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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가 되어버린거 같습니다.
게시물ID : gomin_17619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바금지
추천 : 4
조회수 : 76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11/24 09:55:01
(글을 잘 못 쓰는 공대생이라 음슴체)
 
어릴 때부터 우리집은 가난했었음. 완전 어릴 때는 아니고, 초등학교 1학년 때 집이 망함.
 
7살 때, 아버지가 사업망하고(동업자 돈 들고 나름), 그래도 나름 추스리고 살았는데 8살 때 아버지가 자동차 사고내서 합의금으로 집이 완전 망함.
 
어두운 밤에 도로에서 누워서 자던 취객 못봐서, 밟고 감. 신호등도 없어서 안보였을건데... 여튼 걍 지뢰밟은거지. 교소도 면회도 다녀온 기억이 있다.
 
그래서 단칸방에서 4인가족 다 잤는데, 집이 가득 찼던 기억, 집에 화장실, 세면대 없었음. 목욕탕은 매주마다 갔던 기억.
 
집은 2층에 남는 방 셋방살이 햇는데... 화장실은 1층에 있던 공용화장실 1칸짜리 썼음. 미용실, 1층 셋방, 우리집 이렇게 썼음.
 
설사가 났는데, 당시 내걸음으로 1분 조금 넘게 걸림. 가다가 지린적도 있음. 시발거...
 
친구 집에서 초3 때 컵라면을 먹는데, '너는 이런거 먹어본적 없지' 이딴 말도 들었다. 시발 컵라면도 못먹을 재정이면 생명을 유지못해 병신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존심부터 버리게 되었던거 같다. 무시당해도 이겨낼 수 있게. 그리고 욕망을 다 덜어냈다. 부모님한테 때 한번 안 썼던거 같다. 그런거 한다고 남들처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걸 깨달아서.
 
대학생 되서도... 뭐 다를거 없지. 돈 없어서 항상 스포츠머리하고 다님. 머리 기르는데도 돈이 들더라. 곱슬머리라서. 관리가 안되서 항상 곱슬머리, 옷도 면티 입고 다님 ㅋㅋ, 학자금 대출 내고 국립대 공대다니면서 ROTC함. 1학년 때는 학과 친구들하고 몰려 다녔는데, 갸들은 다 군대가고 혼자 다니니까 완전 아싸됨. ROTC 동기들이랑 친해지긴 했어도, 룸메말고는 뭐.
 
돈이 없어서, 공기밥 추가로 주는 식당에 가서 점심 1끼 먹고 그걸로 하루종일 버팀. 그리고 1년 140만원 2층 자취방에서 룸메랑 둘이서 살았지. 여기도 화장실 없고, 1층이 오락실이라서 시끄러워서 겁나 쌌음. 배아프면 오락실 공용화장실 쓰고. 아오, 시발 공용인생. 이런 상황에서 연애고 뭐고 아무것도 없지. 자취방에서 스타만 함. 왜 스타냐고? 컴퓨터가 구리고 살돈도 없어서 다른건 안 돌아갔음, 롤은 나오기전 ㅎㅎ;;
 
그렇게 군대가고 학자금대출 장교월급으로 다 갚고, 전역해서 백수, 중소기업 전전하다가, 나중에 공기업 합격함. 그리고 처음으로 머리 길러서 펴고, 헬스장도 다님. 그리고 이제 사람이 됨. 연애도 하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이 때가 29살, 첫연애 30살에 시작.
 
사람이 되고나니 내 스펙이 보임. 키 180에 멸치에 스포츠머리에 동안에 찐따 안경, 옷은 2~3개 돌려입는데 겨울엔 단벌신사 -ㅅ-. 아무도 남자로 안봤을 거임 ㅋㅋ, 이제 머리 기르고 운동하고 밥 제대로 먹어서 표준체형되 되고, 옷 무난하고 입고다니고. 대학생이면서 돈없어서 군인머리하고, 스킨로션 돈주고 한번도 사본적 없이 다닐 때랑은 다르니까.  
 
그런데 그동안 지니고 있던 열등감이 이제나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심어진 개념같은게 정립이 되어버렸음. 나보다 못나 보이는 사람이 부모 잘만나서 연애도 하네? 아니 쟤는 왜 연애를 하고 싶다고 하지? 나는 흙수저라 연애 생각도 안하고, 욕망 다 끊고 그렇게 살았는데, 왜 저사람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연애하고 싶다고 하지? 여행? 돈도 없는게 왜 여행가고 싶다고 하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나를 갉아먹고 있더라. ㅋㅋㅋㅋ
 
너무 추했다. 그런데 문제는 저 생각이 내 진심이라는거지. 아 시발... 착한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살았는데, 내가 좀 살만하니까 이제 다른 사람한테 나랑 똑같은 수준의 절제를 원하고 있네. 이거 완전 꼰대아녀? 그런데... 징징대는게 듣기가 싫다. 나보다 상황이 더 나은데 징징되면 솔직히 나는 참을 수가 없어. 그런데 이게 또 잘못된 거라는건 나도 알아서 힘들다. 지식이나 눈치로 배운거랑 내가 살아오면서 내 몸에 박힌 논리가 상반되고 있음.
 
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털어버린 욕망, 자존심. 없이 살아도 자존심을 지키는 사람도 있을텐데, 왜 없는데 자존심을 지키지? 이런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네요. 어쩌면 좋을까여. 결국엔 그렇게 싫어하던 꼰대가 되어버린, 이런 내가 너무 추한거 같습니다.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지만, 생각이 바뀔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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