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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999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ng(가입:2006-07-27 방문:769)
추천 : 17
조회수 : 165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9/03/12 19: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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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내가 실제로 겪은 일입니다.



하지만 정작 나도 지금까지 이 일이 현실인지 분간이 가질 않습니다.



대학생이던 당시, 나는 정말 의미없는 나날만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꿈이고 목표고 아무 것도 없이, 동아리에 과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은 채 그저 산만하고 나태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하는 것이라곤 나랑 똑같이 잉여 인간이던 친구 K, S와 함께 드라이브를 다니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나마도 점차 질려가기 시작해서, 기왕 다니는 거 평범한 길 말고 폐도를 찾아 다니게 되었습니다.







폐도란 대개 아무도 쓰지 않는 길이나 이미 폐쇄된 길을 일컫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개척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 차로 갈 수 있는 곳이나 돌아다녔기에 폐쇄된 도로를 찾아다니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더 좋은 길이 나서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나, 어디로 연결된 건지도 모를 작은 샛길 같은 곳을, K의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입니다.







왠만한 일은 금새 싫증을 내고 흥미를 잃는 우리였지만, 이상하게 그 폐도 탐색만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폐도를 따라 달리며 보이는 비일상적인 광경이, 꿈도 희망도 없던 우리와 맞아떨어졌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K가 [재밌는 곳을 찾아냈어. 지금 같이 가 보지 않을래?] 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새로운 폐도를 찾아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후 2시를 넘어갈 무렵이었지만, 그 날 다른 예정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기에, 나와 S는 당연히 동행하기로 하고 K의 차에 올라탔습니다.



그 곳은 대학에서 차를 타고 30분 정도 걸리는 산길이었습니다.







차가 자주 다니는 큰 도로에서, 비스듬하게 옆으로 좁은 길이 나 있었습니다.



거기로 들어서자 땅에 잡초가 가득하고, 나뭇가지나 돌이 잔뜩 떨어져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이었습니다.







이런 길이 있었나 싶어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고작 100m 정도 달리자 금새 막다른 곳에 다다르고 말았습니다.



[엥? 겨우 이게 끝이야?]



나와 S는 무심코 불만을 토했지만, K는 득의만만한 얼굴로 옆을 가리켰습니다.







[저기를 봐.]



그 곳을 보자, 도로 옆에는 산사태 방지용 콘크리트 둑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도중 둑이 끊기고, 그 사이에만 철망이 쳐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철망 뒤로, 길이 계속 이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로 가보자구.]



분명 철망은 쳐 있었지만, 단순히 철사로 고정시켜 놓은 것에 불과했기에 잘라버리면 간단히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터였습니다.







그리하여 K가 준비해 온 니퍼로 철사를 자르고, 우리는 차를 통해 폐쇄된 길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솔직히 뭔가 나쁜 짓을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철조망이야 돌아오는 길에 다시 철사를 연결하면 될 일이니까요.







게다가 이렇게 숨겨진 길을, 자동차에 탄 채 오래 나아가지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까 지나온 길조차 풀이 무성하고 돌이 여기저기 굴러다녔습니다.



이 정도로 숨겨진 길이라면 조금 나아가기만 해도 차가 굴러다니지 못할만큼 험한 꼴이 나올 것이란 예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예상과는 다르게, 길은 오히려 아까 지나왔던 길보다도 깔끔했습니다.



우리는 그대로 차를 타고 좁은 산길을 5분 정도, 신중하게 달렸습니다.



잠시 뒤, 눈 앞에 터널이 나타났습니다.







터널이라기보다는 아래를 지나갈 수 있도록 중간을 비운 다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만.



높이는 고작 4, 5m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차가 지나가기에는 충분한 폭이었기에, 우리는 그대로 차를 타고 거기를 지나갔습니다.







터널을 지나자 길이 조금 거칠어져서, 아스팔트 위에 돌이 여기저기 튀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갑자기 S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야, 잠깐 멈춰봐! 저기 좀 보라구!]







S가 가리킨 것은 차의 뒷쪽, 아까 빠져나온 터널 쪽이었습니다.



그 곳에는 터널의 입구를 가리는 것처럼, 신사의 기둥문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바깥쪽에는 전혀 보이지 않아, 터널을 지나가며 자동적으로 기둥문도 통과하게 만든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왠지 기분이 나빠진 우리는 돌아갈까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일단 갈 수 있는 곳까지는 가보기로 했습니다.



거기서 500m 정도 나갔을까요.



