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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이건 너무 큰 그리움이야
게시물ID : lovestory_869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57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2/11 12:21:05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gNYxPkuhKsQ





1.jpg

강영란소가 혀로 풀을 감아올릴 때

 

 

 

수굿하게 고개 숙이고

 

상냥한

콧김

입김

땅에게 바싹 절하고

 

조심조심 혀로 풀을 감아 올린다

 

뜯어먹어 미안하고

상처 냈으니 미안해서

침을 한번 쓰윽 묻혀준다

 

때로 몸의 상처는 침도 약이 되어서

온 들판에 풀들이 새로 돋아난다







2.jpg

송종찬겨울강

 

 

 

꽁꽁 얼어붙은 북한강이

온몸을 받아낸다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더니

강심(江心)까지 얼어붙었다

 

돌을 던져도

소리치지 않는 저

단단한 내공

 

상처의 두께 더하다 보면

나도 세상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맺힘과 풀림을 반복하는

강 끝에서 들려오는

뿌리들의 먼 추임새 소리







3.jpg

남진우월식

 

 

 

달을 따기 위해

지붕에 사다리를 걸어 놓고 올라간 아이와

 

달을 건지기 위해

두레박을 타고 우물 속으로 내려간 아이가

 

이 밤

저 달에서 만나 서로 손을 맞잡는다

 

우물에 떠 있는 달 속으로

지금 막 올라간 아이가

달을 따 들고

지붕 밑으로 내려온다







4.jpg

이시영어머니 생각

 

 

 

어머니 앓아 누워 도로 아기 되셨을 때

우리 부부 외출할 때나 출근할 때

문간방 안쪽 문고리에 어머니 손목 묶어두고 나갔네

우리 어머니 빈집에 갇혀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돌아와 문 앞에서 쓸어내렸던 수많은 가슴들이여

아가 아가 우리 아가 자장자장 우리 아가

나 자장가 불러드리며 손목에 묶인 매듭 풀어드리면

장난감처럼 엎질러진 밥그릇이며 국그릇 앞에서

풀린 손 내미시며 방싯방싯 좋아하시던 어머니

하루 종일 이 세상을 혼자 견딘 손목이 빨갛게 부어있었네







5.jpg

이규리커다란 창

 

 

 

창이 큰 집에 살면서 오히려 창을 가리게 되었다

누가 이렇게 큰 창을 냈을까

이건 너무 큰 그리움이야

 

창을 건물의 꽃이라 했나

막힌 곳에서도 누구나 창 하나씩 내고 있으니

간절히 뚫고 싶었던 건 어둠이었을까

제 안에 하루에도 수십 번 저를 뚫어야 하는 명암이 있어

 

어느 날은 그 창으로 꽃을 보았다 말하겠지

어느 날은 그 창으로 비참을 보았다 말하겠지

왜 창 앞에 그토록 자주 저를 세웠을까

돌아보면 거기 늘 누군가의 눈이 있었다고 말해도 될까

 

창이 왜 낮에 바깥을 보여주고 밤엔 자신을 보게 하는지

그 심연

살아있어 창을 낸다면다시 창을 낸다면

한 그리움 정도의 크기만 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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