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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단편 하나 읽기) 04. 악기들의 도서관-김중혁
게시물ID : readers_332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hinejade
추천 : 1
조회수 : 28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2/11 21:55:42

(하루에 단편 하나 읽기) 04. 악기들의 도서관-김중혁




표제작인만큼 고민이 깊은 작품이다. 그럼으로써 중간중간에 껴있는 유머코드들이 더 빛이 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으로 꽉꽉 채워져 있는 작품이라 더 마음에 들었다. 발상이 참 좋았고, 마지막 마무리 부분이 굉장히 작위적이라는 부분에서 아쉬웠다.

아무것도 아닌채로 죽는다는 건 억울하다. 니은자가 연속 두 번 있다. 좋지 않은 문장이다. 하지만 꽤 많은 점을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이다. 인터넷에 항상 돌아다니는 영화 황산벌의 짤이 떠오른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만,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죽을 뿐이고 사람은 이름 때문에 죽는다는 짤.

우리는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다. 요새는 그것이 성공의 척도로 여겨지는 세상이기 때문에, 나와 같은 한량들은 그다지 반갑지 않은 세상이다. 하지만 본 작품의 주인물은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 개념을 받아 들인다.

이 모든 것이 과정이다.

과정이기 때문에 주인물은 연인에게 차여도 차사고를 당해도 절대 끝낼 수 없는 쥬크박스를 만들어도 그러려니 한다. 이것은 죽음에 맞서싸우는 것보다, 죽음또한 초인에 이르는 과도기라고 보는, 니체의 사상과 마찬가지다. 니힐리즘을 통한 니힐리즘의 극복. 니힐리즘이 뭔지 대부분 까먹었지만 말이다.

좋은 작품이다.

근데 진짜, 김중혁 작품은 어떤 작위의 세계보다 더 작위적인 것 같긴 하다.

 

 

밑줄 친 것들

-술을 마시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난 후 할인매장에서 악기점을 지나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도 나는 방 한구석에서 매일밤 포도주의 코르크 마개를 따고 만취한 상태로 잠이 드는 생활을 반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생활이 잘못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모든 것이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고 때문에 그 문장이 떠올랐고, 그 문장 때문에 술을 마시게 됐고, 술 때문에 악기점을 발견한 것이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이 한 줄로 연결되는 순간, 삶이 바뀐다. 그 줄을 길게 늘인 것이 한 인간의 삶이 아닐까.

-그 모든 것이 과정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나의 과정일 뿐이었므로, 그녀에게 그 과정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책에서 읽은 건데요,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소리는 아무도 없는 빈방에서 시타르의 현 하나를 조용히 뜯었을 때 나는 소리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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