지금까지는 길 상태가 좋지 않을지언정 아스팔트로 포장되었던 길이, 마치 경계선이라도 있는 것처럼 뚝 끊겨, 그곳부터는 비포장 흙도로가 이어졌습니다.







기분 나쁘게도 아스팔트와 흙의 경계선 좌우에, 무슨 사당 같은 게 두 개 있어서, 거기를 경계로 뒤가 포장 도로, 앞이 비포장 도로였습니다.



이쯤 되자 이 앞에 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불안이 섞여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어디가 됐든 끝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돌아갈 생각은 사라진 채였습니다.







다행히 비포장 도로로 바뀐 후에도 길의 폭은 똑같았고, 나무가 쓰러져 지나가지 못하거나 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차의 바퀴자국이나 없던 것이나, 폐쇄된 길치고는 너무 깨끗하다는 걸 그 때 눈치 채야 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동안 그 길을 달리자, 지금까지 왔던 산길이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 마냥 탁 트인 곳이 나왔습니다.







우리 차가 달리는 길 외에는, 좌우로 그저 광활히 펼쳐진 평야 뿐이었습니다.



논 같이 보이기도 했지만, 누가 경작한 것 같은 모습도 전혀 없었습니다.



문득 하늘을 보니, 구름 하나 없이 푸르고 맑아, 그 경치에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렇지만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이상했습니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인 걸까요.



폐쇄된 길 안 쪽이니, 망한 마을이라도 있는 걸까요.







우리가 평소 살던 곳에서 그리 떨어진 곳도 아닌데, 이렇게 넓고 텅 빈 땅이 있다는 게 이상하고 놀라웠습니다.



도대체 이 오솔길은 어디까지 계속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할 무렵, 길 앞 쪽에서 검고 작은 건물이 멀리서 보였다.







가까워짐에 따라 그것은 점점 모습이 커져, 형태가 확실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초가집인 듯 합니다.



...아니, 단순한 초가집이 아니라는 걸 금새 알 수 있었습니다.







건물이 비정상적으로 컸던 것입니다.



이렇게 큰 초가집은 난생 본 적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학교 체육관만하달까, 그보다도 더 큰 것 같았습니다.







도대체 왜 폐쇄된 길 안 쪽에, 이렇게 커다란 건물이 있는 걸까요.



게다가 그 건물 앞에 도착해서야 안 것이지만, 지금까지 온 길은 이 건물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을 뿐, 도중에 곁가지로 새는 길은 전혀 없었습니다.



즉, 이 건물이 이 길의 종착점이었던 것입니다.







황폐한 마을인가 싶었지만, 그 건물 외에 다른 건물도 없었습니다.



즉, 우리가 지금까지 타고 온 길은 그저 이 건물에 향하기 위해 만들어진 길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건물 앞에 차를 멈추고, 차에서 내렸습니다.







무척 상쾌했습니다.



공기는 맑고, 하늘은 구름 하나 없이 새파랬습니다.



새소리나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습니다.







봄날처럼 딱 좋은 기온에 계속 여기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눈 앞의 거대한 초가집을 보면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집니다.



도대체 이 건물은 뭘까...







초가집은 대개 사람이 살지 않으면 금새 쇠락해 간다고 들었지만,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낡고 전체적으로 거무스름한 나무집이었지만, 썩어들어갔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누가 지금도 살고 있는걸까?







[안에 들어가볼까?]



내가 제안하자, K는 동의하고 나섰지만, S는 썩 내켜하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난 우선 건물을 한 바퀴 돌아보고 올게.] 라며 건물 뒤쪽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나와 K는 둘이서 건물에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건물의 문은 무거웠지만 잠겨 있지는 않았습니다.



안을 들여다보자, 곰팡내 같기도 하고 오래된 광에서 나는 것 같기도 한 독특한 냄새가 났습니다.







[실례합니다! 누구 계신가요?]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아무 대답도 없습니다.



역시 아무도 없구나 싶어 안심한 나와 K는,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어슴푸레하기는 하지만 문 밖의 빛이 들어와 안의 모습이 보입니다.



나무판자가 깔린 휑하게 빈 공간이 있었습니다.



선반 같은 게 벽에 붙어 있지만,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왼쪽 벽에는 미닫이 문이 있어, 그 너머로 또 방이 있는 듯 했지만,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어 그저 마루와 벽 뿐이었습니다.



위쪽은 어두워서 잘 안 보였지만, 천장까지 텅 빈 것 같았습니다.



나는 용기를 내 미닫이 문을 열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미 그만 두겠다는 생각은 사라진 터였습니다.



