 건지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있었지.

혹시 네가 여기에 있는 건가 해서 들어가 봤는데,
기와집에 수염이 길고 허연 할아버지들이 마루에 상을 돌아가며 앉아 있는 거야.

그런데 가운데에 앉으신 분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날 지목했어.
쉬어가라고.

돌아다니다보니 배도 고파서 뭐, 주는 대로 먹었지.
밥도 챙겨주고 상 위에는 음식들과 과일도 많고 해서.
그런데 그러다 잠이 들었나봐.
아침에 일어나 보니, 으아 미치겠더라.
아무도 없는 초라한 작은 빈집에 나 혼자 있는거야.

밤에는 큰 기와집이었는데, 꿈이었나 싶어서 후딱 밖으로 나갔어.
그러다 문득 뒤돌아보는데…….

으아,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움직일 수가 없더라.

거긴 빈집이 아니고 자그만 산신각이었나봐.
그런데 어젯밤에 마루 상석에 앉았던 수염 허연 할아버지가 탱화 속에서 미소 짓고 있더라고.

앞에는 전날 누가 제를 지내고 간 뒤였는지 사과랑 배가 있었는데,
누가 한 번씩 베어 먹은 자국이 있더라."

그날의 일을 자신이 피로하고 배가고파서 헛것을 본 것이라고 주장합니다만,
그 날 이후 독수리산에 가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투고] 법왕님 

 
출처 http://thering.co.kr/1827?category=20
http://thering.co.kr/1835?category=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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