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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 연재] 밥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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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밤의작가들
추천 : 1
조회수 : 20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10/25 23: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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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배 대리, 같이 가자고!”

배 대리는 뭐가 급했는지 이미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 대리의 부름에도 나의 부름에도 멈추지 않고 사무실을 박차고 나갔다. 심지어 두더지가 불렀는데도 말이다.

“야 인마!! 같이 가!!”

“저시키 뭐냐? 혼자서 가고. 아~ 나. 참…”

사무실 밖으로 나왔을 땐 배 대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골목길로 들어가는 찰나의 순간만 볼 수 있었다. 서둘러 따라 나온 김 대리와 나는 허탈했다.

“저시키 뭔가 있지. 만날 저러는 것도 아니고 한 달에 한 번은 꼭 저런단 말이지. 그게 뭐 중요한 거라고. 오늘이 그 날인가?…”

김 대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왜! 한 달에 한 번은 꼭 거길 가냐고. 그리고 같이 가면 되는 것을 굳이 혼자 열심히 뛰어가는 건 또 뭔지. 괜스레 버림 당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서운했다. 

“암튼 가보자. 보나 마나 거기다. 거기.”

김 대리와 나는 배 대리가 뛰어갔을 길을 따라갔다. 10분 즈음 걸었을까. 우린 가게 앞에 도착했다. 돼지국밥 전문. 간판에 다른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특이하게 여긴 순대국밥은 없었다. 맛은 평범했다. 특출 나게 맛있는 것도, 그렇다고 순댓국처럼 무슨 저주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이 곳을 찾는지 알 수 없었다. 

“저기 앉아 있네. 자리도 꼭 그 자리야. 혼자 앉아 있으면 이런 집에는 민폐라는 걸 몰라 저 녀석은, 안 그래?”

“그래서 여기 온 거 아니야? 그 민폐 지우려고. 딴소리는, 가자.”

배 대리는 이미 주문을 했는지 젓가락을 들고는 반찬을 먹고 있었다.

“같이 가자는데 왜 그렇게 혼자 뛰어가냐. 그래 봐야 10분인데…”

의자를 당겨 앉으며 김 대리가 물었다. 배 대리는 아무 말 없었다. 서둘러 뛰어와서 인가 배 대래의 얼굴엔 홍조가 져 있었다. 

“열심히도 뛰어왔다. 얼굴이 아주 익었네, 익었어. 그리고 더워 죽겠는데 웬 국밥이냐고. 시원한 냉면이나 먹으러 가지.”

배 대리가 김 대리의 팔을 툭 쳤다

“조용히 있지. 말이 많으면 맛이 달아난다.”

김 대리와 나는 어이가 없었다.

“맛은 무슨. 안 그래?”

김 대리가 나를 보며 물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젓가락을 들었다.

“우리 것도 시켰지? 같은 걸로?”

“어, 시켜놨어.”

“안 오면 어쩌려고 시켰냐?”

“나참. 그럼 왜 물어보냐.”

배 대리와 김 대리의 투닥거림이 무르익을 때 쟁반에 국밥 3개가 도착했다.

“국밥입니다. 고기, 내장, 섞어입니다.”

“여기 내장요.”

김 대리가 먼저 손을 들었다.

“섞어는 여기로 주세요.”

배 대리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 고기는 말없이 내 앞에 놓였다. 그런데 배 대리가 조금 이상했다. 국밥을 놓아주는데 쟁반을 든 직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었던 김 대리와 나는 그제야 쟁반을 잡고 있는 손을 따라 점점 위로 향했다. 

“밥 먹자!”

배 대리가 눈치를 챈 건지 시선을 막아섰다. 결국 우린 돌아가는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뭐냐? 너?”

“밥 먹자고.”

“뭐~냐고.”

장난기가 한 것 들어간 김 대리의 목소리에 배 대리가 헛기침을 했다. 나는 웃었다. 대강의 상황 파악을 한 김 대리와 나는 주방을 유심히 살폈다.

“고만 보고 밥 먹자고!”

“어라 뭔 신경! 밥 드세요.” 김 대리는 계속 힐끔거렸다. 드디어 아까의 주인공이 홀로 나왔다.

“저분이시냐? 너의 마음을 훔친 분이?”

배 대리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근데 왜 한 달에 한 번이야? 매일 오면 되지?” 내가 물었다. 

“모르셔도 됩니다.”

“이날만 출근하는 거냐?”

김 대리는 이런 일에 있어서는 예리한 감각을 뽐냈다. 배 대리가 머뭇거리자 확신을 가진 듯이.

“맞구나. 그래 그래, 네가 그럴 놈이 아니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렇게 뛰어나가는 건 이해가 안 됐단 말이야. 그리고 그런 연유라면 뻔질나게 다닐 놈이 한 달을 참고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암. 내가 아는 배 대리는 그런 놈이 아니지. 안 그래?”

나의 동의를 구하는 김 대리는 계속 놀릴 참이었다. 배 대리의 얼굴이 양념장보다 더 붉게 변해갔다.

배 대리의 시선은 꾸역꾸역 음식을 입으로 밀어 넣는 순간에도 그녀를 계속 따라다녔다. 그 모습이 재미있었다.

“가자, 밥 다 먹었으면, 오후 근무해야지. 그리고 커피도 한잔.”

김 대리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배 대리는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가?” 김 대리가 배 대리의 어깨를 툭 쳤다.

“어, 어. 가야지.”

배 대리가 계산을 하며 직원과 눈을 맞췄다. 우리에게 들킨 게 걱정이 되었는지 아니면 오늘이 D-day였는지 직원과 몇 마디 나누는 듯하더니 아주 실망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뭔데? 갑자기 뭐냐? 왜 그래?”

김 대리도, 나도 궁금했다. 옆에서 자꾸 물어봐도 답은 없었다. 그냥 묵묵히 머릴 숙인 채 사무실 방향으로 걸었다. 

“저거, 저거, 드디어 했나 보다.”

“그렇겠지. 아마. 그거 말고는 없겠지.”

“이거 응원을 해야 하는데 저 상태면 조금 힘들지 않을까?”

“그냥, 내버려둬야지 뭐….”

김 대리는 괜스레 미안해했다. 늘 같이 왔는데 미처 알아채지 못한 게 그런 건지 아니면 슬픈 표정의 배 대리를 보듬어 주지 못해서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내가 가서 다시 물어볼까.”

“아서라. 네가 나서면 일이 꼬여. 참아.”

김 대리도 기운이 빠진 듯했다. 배 대리의 힘 빠진 뒷모습이 길 위에서 자꾸 흔들렸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김 대리가 분주하게 나갈 준비를 하더니 배 대리 옆으로 갔다.

“안 가? 가야지~ 안 가? 도전!!”

배 대리는 잠시 머뭇 거리더니

“결혼했데…”

풍선 바람 빠지는 소리로 말했다. 

김 대리와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배 대리를 툭 쳤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밥 먹으러 가자…” 


우린 아직도 그 날이 되면 국밥을 먹으러 그 집으로 간다.

배 대리가 연애를 시작하면 그곳에 가는 발길이 멈추지 않을까.


"야! 밥 먹으러 가자!"


Written by 마모/ 밤의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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