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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지치는 하루.
게시물ID : diet_1244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은가비★
추천 : 2
조회수 : 27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1/03 23: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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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스물두 살이 된지 사흘, 나는 다시 수능 공부를 시작했다. 학기 중에도 수능 공부는 틈틈이 했지만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것은 겨울 방학이 시작한 이후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많이 지쳐있다.

새벽 다섯 시 반에 일어나 조깅을 삼십 분 정도 하고, 일곱 시가 조금 넘어 일반식 아침, 아침 먹으면서 한자 공부.
여덟시 반 쯤에 집을 나와 학교로 가는 길에 듣는 EBS MP3 파일.
아홉 시가 되기 전에 학교 도서관에 도착해, 한 시까지 붙박혀서 강의 듣고 복습하고 외우고 쓰고 등등.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고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공부하면서 입에 들어가는 것은 연한 아메리카노와 물뿐.
한시가 넘으면 일어나 점심을 먹는다. 너무 많이 먹으면 오후 시간에 졸립기 때문에 집에서 싸온 바나나, 삶은 달걀, 사과, 아몬드같은 걸 먹는다. 역시 먹으면서 어제 외운 어휘 복습.
점심을 마무리하고 다시 앉아서 공부, 또 강의 듣고 복습하고 외우고 쓰고. 장담하건대, 나는 집중력이 꽤나 좋은 편. 여전히 입에 들어가는 것은 물밖에는. 
저녁 때쯤 다시 일어선다. 단어책 하나를 끼고 학교 학생 식당으로 향한다. 저녁을 좀 먹어줘야 다음 날 아침 조깅이 용이하다. 밥 반그릇만 퍼와서 먹는다. 단어 외우고 오늘 공부한 것을 떠올려본다. 
다시 돌아온 도서관, 강의 하나를 더 듣고 일기 쓰고 공부를 마무리하면 대략 아홉 시 반. 어두컴컴한 도서관 문을 열고 나온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열 시. 씻고 근력 운동을 십 분 정도 하고 침도 속에 기어들어간다.

지친다.
피곤하다.
오늘따라 더 그렇다.

지금 미친듯이 무언가가 먹고 싶다. 속을 음식으로 채우고, 달고 기름진 것들을 씹고 삼키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 몸은 피곤하고 양치질하려고 칫솔 들 힘도 없고, 집으로 오다가 다리가 휘청해 쓰러질 뻔할 정도로 힘드면서, 잠을 자기보다는 무언가를 먹고 싶다. 아, 야근에 지친 회사원들이 야식을 먹는 이유가 이런 것인가. 이런 지친 마음 탓인가. 달콤한 빵, 초콜릿, 과자, 아니면 그냥 밥 한 공기 퍼놓고 밥을 먹고도 싶다. 먹고 싶어, 진짜로 그냥 씹어 삼키고 싶어. 무언가로 채우고 싶어.

내일은 쉬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근 이주일간 쉬는 날도 없이 그냥 위의 일과를 반복, 또 반복.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동시에 지금 그만두면 자제력 없는 사람이 될까봐,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이 될까봐, 한마디로 내가 싫어하는 작심삼일의 모습이 되어버릴까봐. 그저 입만 산, 실천력이 없는 사람으로 전락해버릴까봐. 한심한 사람이 될까봐, 나는 두렵다. 달리는 것이 너무 힘이 드는데, 달리기를 멈추지 못한다. 달리기를 멈춰서 너는 쓰레기야, 그것도 견디질 못해, 라는 자기 혐오에 빠지는 것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너무 한심한 기분이 드는 것보다는 힘들어 죽을 것 같아도 계속 달리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늘 여겨왔다. 쉬고 싶다. 하지만 쉬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나는 나를 또 나태해빠진 사람, 절제력 없는 사람으로 매도하고 나 자신을 몰아붙일 것이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데, 바로 내가.

...먹고 싶어, 먹고 싶어. 그냥 배가 빵빵해질 때까지 채워넣고 싶어. 채우고 싶어, 그러면 좀 덜 힘들어질 것 같아. 하지만 후회할 것이 뻔해, 어떻게 뺀 살인데 다시 찌우니.




나는 나태한 사람이다, 나는 게을러빠진 사람이다, 의지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다, 나는 한심해서 못 봐줄 사람이다.
그러니까 나는 계속 달려야한다, 쉬면 안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태함에 빠질 틈을 주지 말아야한다. 하루하루를 재단하고 그에 맞춰서 살아야한다, 조금도 어긋나서는 안 돼. 

쉬어서는 안 돼, 쉬어서는 안 돼, 정신 차려야 해.


출처 너무 힘든 하루를 보낸 사람의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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