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당신 말이 생각났습니다
게시물ID : lovestory_867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56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12/31 14:15:33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mtBUrgaHb9c





1.jpg

박상옥용서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용서하는 것이란다

수시로 가마득히 지난 일이

불쑥 부아를 지르며 올라오면

핏줄이 곤두서고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세월 따라 잊혀짐도 하다마는

가슴을 후비며 일어설 때는

제어되지 않는다

그래도 용서해야 한다며

'용서 못하는 자신을 위해 기도하라'

보속을 받고도

용서는 기도 속에 없다







2.jpg

권덕하생강 발가락

 

 

 

저건 뿌리다

무른 진흙 딛고 참은 울음이다

너덜겅 걷다가

매운 다리품이 감췄다가

비어져 나온 생각

 

식구들 잘 보듬고 가만히 나가

어둑발 훔치며 좌판 펼치는

아내의 걸음새에

땅을 미는 힘으로 솟은 햇귀가

속 깊이 쟁여 준 가락이다







3.jpg

강은교희망

 

 

 

희망이 팔을 쭈욱 내밀고 있어

 

희망의 눈초리는 낙타처럼 길군

희망의 입술은 꽃살처럼 부드러워

희망의 어깨는 분홍이군

 

그럼 이제 희망의 손을 붙잡게

그럼 이제 주머니 깊숙이 희망을 넣게

 

달큼쌉쌀한 당신희망의 혀







4.jpg

박수현해거름

 

 

 

바람이 지친 발끝을 내려

늘어진 나뭇잎을 흔들다 맙니다

강물 속 저어새 부리가 길어집니다

 

넘기던 책장이 손가락에 달라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햇살이

책상 위먼지 알갱이를 건드려보다 갑니다







5.jpg

이해리희디흰 적막으로

 

 

 

눈썹까지 눈이 내린 산사에 와서

고드름으로 귀를 닫고

흰 눈으로 입을 봉한

암자와 마주 섰지요

 

댓돌 위 흰고무신엔 적막을 신겨놓고

갈피마다 눈가루 뿌린 붉은 동백 앞세워

묵언정진 팻말 하나로 나를 맞네요

 

세상에 와서 가장 많이 쓰고 가는 건

물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말이라 하던

당신 말이 생각났습니다

 

묵언만큼 깨끗하고 아름다운 말이

세상에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