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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자 (신원 불명인)
게시물ID : panic_996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ng
추천 : 19
조회수 : 346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12/21 0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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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역복무중인 군인으로, 작년 겨울(11월)에 기묘한 일을 겪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저희 중대가 담당한 경계지역은 탄약고 후문으로, 산 중턱에 있는 말 그대로 최악의 근무지입니다. 11월의 그날도 어김없이 쏟아지는 졸음을 이겨내며 겨우 1시간 야간근무를 마치고 사수와 둘이 복귀하는 길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야간에다 눈까지 내려,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내려가고 있는 데, 제 앞을 걸어가던 사수가 갑자기 그 자리에 서서 저에게 소산(蕭散: 흩어지다)하라는 수신호를 보냈습니다. 


전 급히 은폐 가능한 공간으로 소산을 했지만, 근무 투입할 때나 복귀할 때 소산하는 일은 거의 없었기에 의아해하며 반대편에 소산해있는 사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사수는 수신호로 내리막길의 끝을 보라는 수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내리막길의 끝은 탄약고안에 설치된 가로등에서 빛이 약간 새어나오는 섹터인지라,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앞에 무슨 물체가 있는지 식별 할 수 있을 정도의 시야는 확보가 되는 그런 공간이었는데, 그 내리막길의 끝에 희미하게 검은 물체가 보였습니다. 그 물체는 누가 보아도 서있는 사람의 형체였습니다.

이 시간에 순찰자가 올리도 없고 순찰자나 동초근무자는 항상 2인 1조로 다니기에, 경계지역에 혼자 다닌다는 건 99%가 거수자(신원불명의 사람)일 가능성이 높아, 전 바로 총구를 거수자에게 겨눴습니다.

“정지!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담배!”
“......”

“담배!”
“......”

“담배!”
“......”

수하를 3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답이 없자, 사수는 제게 포획하자는 수신호를 보냈습니다. 전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했고, 사수의 움직임과 동시에 거수자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사수와 제가 포획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거수자는 다급히 도망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근무 투입로이자 복귀로인 내리막길을 조금만 지나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왼쪽으론 대대 OP를 오르는 길이 나오고 오른쪽은 탄약고 정문 초소가 있는 길이라, 역시 거수자는 초소가 없는 대대 OP쪽으로 방향을 틀어 도망치기 시작하였습니다.

“거기서!!” 라는 사수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거수자는 계속하여 도망쳤는데, 이상하게도 아무리 빨리 뒤를 쫒아도 거수자와의 길은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사수나 저나 점점 오기가 생겨 죽을힘을 다해 계속 달렸습니다. 그렇게 10분정도 달렸을 때....

“야! 멈춰!!“
“왜 그러십니까! 상병님(사수) 잡아야합니다!!!”
“알아, 그건 아는데 일단 진정하고 멈춰봐.”

거수자가 앞에 달아나고 있는데, 멈추라는 사수의 말에 저는 멈출 수밖에 없었고, 아니나 다를까?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왜 멈추라는 겁니까! 앞을 보십쇼! 잡아야 합니다!”
“말 들어! 잠깐 흥분을 가라앉히고, 앞을 봐라”

앞? 도통 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지만, 자리에 멈춰서서 앞을 본 순간, 저는 온몸이 경직되어 굳어버렸습니다.

눈 덮인 산. 아무도 오르지 않은 길. 그럼 분명히 앞에 도망가는 거수자의 발자국이 남아야 있어야 되는데... 제 앞에 펼쳐진 길엔 발자국은커녕 그 누구도 지나간 흔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거수자는 저와 사수를 우롱하듯 여전히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투고] Sniper K
출처 http://thering.co.kr/994?category=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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