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이것을 어찌 사랑이라고 부르랴
게시물ID : lovestory_869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5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2/01 12:40:24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yDf420jLABI






1.jpg

이상개시간 깔아뭉개기

 

 

 

시간을 뭉갠다

뭉개진 시간들이 쌓여 산을 만든다

시간이 비틀거리며 쓰러지고

시와 간이 포개지면서 후르르 떤다

ㅅ이 ㄱ자리를 차지하자

ㄱ은 빙글 돌아 ㄴ과 합치고

ㅣ는 ㅏ와 함께 누워버렸다

높은음자리가 낮게 엎드리고

낮은음자리로 높이 날았다

시간은 서로 날고뛰고기다가

깔아뭉개며 합쳐진다

죽은 산이 벌떡 일어선다







2.jpg

김춘수인동(忍冬

 

 

 

눈 속에서 초겨울의

붉은 열매가 익고 있다

서울 근교(近郊)에서는 보지 못한

꽁지가 하얀 작은 새가

그것을 쪼아먹고 있다

월동(越冬)하는

인동(忍冬잎의 빛깔이

이루지 못한 인간(人間)의 꿈보다도

더욱 슬프다







3.jpg

이홍섭주인

 

 

 

아이가

힘겹게 뒤집기를 시작하면서

이 철없는 세상을 용서하기로 했다

 

마흔 넘어 찾아온 아이가

외로 자기 시작하면서

이 외로운 세상을 용서하기로 했다

 

바람에 뒤집히는 감잎 한 장

엉덩이를 치켜들고 전진하는 애벌레 한 마리도

여기 이 세상의 어여쁜 주인이시다

 

힘겹고외로워도

가야 하는 세상이 저기에 있다







4.jpg

전기웅이것을 어찌 사랑이라고 부르랴

 

 

 

공연히 짚불에 쑤셔 넣은 편지뭉치처럼

평생 묻어온 사람을 뽑아 던져버리고서는

홀로 남겨진 내 낡은 몸뚱이가 하도 허전하여

누군가 내 잡은 손을 놓아버려서

바닷가를 날려가는 비닐우산처럼

그렇게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아서

가슴은 묻어둔 채 두 다리만 홀로 걸어와

내 어린아이였을 적 울음소리로

베게에 얼굴을 묻고 꺽꺽거리다가

누군가 내 머리를 얼싸안고 껴안아 줄지도 모른다고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 속에서 제 몸이 마르도록

방울꽃 옆에 서 있던 것

 

이것을 어찌 사랑이라고 부르랴







5.jpg

오인태이음동의어

 

 

 

사랑할 때만 사람이다

사랑할 때만 살아있다

 

그러므로 사랑을 다 떠나보내고

숭숭 뚫린 분화구에 더 이상 재생되지 않는

재만 허옇게 남은 삶은 이미 삶이 아니다

마그마 같은 사랑이 없는

삶은 단지 구차한 연명일 뿐

 

그렇다

시를 쓸 때만 시인이다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 시를 쓴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사랑을 하고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시를 쓰며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