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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폭력을 즐기는 사회 : 이번 윾튜브 사태를 보면서 느낀 점
게시물ID : freeboard_18286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카프카의해변
추천 : 2
조회수 : 32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9/01/25 22: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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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윾튜브는 유명 유튜버(유튜브 영상 제작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영상에서 탈을 쓴 채 자기 나름대로의 만담을 풀어가며 주로 정치·시사를 다룬다. 그의 영상을 잠자코 보고 있노라면, 누구든지 쉽게 그가 극우 성향이 짙음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와 각 계 진보적 인사에 대한 비판 아닌 비난이 난무한다. 이 비난엔 종종 도를 넘는 조롱과 모욕이 서슴치 않게 녹아있는데, 그 모습이 아찔하게까지 느껴진다. 아마 그가 공인(公人)이었더라면 자신의 세치 혀 때문에 큰 화를 입었으리라 확신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윾튜브는 최근까지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큰 인기와 수익을 누려왔다. 바로 페미니즘 덕분이었다. 그는 평소 페미니즘을 저격하는 영상을 자주 올려, 젊은 남성 그리고 반()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사이다로 높게 추앙받아왔다. 덕분에 단시간에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십 만 명을 모으는 것은 물론, 자신의 세치 혀도 엉큼 덮을 수 있었다. 마치 그 옛날 예수의 부활과도 같은 놀라운 일들이었다. 한 마디로 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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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참 안타깝게도 기적은 오래 가지 못했다. 과거 윾튜브가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중 하나)에서 활동하며 남긴 글들이 속속히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비하하고, 유명 연예인의 성범죄 피해 호소를 조롱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부산외대 리조트 붕괴사건 희생자 조롱,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 조롱, 연평도 사건 전사자 비하, 천안함 사건 전사자 비하 등 그야말로 더러움의 끝을 보여줬다. 더 이상 그는 인간이 아니었다. 악마였다. 여론도 이에 동의했다.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빠르게 빠져나갔고, 끝끝내 유튜브 채널이 삭제되기에 이르렀다. “내가 그런 글을 썼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그의 모르쇠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간간이 들리는 풍문에 의하면, 그는 앞으로도 (자신의 부계정을 활용해서) 유튜브 활동을 계속할 의사가 있다고 하던데 진심으로 건투를 빈다. 많이들 그런 심리로 토요일 오전에 로또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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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한 악마의 실체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이번 사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 고작 그 뿐일까?

 나는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아쉬움을 토로하고 싶다. 애초에 우리가 윾튜브를 보지 않았더라면, 윾튜브를 구독하지 않았더라면, 윾튜브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 그가 그렇게도 잘 나갈 때, 과거 그에게 조롱과 비하의 대상이 되었던 억울한 이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그가 도를 넘는 조롱과 모욕이 섞인 비난을 내뱉을 때, 그 때 멈춰!”, “그만해!”라고 외쳐야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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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곰곰이 돌이켜보자면, 이와 같은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가 즐겨 찾는 플랫폼에는 항상 혐오와 폭력이 알게 모르게 존재해왔다. 얕게는 몰카(몰래카메라)라는 미명 아래 친구 한바탕 골려주기, 깊게는 사회적 약자를 웃음거리로 삼거나 깔보기. 하지만 정작 우리는 그런 혐오와 폭력에 대응할 생각조차 못한 채, 벙찐 상태로 방관해왔다. 일상으로 받아들였다. 나아가 가끔은 그에 동조해 같이 하하호호 즐기기까지 했다. 혐오와 폭력을 즐기는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이 마당에 앞으로 이번 윾튜브 사태와 같은 일, 혹은 보다 심한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 없다.


우리 사회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나는 그 원인을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고 싶다.

 우리 사회는 철저히 자본주의 위에 세워졌다. 자본주의가 유지되기 위해선 이윤율을 높이기 위한, 즉 성장을 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불가결적이다. 이윤율은 장기적으로 낮아져(‘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법칙’), 언젠간 제로(0)가 돼버리고 그러면 자본주의는 와르르 무너질테니까. 그런데 그 노력은 끊임없이 달리는 증기기관차와도 같아서, 본성이 나태한 인간으로서는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솔직히 모두가 아무 걱정 없이 제 뜻대로 놀고 먹고 싶지, 누가 힘든 걸 앞장서 하겠는가. 자본주의는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기가 막힌 생각들을 하는데, 그것들 중 하나가 바로 경쟁 시스템의 도입이다. 사회 구성원과 구성원 간의 경쟁을 적극 장려한다. 경쟁에서 이긴 승자는 막대한 보상을 누리고, 경쟁에서 진 패자는 망신 내지는 무관심만 옴팡 뒤집어쓴다. 경쟁에 아예 참여하지 않는다고? 그건 패자보다도 못한 놈이 되는 길이다. 생각하지도 마라. 결국 이런 식에 의해 많은 이들이 떠밀리듯 그 경쟁에 참여하지만, 별로 얻어가는 수확 없이 피만 본다. SKY캐슬이 되어버린 우리네 학교를 보아라. 유독 비정규직이 많이 죽어가는 우리네 직장을 보아라.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과연 약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정녕 정의롭지 못한 것, 막아야 되는 것이 될 수 있을까. 오히려 내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혐오와 폭력을 즐기는 사회는 결국 자기자신에 갇혀 끔찍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하루라도 빨리 당장 앞에 보이는 사건의 일말 뿐 아니라, 사건의 저변 속 축축이 녹아있는 우리 사회 이면에 대해 성숙한 토론과 숙의를 진행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알고, 모두가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날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촛불시민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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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해 18살 학생입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본 게시물은 시사게시판에 올리고 싶었으나.. 방문 수 제한으로 불가피하게 자유게시판에 올립니다. 

원래는 사회게시판에 올렸는데요, 자유게시판에 올리는 게 글에 대한 피드백(피드백 많이 해주세요!)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올립니다. 음란물만 아니면 올려도 된다고해서요. 혹시라도, 문제가 된다면 알려주세요. 다시 사회 게시판으로 옮길게요....

끝으로 제 개인 이메일 주소도 남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mail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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