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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공유룸
게시물ID : panic_998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ng
추천 : 12
조회수 : 251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1/30 18: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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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임신한 아내가 정기건강진단 때문에 산부인과에 다니게 된지 몇 달 정도 지날 무렵이었다.



접객을 중시해서인지, 병원에는 임산부 전용 휴게실 같은 느낌의 공유 룸 같은 게 설치되어 있었다.







종합병원이라 설비에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아내는 병원에 들르면, 거기서 같은 임산부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일상이 되어 있었다.



이른바 예비 엄마 모임 같은 것이다.







저녁을 먹을 때 가끔씩, 아내는 거기서 듣고 온 이야기들을 내게도 전해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아내가 이상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기묘한 이야기다.







어느 커뮤니티가 되었든, 구심점 역할을 하는 리더격의 인물은 꼭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병원 예미 엄마 모임에도 어김 없이 그런 역할을 맡은 여자가 있었다고 한다.



자신을 갈고 닦아 여성스러움을 추구해야 한다며, 그 여자는 외관 뿐 아니라 내면도 세련되야 한다는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그리고는 오컬트 비슷한 일들을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간단한 운세로 시작해, 영적인 치유, 끝내는 흑마술 같은 느낌의 주술 같은 것까지 입에 올리는 그 여자를 보며, 아내는 꺼림칙한 느낌에 가까이 하지 않으려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나름대로 오컬트 같은 쪽에는 관심이 좀 있었기에 재미삼아 어떤 흑마술이냐고 물었지만, 고양이 시체나 해충을 모아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기에 그런 쪽에는 가담하지 말라고 아내에게 부탁했다.







그 후로, 그 여자는 잉태된 아이의 선천적 가능성에 관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고 한다.



즉, 아이의 장래는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운명을 최고로 올려 놓을 비술을 자신이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술이나 비술 같은 알 수 없는 괴이쩍은 일에 엮이고 싶은 이들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래도 곧 태어날 아이가 좋은 운명을 타고날 수 있다는 이야기에는 다들 혹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한동안 뭐가 뭔지도 잘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오간 후, 예비 엄마 중 한 명이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그럼 우리 아이 운명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수 있다는거야?]







[내가 말하는대로만 하면 좋아질거야. 그러려면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님을 불러내는거야. ●●●●님은 운명의 신이야. 신에게 선택된 아이는 모두 훌륭한 인생을 살 수 있게 되는거지. 당연히 신을 불러내려면 그만한 노력이 필요해. 하지만 그 결과는 무엇보다도 달콤할거야. 그러니 다들 협력하는거에요. ●●●●님의 가호 아래서.]



아내는 그 이야기를 듣자 머리가 어찔어찔했다고 한다.



마침 진료 순서도 다가왔기에, 그 자리에서 먼저 슬쩍 빠져나왔다고 한다.







뒤를 돌아보면, 몇몇 이들이 그 여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고 한다.



[기분 나쁜 이야기지?] 라며, 그날 늦은 저녁밥을 먹으며 아내는 내게 물었다.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왔던 날에, 일부러 자다 일어나서까지 해 준 이야기이기에 뇌리가 강하게 기억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병원에서 사망한 사람이 나왔다.



죽은 것은 아직 어린 아이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사고의 가능성이 높은 듯 했다.







기묘한 것은 아이 어머니의 태도였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내가 속해 있던 예비 엄마 모임의 일원이었다.



자신의 아이가 죽었다.







그것은 설령 사실이라해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종의 충격과도 같은 것이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머니는 웃고 있었다고 한다.



히죽히죽, 능글능글.







단정하고 아름다운 얼굴에 띄워진, 기묘하리만치 비뚤어진 그 미소를 보며, 아내는 묘한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병원에서 연달아 사망자가 나왔다.







그것도 전부 산부인과에서만.



출산 직전의 임산부가 유산을 하고, 임산부마저 세상을 떠난다.



심지어 한 번은, 조산이 되어 아이가 인큐베이터로 옮겨져 겨우 목숨을 건진 순간, 아이의 어머니가 자살한 적까지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후, 같은 방에서 아이의 아버지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곧이어 간호사가 연달아 사고를 당해 줄줄이 퇴직했고, 의사마저도 과로로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제 그쯤 되니 그 병원에 관계되는 것 자체가 두려울 정도였다.







결국 내가 강하게 말한 것도 있고, 아내 스스로도 두려움을 느꼈는지 병원을 옮기게 되었다.



다만 그 지경이 되었는데도, 예비 엄마 모임의 일부 사람들은 계속 그 병원을 다녔다고 한다.



아니, 병원이라기보다는 예비 엄마들이 모이는 그 공유 룸에 계속 다녔다고 할까...







그리고 그 후, 그 예비 엄마 모임에 속해 있던 이들은 모두 유산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 2명은 자궁 자체가 파열되어, 두 번 다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다만 단 한 명, 리더였던 그 여자만 빼고...







그 여자는 근처 다른 병원에서, 옥동자 같은 건강한 사내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유명 사립 유치원에 아이를 집어넣으려고,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 이리저리 뛰고 있다고 한다.



아이가 선천적 장애를 안고 있던 임산부들이 잔뜩 모여 있던 그 종합병원에, 왜 그녀의 아이만은 전혀 장해가 없었던 것일까.







그건 나조차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우리 아내도 유산했다.



트리소미 21의 영향이라고 한다.







이 지경이 되고나니, ●●●●님인지 뭔지에게 선택되었으면 좋았을텐데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비법 같은게 이 세상에 있다니, 오히려 그게 실화가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댓글---


VKRKO 2015.01.04 19:50 
트리소미 21이란 21번 염색체가 3쌍 존재한다는 것으로, 다운증후군의 원인이라고 합니다.


출처: https://vkepitaph.tistory.com/797?category=348476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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