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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날
게시물ID : panic_1000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ng
추천 : 29
조회수 : 405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9/03/18 21: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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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아버지가 겪은 일이다.



취직처가 정해져, 새로 지은 아파트를 빌리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목재점에서 트럭을 빌려, 이전까지 낡은 아파트에서 같이 살던 후배의 힘을 빌려 이사를 시작했다.







딱히 큰 짐도 없고 짐이 많지도 않았기에, 짐을 푸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후배는 방에 오고 나서부터 얼굴이 새파래져서, 아무래도 몸이 영 불편해 보였다.



그래서 대충 짐만 옮긴 후 아르바이트비로 수천엔 정도를 주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그 날 밤은 이사한 탓에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한밤중, 소곤소곤하고 누군가 말을 거는 듯한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



그 아파트는 새로 지은 것이었던데다, 아버지는 아파트가 준공되자마자 입주한 터였다.







당연히 다른 방에는 아직 아무도 안 살고 있었기에, 다른 집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불을 켜고 창밖을 내다봤지만, 그저 조용한 심야의 주택가만 보인다.



주정뱅이 한 명 보이지 않았다.







기분 탓인가 싶어 다시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에 막 들려는 무렵에 또 소곤소곤하고 소리가 들려온다.



집에서 메아리가 친다든가, 바람 소리 같은 게 사람 소리처럼 들리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려 애썼지만, 아무리 들어도 아파트 안에서 누가 이야기하고 있는 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어쩌면 멍청한 도둑이 옆방에 들기라도 했나?



아버지는 다시 일어나 벽에 귀를 붙이고 주변 방의 소리를 확인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아니, 인기척 자체가 없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한다.



분명 기분 탓이리라 여기고 잠을 자려 누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로 귓전에서 소곤소곤 목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봤지만, 당연히 아무도 없다.



초조해진 아버지는 원인을 밝히려고 주변 모든 방을 돌아다니며 노크를 했다.







하지만 당연히 아직 아무도 입주한 집이 없었다.



결국, 이사 때문에 피로가 쌓여서 그런 것이라 결론을 내리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방 안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부엌 싱크대에서 흰 손이 나와 있었다.



마치 그 안에서부터 기어 나오려는 것처럼.



그만 소리를 질러 버릴 뻔했지만, 겨우 참는다.







가만히 보고 있자, 그 손은 무엇인가를 찾는 것 마냥 타박타박 부엌을 돌더니, 잠시 후 스윽하고 싱크대 안으로 사라졌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렀지만, 여기서 도망치면 지는 거라고 아버지는 생각했단다.



그래서 싱크대에서 물을 틀어 거기로 엄청나게 흘려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당연히 가는 배수관에 사람이 들어있을 리가 없다.



싱크대 밑의 서랍도 다 열어봤지만 아무도 없다.



귀신이구나 싶었다고 한다.







잘못 본 것도 아니고, 꺼림칙한 기분도 들었다.



어릴 적부터 이상한 건 여럿 보았고,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도망치면 그걸로 좋은 걸까?







보증금이랑 사례금은 그대로 날아가는 거겠지?



이 나이쯤 되면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현실이 있는 것 아닌가?



아버지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조용히 싱크대에 얼굴을 가져가서, [두 번 다시 나오지 마라! 너 이 새끼 내가 죽으면 너만 쫓아다닐 거야!] 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한밤중인데도, 온 힘을 다해 목청 터지도록, 싱크대를 향해서. 



기분이 풀린 아버지는 그대로 잠을 청했다고 한다.







어차피 죽는 것도 아닐 텐데.



귀신을 볼 때마다 죽는 거라면 지금까지 몇 번은 죽었을 터였다.



그 후, 별 일없이 아침을 맞이한 아버지는 목재점에 트럭을 돌려주러 갔다.







그러자 후배가 어제처럼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왜 그러냐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 방에 들어간 순간, 왠지 기분 나쁘고 무서운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런가 싶어 방을 쓱 둘러보는데, 부엌에서 흰 손이 나와 있지 뭡니까.]







아버지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저도 가끔 이상한 걸 보지만, 그렇게 기분 나쁜 건 처음이었어요. 모처럼 새집을 구했는데, 그런 걸 봤다고 하면 기분 나빠하실까봐 차마 말도 못 드리고... 그래도 선배님, 그 집에서는 나오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하지만 아버지의 위협이 먹혀든 것인지, 그 날 이후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2년 정도 지나, 아버지는 새로운 직장을 얻게 되어 그 집을 나오게 되었다.



마지막 날, 짐을 다 옮기고 방에서 나가려는데, 등 뒤에서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더란다.



아, 설마 그 녀석인가...







제발 곱게 보내줘...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굳게 먹고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그 흰 손이, 싱크대에서 쑥 나와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고 한다.







뭔가 기묘한 광경이었지만, 아버지도 무심결에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고 한다.







출처: https://vkepitaph.tistory.com/738?category=348476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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