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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이제 와서 쏟아낸다
게시물ID : lovestory_869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8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1/31 13:00:18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URwQ3NQO4SE





1.png

오인태혼자 먹는 밥

 

 

 

찬밥 한 덩어리라도

뻘건 희망 한 조각씩

척척 걸쳐 뜨겁게

나눠 먹던 때가 있었다

 

채 채워지기도 전에

짐짓 부른 체 서로 먼저

숟가락을 양보하며

남의 입에 들어가는 밥에

내 배가 불러지며

힘이 솟던 때가 있었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삶을 같이 한다는 것

 

이제 뿔뿔히 흩어진 사람들은

누구도 삶을 같이 하려 하지 않는다

나눌 희망도서로

힘 돋워 함께 할 삶도 없이

단지 배만 채우기 위해

혼자 밥 먹는 세상

 

밥맛없다

살맛 없다







2.png

유종인

 

 

 

무덤까지 와도 막히는 풀이 없다

묏등이 한 번 솟은 후에

다시금

초록을 들어 올려주니까

 

풀은 언제까지나 무덤을 쓰다듬는 노래니까

지구 땅 별에서 손을 뗀 적 없는

늘 푸른 집착이니까

 

주검보다 드센 곳에

하얀 풀뿌리가

높으니까







3.png

김진완푸른 귀

 

 

 

주차장 시멘트 터진

틈새로 잡풀 돋았다

 

내 사는 변두리가

우주 배꼽이 되고

 

우주 한가운데 돋은

풀은 푸른 귀가 된다

 

귀를 잡고 들어 올리면

네 발을 얌전히 모으고

대롱대는 강아지를

가만히 떠올려 보자

 

풀포기 잡고

살살 힘주면

앙증맞은 행성하나

아프다고 낑낑댄다







4.png

이화은이명

 

 

 

나의 신은 언제나 왼쪽 귀로만 온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편애에 익숙한 그는 왼손잡이인지도 몰라

사륵 사르르

긴 옷자락을 끌며

하루도 빠짐없이 전례처럼 그가 다녀가고

내 왼 귀는 그래서 종교적이다

지극히 도덕적이다

오른 귀의 낭만과 사철 부는 바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좌우의 기류가 풀 멕인 하늘처럼 팽팽한 날

그런 날은

성난 신의 발자국 소리가 더욱 거칠어진다

데칼코마니 같은 내 몸의 경계에는

반절짜리 연애가 산다

절반쯤 달려가다 돌아오고 돌아오는

슬픈 연인이 산다 그래도 모른 척 신은

왼쪽 귓속에 더 깊은 소리의 동굴을 파고

사르륵 사륵

오늘 밤도 내 왼쪽 귀는 거룩한 순교를 꿈꾸며

신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든다







5.png

한서정폭설

 

 

 

참았던 이야기다끝끝내 못다한 말

다 못쓰고 떠났던 말이제 와서 쏟아낸다

전부를 받아 달라며 온 몸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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