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대 있는 가문 선비와의 조우.
하루 전 춘천 들어오는 원창고개로 향하는 한산한 길가를 걷고 있던 때였다. 한편에 정자가 세워져 있는데,단아한 차림의 선비가 의자에 앉아 지긋한 표정으로 지나는 행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좀 쉬어갈까 해서 다가가 옆에 짐을 내려놓고, 통성명 후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금세 친한 벗이 되어 있었다.
오래 묵은 죽마고우마냥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손발을 마주치니 내가 선 이곳이 고향땅이 되었다. 추위와 장고에 시달려 지친 심신은 그가 만들어낸 살가움으로 포근히 녹아내린다.
인사하고 뒤돌아 다시 산행을 이으려 했으나, 그 잠깐의 만남의 깊은 여운이 내 발 한걸음 한걸음을 잡아끈다. 생각해 보니 그 기품 있는 행색이 뿌리 깊은 가문 출신의 그것으로 여겨졌고, 어딘가 그가 태어나 살아온 유서 깊은 삶의 거처를 발견할 것만 같은 기대로 설렌다.
첫사랑에 빠진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감정으로 내가 흔들릴까. 그의 흔적을 찾기에 이리 정신이 분주한 것인가. 그런데 운명의 장난이련가 그 명문가의 뿌리를 마주치고야 말았다. 역시나, 이 지역 선비들의 정취에 뭔가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느껴졌었는데, 바로 이 국립교육시설 덕분 이었던 거다.
[서로 통성명을 나누고 정감을 나눴다.]
[이 지역 견들에게 예사롭지 않은 교양이 느껴진 것은 바로 이러한 교육적 풍토 때문이리라. 한편으로 댕댕이 녀석들이 원치 않은 공립교육 시설에 강제 수감되어 원치 않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안습.ㅠ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