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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에 깃든 목숨을 친애하다
게시물ID : readers_331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의유리너머
추천 : 2
조회수 : 30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1/27 00: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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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황혼이 녹은 물빛은 앙상한 숲의 거울이 될 만큼 점잖았다

그 정경이 어찌나 한 인간이 늙는 것과 같아 보였던지

뉘엿뉘엿 어둠이 차오를 때에 묵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창백한 하늘에도 실핏줄로 돋친 잔가지들에 묏바람은 걸러져 적당한 풍압이 느껴졌다

시원하게 이마를 건드려 적적함에서 일깨워주는, 비위에 내킨 바람이었다

오랜만에 환청으로 들리던 죽은 자의 반가운 목소리 같았다


바람에 눈을 감는다.

처음과 끝이 없는 물의 흐름처럼 혼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시 시작되는 것

황혼이 어우러진 물빛다운 의젓한 심안의 깊이로 나목 같은 삭신을, 나라는 정경을 비추어본다


죽는 날 하루를 살기 위해 죽지 못한 날이 하나둘 낙엽대로 스러져 파리하다지만

고된 삶을 개근한 그 모습이 정녕 거룩했다

한 손으로 손목을 감싸 본, 아직도 도는 수액이 제풀에 대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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