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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가시에 찔려 본 사람은 안다
게시물ID : lovestory_869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63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9/02/04 22:11:53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z7jGfAqjsVg





1.jpg

이만섭날개의 영역

 

 

 

새의 공중이 있다

허공뿐인 듯해도 수많은 능선으로 이루어진

산들을 쫓는 분망함은

외경에 해상도를 들여놓았을 뿐인데

날갯짓은 한사코 산맥을 넘는다

첫 비상에서부터 끊임없이 진화해온 날개는

여전히 어디론가 팽창 중인 듯

좌우대칭의 너비를 긋는 동선이 활기차다

저 반원의 높낮이로 옷깃을 터는 외재율은

바람을 불러 부양하는 듯싶지만

숫제 깃털에 힘입은 터에

비상하는 소리 자연스러워지면 허공은 더욱 가벼워질 것이다

무릇 날개는 무게를 줄여야 날개답다

절벽에서 추락하는 경우나

유사한 행위는 무게를 단 듯 억지스럽다

그것들은 깃털도 없이 허공을 나는 위험한 족속들이다

진정한 날개들의 공중이란

스스로 부양된 채 보이지 않는 길을 트며

조감도를 그리는 일이다

그래서 새들은 제 형세를 지우고 산 너머로 떠난

새털구름의 길을 좇지 않는다

오직 날개를 가진 자의 자부심으로 공중을 비상할 뿐

어떤 허세도 깃털 안에 들여놓지 않는다

그것을 자유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2.jpg

김윤현민들레

 

 

 

맨몸으로 떠날 때는 흙바람도 좋았지

먼지바람이면 또 어떠하랴 싶었지

내 발길 닫는 곳이 있기만 한다면

들판 구석진 곳이나 돌 틈새면 어떠리

남들도 다 가지는 햇빛 조금하고

뿌리 내릴 물기만 있다면

그저 꽃도 피우며 살만한 것이지

팔려가는 꽃바구니에 끼지는 못해도

당신의 그림자 비치는 끝자락쯤

노란 웃음 피어 올릴 수 있다면

내 마음 편안하여 행복하겠네







3.jpg

한도훈홍시

 

 

 

홍시에 멱감고 싶었다

홍시 속에 파묻혀

실눈을 뜨고서

빨갛게 물들어버린 세상을

피 놓고 넋 놓고

말갛게 씻긴 영혼만으로

빠끔 내다보고 싶었다

 

소란스런 참새떼 달려들어

풍덩 내 영혼 속으로

참 염치없게 주둥이를 들이밀어도

세상은 빨간 홍시가

응깨진 것이라고

사분사분 말해주고 싶었다

 

산이슬빛 낮달이 뜨고

손각시하고 동행하는 산길

들숨날숨 연달아 쉬며

숨이 가빠오는데

절벽 위 아슴아슴 달려있는 홍시

 

그 홍시에 멱감고 싶었다

절벽 아래로 떼구르 굴러

세상 밖으로

튕겨진다고 하더라도







4.jpg

고광헌()

 

 

 

물러날 때를 안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모가지

저 삶고요하다







5.jpg

이영춘가시

 

 

 

가시에 찔려 본 사람은 안다

그 생채기 얼마나 쓰리고 아픈가를

피 멍울멍울 솟아나는 진통을

한 사람의 독기 어린 혓바닥이

우리들 가슴에 얼마나 많은 피를 솟게 하는가를

 

가시에 찔려 본 사람은 안다

나는 또 얼마나 많이 남의 가슴에 가시를 박았을 것인가를

 

한 치 혓바닥에서 묻어나는 그 독기

돌밭가시밭에 몸 박고 사는 엉겅퀴처럼 툭툭

불거진 가시가 얼마나 큰 암 덩어리였던가를

 

가시에 찔려본 사람은 안다

내 몸에 가시가 박혀 피 철철 흘리듯

남의 가슴에도 피 흘리게 하였을 것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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