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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여유가 생긴 기분.
게시물ID : diet_1245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은가비★
추천 : 0
조회수 : 32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1/23 09: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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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글이 꽤 깁니당. 그저 되는 대로, 두서 없이 그냥 쓰는 글입니다. 의식의 흐름 기법에 출중하니 읽기를 원하시지 않는 분들은 사뿐히 뒤로 가주셔도 됩니당^^



지난 주까지 계속 먹고, 먹고, 먹고, 또 먹고, 사와서 먹고, 집에 있는 것 꺼내 먹고, 그나마 운동은 매일 했지만 그런 생활을 거진 이주 가까이 했습니다. 감량 성공 이후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을 마음껏 먹는 날로 정해두고 그 하루만 마음껏 먹고 평소에는 조절하자, 라는 결심이 정말 무색하고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미친듯이 먹고, 또 먹고 싶은 그 욕망에 지고 주저앉고 패배하기를 얼마간. 수능 공부를 하는 수험생이라는 명색이 무관하게 그저 빈둥빈둥 놀며 노트북 끼고 오로지 입에 무언가를 넣기를 얼마간. 정상적인 허기도, 정상적인 배부름,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가도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무언가를 배에 채우고 싶다, 입에 넣고 씹고 싶다라는 비정상적인 식욕만 반복되기를 얼마간. 망가지고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었지만, 공부도 주위 사람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심히 지치고 피곤한 상태라 '아 몰라, 될대로 되라고 해'라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저는 마땅히 다른 즐거운 '꺼리'가 별로 없는 재미없는 사람입니다. 게임도 예능도 드라마도 친구와의 수다도 맛집 탐방도 SNS도 영화도 연예인 팬활동도 거의 관심이 없고, 시도를 해도 쉽게 질리기 십상이더군요. 만화나 애니메이션 덕질을 학창시절 때 해본 적이 있습니다만, 지금은 재미를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종종 오유 다게에 와서 글을 남기곤 합니다만, 이런 커뮤니티 활동도 정말 솔직히, 굉장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나마 책은 안 질리는 게 다행이었습니다. 이주 가까이 노트북 끌어안고 하릴없이 또는 할 일 없이 의미없는 클릭질을 하고, 그냥 멍하게 집의 책을 뒤적거리는 것 지루하고, 자고 먹고 멍 때리는 게 너무 질려서, 할 일이 없다는 게 막막해서 무작정 집을 나섰습니다. 나간 김에 먹을 것을 사가지고 올까,하는 생각이 드는 자신에게 좀 심한 혐오감을 느꼈습니다만, 그동안 사먹는다고 한 달 용돈을 죄다 써버린 바람에, 가지고 갈 돈이 없었습니다. 그것이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운동화만 신고 정처없이 걸었습니다. 온천천도 걷고, 학교도 한 바퀴 돌아보고(부산대의 미친 경사는 다른 운동이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학교 앞 번화가도 귀에 이어폰 끼고 둘레둘레 둘러보았습니다. 많은 것들이 보였습니다. 아파트 앞 마트 근처에서 늘 트럭을 세우고 반찬거리를 파는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와 자판기 커피를 나눠 마시며 웃고 계시는 구두방 아저씨, 편의점 물품 정리를 하는 내 또래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아직 앳된 얼굴을 꾸미고 친구와 깔깔 웃으며 지나가는 여고생 무리들, 지친 표정으로 무거운 가방을 등에 지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대학생, 꽤 큰 거리의 정육점을 운영하는 내 오빠와 비슷해보이는 젊은 정육점 주인 남자, 두 손을 꼭 잡고 흐뭇하게 웃으며 산책하는 반백의 노부부,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조금 더 큰 아이와 손을 잡고 온천천을 걷고 있는 아직 어린 엄마, 달리듯 산책하고 있는 너무 예쁜 강아지와 장난기를 잔뜩 머금은 그 주인. 참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 사람들에게도 다양한 모습들이 있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습니다. 정확히는 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면면들이 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만 확실한 것은, 저에게 새로운 의욕이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할 의욕과, 새로운 마음으로 다이어트를 새로 시작하고자 하는 의욕이요. 


이렇게 '다시 제대로 시작해보자.'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부모님께도 양해를 구했고, 그동안 나름대로 계획을 짰지만 쉽게 무너지곤 한 결심의 실패 원인을 분석해보았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먹고 싶은 마음'을 딱 세 번만 참아볼 것. '배고픔을 느끼기 위해' 노력할 것. 아무 생각 없이 먹은 과자나 아이스크림, 빵, 튀긴 음식이나 기타 군것질거리들이 별로 맛있지 않다는 것을 계속 생각하고, 무언가를 먹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한 번만 참자, 한 번만 더 참자, 하고 저 자신을 달랜 뒤에 다른 일로 관심을 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영어 단어 외우는 데에 '집중'하고, 책에 푹 빠져 온전히 읽으려고 노력하고, 목표로 한 대학에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는 상상...이 아니라 망상을 구체적으로 해 보며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려고 했습니다. 의외로, 정말 의외로, 할만 했습니다. 정말 푹 빠져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취미생활, 취미 활동이 있다면 훨씬 용이하게 식욕을 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저에게는 그런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도 생각 외로 참을 수 있었습니다. 한 삼,사십분 쯤 지나니 먹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가라앉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가족들과 이야기하고, 도서관에서 보고 싶은 책 빌려오고, 공부 계획 세우고 복습도 하고 하면서 '먹고 싶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삼일 전, 삼시세끼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근래 계속 반복되던 폭식을 하지 않았던, 나름대로 기념비적인 하루였습니다. 그 하루가 오늘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공부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식이 조절도 나름대로 시작했습니다. 조금 고강도의 근력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 즐거운 일을 찾기 위한 생활도 시작했습니다.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일, 그런 일이 있다면 마음의 허기와 공허함을 채우기위해 무작정 식욕이 드는 그런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무언가를 먹으면 죄책감이 들던 시절도 있었고,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맛있지도 않은 것들을 입에 밀어넣으며 멍하니, 나에 대한 혐오감을 느꼈던 적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저는 정말 그동안 허무하고 외롭고 진부한 삶, 그 삶에 대한 고독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시절부터 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저를 별로 좋아해본 기억이 없다는 것, 정말 즐거워본 적이 없다는 것, 남을 따라 웃고, 그게 지겨워서 스스로 고립되는 삶을 계속했다는 것, 그 삶의 곳곳에 제 아픔이 깃들어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루 아침에 고립감에서 벗어나고, 나를 좋아하며 세상에 애착을 가지는 것이 가능해지지는 않겠지요. 그래서 저는 끼니를 잘 챙겨먹고, 무언가 즐거운 일에 빠지고 해야할 일들을 하며 '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딱 그것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너무 거창해질 필요도 없이 아주 기본적인 것, '잘 먹기'부터요. 


삶은 버겁습니다. 잘 살기란 더욱 힘듭니다. 그래도 숨 한 번 돌리고, 굴곡많은 길을 피하지 않고 살아가보려고 합니다. 쓰러질 때도 있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의지가 아직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출처 도대체 내가 무슨 글을 쓴 걸까 감도 안 잡히는 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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