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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이야기하니까 잠깐.
게시물ID : sisa_11192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작은방
추천 : 25/7
조회수 : 1809회
댓글수 : 26개
등록시간 : 2018/10/31 09:11:45
사람이 자기 주변을 넘어서 세상을 보기란게 힘듭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은 그런 사람이 있는 줄도 모르는데 말이죠. 게시판을 눈팅하다보니 권순욱이 잘난 척한다던가 그게 누구냐고 묻는 분들이 있던데 그게 좋은 예입니다. 저처럼 노무현 선거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온라인의 글들을 쓰거나 읽었던 사람에게는 권순욱은 몰라도 서프 사이트를 모르는 것은 놀랍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노무현이 당선된 대선도 15년전의 일이니 생각해 보면 서프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있는 것도 당연합니다. 아마 15년 후면 누군가가 김어준을 이야기하거나 뉴스공장을 이야기하면서 그게 누구냐고 할겁니다. 사실 30년쯤 뒤면 마크 주커버그가 누구냐고 할지도 모르죠. 물론 제가 은근슬쩍 권순욱을 김어준급으로 올리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누가 높다 낮다 같은 비교자체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관점에서는 김어준이 훨씬 더 대단하지만 비교는 무의미하니까요. 방탄소년단이 대단하지만 그 옛날 유랑극단시절에 지명도가 좀 있었던 가수들이라고 해서 아무 것도 아닌 건 아니니죠. 보기 나름에 따라서는 연예계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대의 시점에서도 김어준처럼 대단한 것과는 물론 거리가 멀었습니다. 권순욱은 스나이퍼라는 필명으로 서프의 편집장으로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편집장이라고 하니까 엄청 존경받고 대단한 사람처럼도 들리지만 그런 건 아닙니다. 변희재도 서프 편집장을 잠깐 했다던데 마찬가지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시끄러운 드루킹도 서프의 뽀띠라는 필명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고 하고 윤카피라는 이름으로 글을 썼던 사람도 요즘 윤갑희라는 본명으로 가끔 거론되는 것같더군요. 하지만 그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당시에 서프에서 기억할만한 논객으로 여겨질 이름들은 아주 많았습니다. 어떻게 따져도 수십명은 됩니다. 뽀띠니 스나이퍼니 윤카피니 얼마나 자신이 대단하다고 말하는지 모르지만 그냥 인터넷 사이트에서 글좀 썼던 것에 불과합니다. 미네르바처럼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필자들도 아닙니다. 그냥 수십명이나 있었던 논객중의 하나 그정도입니다. 

서프 초기에 서프에서 특별한 취급을 받았던 존재는 사이트의 소유주라고 할 수 있는 서영석씨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그래서 이름이 (seoprise) 인것으로 압니다. 변희재는 자기가 사이트를 키웠네 어쨌네 하고 주장한다지만 존재감으로 치면 그냥 보이지 않는 알바였습니다. 이건 어느정도는 스나이퍼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이 게시판의 오래된 터줏대감이 있는지, 그런 개념이 요즘 통하는지 아닌지도 잘 모르지만 서프는 대문글 시스템이라서 오유와는 달리 훨씬 더 언론사 기사배치처럼 추천글들을 배치했습니다. 들어가면 추천글들이 기사처럼 박스로 나열되고 클릭해야 게시판으로 들어가서 글을 쓰는 형태였죠. 그래서 논객이라고 무슨 직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대개 무슨 무슨 아이디라고 말하면 논객중의 하나라고 말할만 하다는 식이었습니다. 글 많이 쓰고 추천많이 받는 아이디가 주목받기 좋은 형태였으니까요. 당시에는 컨텐츠를 생산해 주는 논객이 나름 대접받는 시대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권순욱의 이력이란게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아마 이게 가장 말할만한 이력일 겁니다. 이게 대단한 걸까요? 하지만 변명거리는 하나 있습니다. 저도 권순욱이 요즘 글을 쓰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가지는 말해주고 싶습니다. 권순욱이 잘난체 하고 싶어서 과거 이력이 튀어나온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사람들이 당신은 과거에 뭐 하던 사람이냐, 어디서 놀다가 튀어나온 듣보잡 이냐고 하니까 노사모 시절에 서프 사이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었겠는가. 나도 스나이퍼라고 많은 사람이 알던 필진이었다라고 답한 것뿐이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너 듣보잡이지 라고 공격하니까 나 아니거든 하고 답했는데 그걸 다시 그게 뭔데, 그거 아무 것도 아니잖아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왔다갔다 하는 것같습니다. 

저는 그런 식의 판단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사람을 대단한 사람과 대단하지 않은 사람 둘로 이분해 버리거든요. 지난 촛불혁명때도 나름 대단한 활동하신분들 많았을 겁니다. 그런데 저도 촛불집회 나간적있지만 이제와서는 누가 대단한 활동펼쳤는지 모릅니다. 어떤 분들은 노사모시절에 정치참여했던 사람이상으로 생업을 포기하고 희생하셨을텐데요. 그런데 시간지나서 유시민같은 유명인이 아니라고 해서 니가 과거에 한게 뭐가 있냐,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식으로 정리해 버리는 건 정말 아니죠. 촛불집회에 나가서 초라도 한번 들었던 시민들은 다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굳이 니가 한게 뭐있냐로 나가면 역사가 소수의 명망가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관점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데 그거야 말로 촛불혁명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죠. 서프가 나라를 구했던 것은 아니지만 오유가 대단한 사이트라면 서프도 대단한 사이트였습니다. 당대의 관점에서 그쪽 분야에서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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