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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저녁의 표정
게시물ID : lovestory_869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8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2/12 13:42:26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AvfJnLPAHGk





1.jpg

홍일표저녁의 표정

 

 

 

아직 끝나지 않은 어제의 노래

둥글게 뭉친 눈덩이를 허공의 감정이라고 말할 때

돌멩이 같은 내일이 아이스크림처럼 녹는다

깊게 파인 공중에서 밤이 태어나고

 

눈덩이의 부피만큼 훌쭉해진 허공은 너무 질겨서 삼킨 사람이 없다

 

바삭거리던 나뭇잎이 공중에 몸을 밀어넣을 때

저기 새가 날아가네

서쪽으로 기운 나무는

그것을 천 개의 손가락을 가진 바람의 연민이라고 말한다

 

바람이 남긴 죽은 새들과 함께

수런수런 모여드는 저녁

남은 허공을 쥐어짜면 새들의 울음이 주르르 흘러내리기도 하는

여기는 바닥에 노래가 새겨지지 않은 곳

 

표정 없이 자전거 바퀴살에 감겨 헛도는 하늘처럼







2.jpg

김연성베로니카의 사랑

 

 

 

그러니까 누가 베로니카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인가

언제부터 내가 베로니카를 사랑하게 된 걸까

만난 적도 본 적도 없는 베로니카는

그러니까 언제부터 내 안에 오도카니 앉아있었나

치렁치렁 춤추는 검은 머리카락의 향기를 맡은 적도

슬픈 듯 젖은 듯

폐광 같은 눈동자와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데

그러니까 내가 베로니카를 몹시 사랑한다고 고백해도 되는 것일까

아니다아니다

나는 베로니카의 겉모습만 사랑하고 있을 뿐

이번 생에는 그 얇은 떨림까지 훔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렇다면 굳이 베로니카를 만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베로니카 혼자나를 사랑하면 족한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3.jpg

김미선아버지 풀 되어

 

 

 

불초여식

이 핑계 저 핑계로

찾아뵙지 못하고

세월 넘겨 찾아뵈오니

아버지 풀 속에 누워 계시더라.

 

풀들과 아주 친해져

본척만척 하시더라

풀세상에서 이생의 모든 업

다 풀고 풀되어 사시더라

나비온갖 꽃들과 놀고

바람하고도 아주 친해지셨더라.

 

못내 섭섭하여

모퉁이 돌아서서 훌쩍거리며 울었더라

이제 걱정 안 해도 되겠더라

소복소복한 풀들 울타리 되어

이웃 하고 계시더라







4.jpg

김록시차

 

 

 

나무에 매달리는 열매여

나무도 열매에 매달린다

 

나무에서 나온 빛이 열매로 보이려면 얼마나 걸리는가

옛날 얘기는 왜 옛날 얘기가 아닌가

하늘에 속한 것이 땅에 매달릴 때

8분 전이 지금인 때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리는가

어떤 것을 잊지 못하는가

어떤 것에 매달리는가

왜 옛날 얘기를 지금 해도 되는가

하늘에 떠 있는 것 중 오래전에 죽은 것도 있어서

오래전이 지금인 때

1초 전 지금

 

열매가 떨어진 뒤 얼마 뒤에 보러 가는가







5.jpg

이해인내 안에서 크는 산

 

 

 

좋아하면 할수록

산은 조금씩 더

내 안에서 크고 있다

 

엄마

한 번 불러보고

하느님

한 번 불러보고

친구의 이름도 더러 부르면서

산에 오르는 날이 많아질수록

나는 조금씩

산을 닮아 가는 것일까

 

하늘과 바다를 가까이 두고

산처럼 높이

솟아오르고 싶은 걸 보면

 

산처럼 많은 말을 하지 않고도

그냥 마음이 넉넉하고

늘 기쁜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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