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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집사의 고양이 관찰일기 - 3. 첫날밤
게시물ID : humordata_18064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방향치
추천 : 16
조회수 : 1768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9/03/25 09:44:38
 
 자고 일어나니 밤은 이미 진해져있었다. 한동안 자기 전 먹은 약기운이 남아 몽롱하게 앉아 있었다. 침대에 앉은 채로 몇 분 정도. 물을 마시려 일어나니 방 한구석 고양이 화장실이 눈에 보였다. 아차! 나 고양이 데려왔었지! 방안을 둘러봐도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다. 침대 밑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한 쪽 구석에 쭈구려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울지도 않고 빤히 바라보고 있다. 녀석. 내가 자는동안 나름대로 상황 정리를 한 것일까. 그렇겨 얼마 동안 녀석과 서로 바라보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잠들기 직전까지 하던 걱정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고양이에대해 검색을 하면서도 자주 뒤돌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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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은 잘 먹었으려나? 조금이긴 하지만 먹은 흔적이 있었다. 물도 물론 마셨겠지.... 화장실은? 사용한 흔적이 있었다. 마음이 탁 놓였다. 온몸의 긴장이 다 풀렸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다시 걱정이 몰려왔다. 이제 어쩌지... 무섭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너무 대책없이 저질러 버렸다. 책상에 머리를 박고 생각했다. 무섭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너무 대책없이 저질러 버렸다. 다시한번 생각해도 무섭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너무 대책없이 저질러 버렸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가만히 앉아 생각을 정리해봤다. 내가 무슨짓을 한거지? 아기고양이를 잡아서 데려왔다. 왜? 안쓰럽고 불쌍해서.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키우겠다는 사람 찾아서 입양보낸다. 키우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생각은 딱 그 쯤에서 멈췄다. 없으면.. 다시 놓아주어야 하나? 너무 무책임하다. 보호센터에 보내야 하나? 한달동안 입양자가 없으면 안락사시킨다고한다. 그렇게 되면 잡아 온 의미가 없다. 상황을 인터넷에 올려봤더니 그냥 키우라는 말과 오히려 한 마리 더 입양하라는 댓글이 대부분이다.

 인터넷에 분양 관련 글들을 찾아봤다. 코리안 숏 헤어. 줄여서 코숏. 대부분 길냥이들이 코숏이고 코숏은 인기가 없다고한다. 그나마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고양이는 데려가곤 하는데, 길냥이들은 병원에서조차 진료를 꺼린다는 말이 있다. 어떤 질병을 가지고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적어도 예방접종과 중성화수술 까지는 해야 가끔식 데려가는 사람이 있을정도... 중성화시기는 6개월 이후. 그럼 그때까지 이 아기고양이를 내가 키워야 할 상황도 생각해봐야한다. 내 몸 하나 제대로 관리 못하면서, 저 작고 여린 생명을 어떻게 관리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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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 그렇게 울던 녀석이 지금은 또 조용하다. 다시 침대 아래를 살펴보았다. 녀석은 가만히 나를 바라보기만 한다. 사료와 물그릇을 침대 가까이 밀어 넣어 주었다. 녀석은 잠시 움찔하며 더 안쪽 구석으로 도망갔다. 괜한 짓을 했나.. 겁만 먹느라 아무것도 안먹으면 어쩌지... 다시 의자에 앉아 거울로 등 뒤 침대를 바라보았다. ‘아그작, 아그작’ 내가 비켜주니 먹는구나... 다 먹고나니 다시 침대 아래로 들어갔다. 눕고싶지만 괜히 무서워 참기로했다. 순간 녀석이 침대 아래서 빼꼼 하고 그 자그마한 머리를 내밀었다. 눈이 마주쳤다 다시 숨어버렸다. 그리곤 다시 울기 시작한다. 도대체 왜.... 왜.... 쳐다보는것도 싫은가... 길면 3달정도 구석에 숨어서 안나오기도 한다는 댓글을 봤다. 막막하다. 뒤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순간 고개를 반쯤 돌리려다 멈췄다. 가만히 거울로 등 뒤를 살펴보니 화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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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밤 새 지켜본 결과 몇가지 특이점을 발견했다. 우선 어느세 나는 분양생각을 안하고있다는 것. 그리고 아기고양이는 필요한게 있을 때 마다 삐약삐약 하고 운다는 것. 내가 밥을 먹거나 청소를 하는 둥 움직이고 있으면 삐약삐약 하고 운다. 그럴 때 한 쪽 구석에 가서 가만히 있으며 거울로 등 뒤를 살펴보면 침대 아래서 살금 살금 나와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간다. ‘나 지금 뭐 하고싶은데 너가 신경쓰여서 못하겠어! 그러니까 좀 비켜줘!’ 라는 신호를 주는건가. 가끔 밥도 먹고 화장실도 다녀왔는데도 삐약삐약 울었다. 뒤돌아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침대 아래서 나와 이리저리 방을 돌아닌다. 빨래 건조대 위에도 올라가곤 했다. 침대 아래 장난감을 넣어주면 울음소리가 멈추고 부스럭소리가 났다. 그 와중에도 놀고는 싶은가보다.

 침대에 눕고싶지만 참았다. 책상에 엎드린 상태로 잠이 들었다. 모니터에는 잠들기 전 고양이에 대해 검색해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아기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잘 있나 확인해보려는 순간 등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 보았다. 침대 위 한쪽 구석에 앉아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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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편 http://todayhumor.com/?humorbest_1589068
2편 http://todayhumor.com/?humorbest_1589074
3편 http://todayhumor.com/?humordata_1806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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