[실례합니다, 아무도 안 계십니다!] 라고 다시금 확인한 뒤, 천천히 문을 열었습니다.



안은 의외로 밝았습니다.







채광창 같은 게 위쪽에 여럿 있는지, 입구 쪽보다 훨씬 밝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방은, 단순히 밝은 것 뿐 아니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금새 깨달았습니다.



우선 방이 엄청나게 넓었습니다.







무슨 체육관 하나 정도는 되는 넓이였습니다.



그리고 그 넓은 공간 안에 균등하게 5개, 비정상적으로 굵은 기둥이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아 있었습니다.



굵기는 3m 정도 될 법하고, 길이는 10m에 육박할 수준이었습니다.







그런 나무 기둥이 5개나 있던 것입니다.



[야... 이렇게 큰 나무가 일본에 있긴 하냐...?]



K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렇게 큰 기둥은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이렇게 큰 기둥을 세웠나 싶어 주변을 바라보는데, K가 [으앗!]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뭔가 하고 보니 5개의 기둥 중 한가운데의 기둥에, 뭐라고 써 있는 부적 같은 것이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못으로 기둥에 박힌 것으로, 수도 없이 기둥 전체에 박혀 있었습니다.



글자는 붓으로 쓴 것으로, 한자나 무슨 기호처럼 보였지만, 뭐라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K가 [뭐가 붙어 있어.] 라고 말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확실히 부적과 못 사이에, 무언가 말라붙은 덩어리 같은 게 함께 박혀 있었습니다.



뭐가 박혀 있는걸까 싶어, 나와 K는 거의 동시에 시선을 위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금새 우리는 그 해답을 얻었습니다.







박혀 있던 것은 사람의 귀였습니다.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사람의 귀가, 부적과 함께 기둥에 박혀 있던 것입니다.



아래쪽은 썩어 문드러지거나 말라붙어 뭔지 알아볼 수가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위쪽에 박혀 있는 귀들은 생생해서 바로 귀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마 천 개는 훌쩍 넘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더욱 두렵게도, 위쪽에는 박힌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 귀도 있었습니다...



[도망치자!]







[으아아아아아악!]



나와 K는 미친 듯 달려 건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여기가 어딘지는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위험하다는 것만은 확실했습니다.



곧바로 차에 타고 도망치려 했지만, S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나와 K는 전력으로 달려 건물 뒤쪽으로 향했습니다.







워낙에 큰 건물이다보니 뒤쪽으로 가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건물 뒤쪽까지 가니 거기에 S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습이 이상합니다.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우리들도 S처럼 그 자리에 우뚝 서고 말았습니다.



건물 뒤쪽은 그저 넓게 평야가 펼쳐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평야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간단한 받침대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줄로 쭉 늘어서 있었습니다.



받침대 위에는 초가 2, 3개씩, 불이 붙여진 채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지평선 저 너머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뭐야, 이게!]



[야, 여기 위험해!]



나와 K의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찾았는지, S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나와 K가 전혀 신경 쓰지 못하던 것에 관해 말했습니다.



[야... 여기 태양은 어디에 있는거야...?]



태양...?







그러고보니 하늘은 푸르고 맑아, 구름 한 점 없습니다.



하지만 태양은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하늘은 밝은데, 그 밝기가 전체에 건쳐 똑같았습니다.







[저기, 난 처음부터 여기가 이상하다 싶었어... 여기 너무 조용하잖아. 너희 여기 온 다음 한 번이라도 새나 다른 동물 소리 들은 적 있어? 그 뿐 아니라 여기까지 오는 길에는 풀 한 포기 없었지!]



S는 벌써 반쯤 울고 있었다.



우리는 어떻게든 S를 달래서 차로 향했다.







도중에 건물의 입구가 눈에 들어왔는데, 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분명 나와 K는 문을 열어 놨었는데...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도망치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K가 벌벌 떨면서 운전해, 우리는 겨우 처음 들어왔던 폐도 입구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국도로 돌아오자,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걸 보자 겨우 원래 세상을 돌아왔다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그 후 우리 셋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날 체험했던 일들은 세 명이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그 폐도 입구 근처를 우연히 지나가게 되었을 때가 있었는데, 전에 들어갔던 좁은 길 자체가 튼튼한 문으로 가려져 있어 도저히 지나가지 못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지나갈 수 있었다 하더라도, 두 번 다시 그 길로 갈 생각은 없습니다.





출처: https://vkepitaph.tistory.com/753?category=348476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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