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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그림자 없는 나무
게시물ID : lovestory_868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49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1/10 12:17:47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AI9NMT1S-qc






1.jpg

오규원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많은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말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2.jpg

이홍섭소래 포구

 

 

 

소래 포구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소래하고 부르면 소래가 올 것 같아요

 

여래를 본 적이 없지만

여래하고 부르면

이 덧없는 사바를 건널 수 있을 것처럼요

 

아주 작은 포구라지요

내 작은 입술을 댈 만은 한가요

 

그곳으로 가는 철길도 남아 있다지요

가슴을 대면 저 멀리서 당신의 바다가 일렁인다지요

 

소래하고 부르면 당신은 정말 오시나요

여래하고 부르면

파도치는 난바다를 잠재울 수 있는 것처럼

 

소래하고 부르면

빈 배 저어저어 당신의 포구에 닿을 수 있나요







3.jpg

김영서그림자 없는 나무

 

 

 

큰바람이 지나간 뒤 그림자가 사라졌다

집 앞에 두고 힘들 때마다

잠시 쉬었던 그늘이 사라졌다

가까이 보니 나무가 그늘을 베고 누워 계시다

힘겨웠던 게다

그늘에 들 때마다

나의 푸념을 거두어 갔던 나무가

그늘을 베고 상념에 젖어 계시다

발가락이 이불 밖으로 보인다

아직 촉촉한 발가락을 바람이 말려주고 있다

나뭇잎이 시들기 시작한다

생각이 깊어지나 보다







4.jpg

정영주흔적

 

 

 

집에 오니

옷자락에 쐐기풀이 잔뜩 박혀 있다

숲 속 몇 마장 들다 나왔는데

산자락이 타넘고 간 듯

여기저기 내가 구겨져 있다

 

적막을 못 견딘 쐐기풀이나

슬픔을 못 견딘 내 아픔이

서로의 몸을 알아챘는지 모른다

서로의 상처를 슬쩍 바꾸었는지도

 

쐐기풀을 하나하나 뜯어내다

내 안의 가시도 찾아낸다

어느 날 무심히 몸에 달고 온

가시풀들이 불러낸 생의 문양들

지나가고 나면 깊이 찔린 것일수록

그 흔적에 더 손이 간다







5.jpg

김행숙땅거미 지다

 

 

 

어둑발 산이 점점 뚜렷해지더니

내 앞을 병풍처럼 막는다

바람은 곁으로 다가와 감싸듯

오늘 하루 괜찮았느냐고 속삭이고

내 안에 들어와 크는 나무들

하늘이 오늘의 마지막 빛으로 물들어갈 때

산등성이 위로 날아가는 까치들의 행렬은 길고

괴롭고 적막한 하루도 끝나

땅으로 내려오는 거대한 거미에 사로잡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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