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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안락한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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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상연
추천 : 1
조회수 : 31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10/22 02: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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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가끔 방구석에 가만히 누워, 눈만 감고서 자지도 않고 생각도 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다가 번뜩 나에게 의지란 것이 존재하는지 의구심과 내가 살아있는 것인지 그저 살아있는 흉내만 내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기도 했다. 이 순간은 내가 무언가를 깊게 성찰하고 있다는 흥미로움에 들뜬 기분이었다. 그러나 고독은 감정에서 부터 불어와 내 정서와 사고를 메마르게 만들고 다시 자지도 않고 깨어있지도 않는 통나무같은 상태로 되돌아온다.

 인간은, 아니 나는 조금만 노력하면 해결 될 일을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면서 비롯된 고통을 느끼고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한 존재이다. 게으른 이성과 행동에 비롯된 상처는 가끔 자살을 권장한다. 자살은 빠를 수록 가장 현명한 것이라고 감정과 이성이 의지를 향해 강력히 호소한다. 사람과 사람 관계 속에서 익숙하게 벌어진 상처를 애써 무시하고 왜곡하고 또 그러한 대접을 받고 익숙해지면서 어느 새 무감각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이것은 감정에서 생각으로 생각에서 의식으로 의식에서 행동으로 서서히 확장되어 이윽고 스스로 죽을 수 있다는 확신하게 한다.

 죽음이란 살아있어야 느낄 수 있다. 살아있는 죽음을 나는 선택한 적이 없고 선택한 적이 없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것은 상처 틈으로 쉬지 않고 밀고 들어와 증식하고는 모든 내면을 삼켜버렸다. 이제서야 나는 마음이든 생각이든 빈 상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것을 내 스스로 내가 선택해서 채울 수 없다는 것도 깨닫는다. 

 결과도 과정도 시작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통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집착이라는 집요함은 가끔 달콤한 상상으로 인도하며, 시작도 과정도 결과도 멋대로 통제하면서 짜릿하고 굴욕없는 환상을 심어주지만, 이제 나는 지쳤다. 상상에도 댓가가 있음을 나는 방구석 이불속에서, 마주보는 거울 속 내 모습에서, 사람과 관계에서 무기력함으로 배웠다.

 다급하게 행복을 쫒아가는 인생은 이룰 수 없는 짝사랑 만큼 괴로운 일이다. 행복도 짝사랑도 내가 한 걸음 다가가면 두 걸음 물러서는 존재이다. 성급하게 두 걸음 다가갔다가는 네 걸음 멀어지곤 결국 그 온기를 느낄 수도 없게 멀어진다. 쫒아가는 행복은, 짝사랑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구름이고, 떨어진 낙엽을 책사이에 끼워 놓아도 삭아버리는 세월이다. 

 다시 한 번 방구석에서. 말아놓은 이불과 비개를 벽에 쌓고 등을 댄다. 내 몸은 구부정하여, 자세는 곧지 못한다. 바른 자세가 건강에 좋다하지만, 나는 이 익숙함이 더 좋다. 잘나고 멋진 자세는 상상으로 충분하다. 이 자세야 말로 나 다운 것이다. 길가에 나무를 보아라, 어느 나무 하나 똑같이 곧게 자라난 것이 없다. 저마자 짊어진 잎사귀와 가지가 갯수도 크기도 다르다. 만약 그것을 억지로 곧게 만든다면, 부러질 것이고 나라면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울 것이다. 무리하게 다듬을 것 없다. 떨어질 것은 떨어지고 부러질 것은 부러지고 썩을 것은 썩을 것이다.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고 누구도 찾아오는 이가 없다. 이런 불행의 댓가는 편안함이다. 안락한 고독이란 이런 것이다. 그러나 아까 말했듯 내 마음에 빈 상태란 없다. 이런 세상 속에서도 찾아오는 방문자란 외로움이라는 친구이니. 이 친구는 항상 고통을 끌고와서 나를 괴롭힌다. 이곳 저곳을 쿡쿡 누른다. 아주 섬세하게. 아주 미약하게. 그런 고통을 우리는 간지럼이라 한다. 이런 사소한 고통에 결국 참을 수 없어서 이불을 걷어 차버리고 벌떡 일어난다. 외로움아, 귀찮다. 저리 꺼져라. 바쁜 척 노트북 앞에 앉는다. 그리고 애써 메마른 정서를 쥐어 짜서 글을 쓴다. 덕분에 이렇게 무언가라도 쓰게 된다. 그래서 고맙다 외로움아. 고맙다 고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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