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월희2와 월희 리메이크를 1510일째 기원하고 있습니다.
게시물ID : animation_4369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데크♥아키하
추천 : 0
조회수 : 19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11/29 23:36:18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
이날이야말로 아키하바라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오덕후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
.
.

그보다도 앓는 동생에게 월희2 CD를 사다줄 수 있음이다.
그의 동생이 기침으로 쿨룩거리기는 벌써 달포가 넘었다.

.
.
.

환자가 그러고도 덕질 하는데는 물리지 않았다. 사흘 전부터 새로 발매된 월희2가 하고 싶다고 형을 졸랐다.
"이런 오라질 놈! PC 앞에도 못 앉는 놈이 월희2는. 또 하다가 지랄병을 하게."
라고 야단을 쳐보았건만, 못 사주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
.
.

오덕후는 취중에도 월희2 CD를 사가지고 집에 다다랐다.
집이라 해도 물론 셋집이요, 또 집 전체를 세든 게 아니라 안과 뚝 떨어진 행랑방 한 간을 빌어든 것인데 물을 길어대고 한달에 일 원씩 내는 터이다.
만일 오덕후가 주기를 띄지 않았던들 한 발을 대문에 들여놓았을 제 그곳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정적───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 같은 정적에 다리가 떨렸으리라.
쿨룩거리는 기침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르렁거리는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
다만 이 무덤 같은 침묵을 깨뜨리는, 깨뜨린다느니보다 한층 더 침묵을 깊게 하고 불길하게 하는 월희의 OST가 들려올 뿐이다.
만일 감이 예민한 이 같으면, 그 OST는 공허하게 울릴 뿐이요, 앞에 앉아 듣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짐작할는지 모르리라.

혹은 오덕후도 이 불길한 침묵을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대문에 들어서자 마자 전에 없이,

"이 난장맞을 놈, 형님이 들어오는데 나와 보지도 않아. 이 오라질놈."

이라고 고함을 친 게 수상하다.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엄습해오는 무시무시한 증을 쫒아 버리려는 허장성세인 까닭이다.

하여간 오덕후는 방문을 왈칵 열었다.
구역을 나게 하는 추기 ─── 떨어진 피규어 전시대 밑에서 나온 먼지내, 치우지 않고 쌓아 둔 치킨박스에서 나는 음식물 내, 쌓여있는 담배꽁초에서 나는 담배내, 병자의 땀 섞인 내가 섞인 추기가 무딘 오덕후의 코를 찔렀다.

방안에 들어서며 월희2 CD를 한구석에 놓을 사이도 없이, 주정꾼은 목청을 있는 대로 다 내어 호통을 쳤다.

"이 오라질놈, 주야장천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형님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

라는 소리와 함께 발길로 누운 이의 다리를 몹시 찼다.
그러나 발길에 채이는 건 사람의 살이 아니고 나무등걸과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때에 흘러나오던 OST가 테이프 늘어난 소리로 변하였다.
스피커는 소리를 내기 위해 억지로 돌아가는 듯하였다. PC의 팬 돌아가는 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운다.

발로 차도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형은 동생의 머리맡으로 달려들어 그야말로 까치집 같은 환자의 머리를 껴들어 흔들며,

"이놈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놈!"

"......"

"으응, 이것 봐, 아무말이 없네."

"......"

"이놈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보이."

이러다가 누운 이의 흰 창이 검은 창을 덮은, 위로 치뜬 눈을 알아보자마자,

"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루 보지 못하고 천정만 바라보느냐, 응."

하는 말끝엔 목이 메이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오덕후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벼대며 중얼거렸다.

"월희2를 사다 놓았는데 왜 덕질을 못하니, 왜 덕질을 못하니......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일해라 나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