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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게시물ID : panic_1000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ng
추천 : 12
조회수 : 178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3/27 19: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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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집에서 가까운 사립 여학교에 진학했던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입니다.



같은 초등학교에서 온 아이가 없었을 뿐더러, 입학하자마자 나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퍼지면서 나는 완전히 왕따가 되어 버렸습니다.



소문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고양이를 산 채로 뜯어 먹고 있더라.] 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었습니다.







중학교에 갓 들어간 여자아이들이라고는 해도 저런 이야기를 진심으로 믿지는 않았겠지요.



아마 다들 그냥 기분 전환이나 할 겸, 왕따를 한 명 만들어 두자는 생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건 4월 말이었습니다.







그 후로는 그 때까지 약간 친해졌던 아이들도 말을 걸지 않고, 한 달여를 혼자 외로워했습니다.



6월이 된 어느날, 옆 반의 아이가 불러 빈 교실에서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그녀는 [정말 네가 고양이를 죽였어?] 라고 물었습니다.







내가 아니라고 하자, 이상한 부탁을 해왔습니다.



아무래도 그녀, 카가와의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사라진 모양인데, 최근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걸 내가 죽인 것으로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 부탁을 하는 것인지 어이가 없어 거절했지만, 카가와는 집요하게 부탁하며 무릎까지 꿇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계속 거절하자, 끝내는 내 얼굴까지 때렸습니다.



이유를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무렵 점점 더해가는 스트레스 때문에 몸 상태도 영 좋지 않았던데다, 키도 작았기에 전혀 저항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카가와는 귀신 들린 것 마냥 무서운 분위기였기에, 나는 겁에 질려 결국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말하고 말았습니다.



이제부터 또 내가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더욱 학대당할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카가와는 무척 기쁜 듯 내 손을 잡더니, [그럼, "내가 미이를 죽였습니다. 카가와가 아니라, 내가 미이를 죽였습니다." 라고 말해.] 라며 시켰습니다.



이상하다는 생각 뿐이었지만, 그 말을 하지 않으면 돌려보내주지 않을 것 같았기에 결국 그대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카가와는 내 손을 놓더니 몇 번이고 고맙다고 되뇌이고는 나를 보내주었습니다.







다음날, 어제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나는 학교에 나갔습니다.



다행히 새로 이상한 소문이 돌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내가 계속 무시당할 뿐.







그대로 일주일 정도가 지났습니다.



어느날 쉬는 시간, [누가 널 부르고 있어.] 라며 같은 반 아이가 말을 걸어줬습니다.



일부러 나에게 그런 걸 알려주다니, 이 아이는 내 편인가 싶어 기뻤지만, 문득 주변을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어느새인가 반 전원이 입을 다물고, 나와 교실문 쪽을 번갈아 보고 있었습니다.



교실문으로 시선을 돌리니, 거기에는 카가와가 있었습니다.



[잠깐 이리로 와 줘.]







하지만 모습이 이상했습니다.



카가와는 양 팔을 붕대로 칭칭 감고, 양 뺨에는 커다란 파스를 붙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학교 안인데도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에게 뭐라고 한 소리 듣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의 차림이었습니다.



카가와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방과 후에 학교 근처에 좀 와줬으면 해.] 라고 말한 뒤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날 학원에 가야만 했기에, 다시 그녀의 반을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그 반 선생님은 [카가와는 요새 사흘째 학교에 안 오고 있어.] 라고 알려줬습니다.



나는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저 나를 불러내기 위해 학교까지 왔다고 생각하니, 그녀가 부른 것 자체가 무서워졌습니다.







그래서 나는 학원에 가야한다는 핑계로 자신을 타이르고, 약속을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하루를 보낸 후, 나는 몹시 지친채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중에 누군가가 길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밤 10시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그것은 카가와였습니다.



내가 깜짝 놀라 말을 걸자, 그녀는 [다행이다, 와 줬구나.] 라며 울며 기뻐했습니다.



그제야 눈치챘습니다.







그 곳은 낮에 카가와가 와 달라고 했던 장소라는 걸요.



혹시나 그 때부터 쭉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 싶어서, 카가와에게 미안했습니다.



카가와는 여전히 붕대와 파스, 모자로 잔뜩 자신을 가린 채였습니다.







우선 공원까지 둘이서 걸어가 벤치에 앉자, 카가와가 울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고양이에게 작은 일로 화가 치밀어서, 2주 전에 죽여버렸다고 고백했습니다.



내가 죽인 걸로 해달라던 그 고양이는, 사실 카가와 본인이 목 졸라 죽였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후 연달아 무서운 일을 겪게 되어, 그게 고양이의 원한 때문이라고 느끼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잡아먹었다는 소문이 있던 내게 부탁해, 고양이의 영혼을 억누르려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나쁜 짓을 해서 미안해. 같이 불제에 와 줬으면 해서...] 라며 부탁했습니다.







자신이 받아야 할 저주를 내가 받으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나는 신경이 쓰여서, [무서운 일이라니 그게 뭐야?] 라고 물었습니다.



카가와는 겁에 질린 듯 내게 달라붙었습니다.







[미이의 목이, 계속 다리에 부딪혀... 걷던 중에 뭔가 걷어 차인 것 같아 내려다 보면, 그게 미이의 머리야. 앞만 보고 계속 걸어봐도, 몇번이고 몇번이고 그게 부딪히는거야... 그러다 밟기도 하고, 계속 그 모습이 변해가는 게 느껴져.]



카가와는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습니다.



[자고 있으면 뭔가 따뜻한 게 이불 안으로 들어와. 아, 미이구나, 하고 꼭 껴안는데, 어라? 미이는 내가 죽였을텐데... 하고 눈치채는거야. 그럼 갑자기 그게 차가워지면서 뻣뻣해져. 놀라서 일어나면 없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 나까지 온 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하지만 내겐 아무 일도 없었는데...



[나는 그런 일 전혀 없었어. 카가와한테는 아직도 그러는 거야?]







그녀는 [팔에 털이 자랐어!] 라고 대답했습니다.



[고양이의 털이야. 점점 늘어나. 게다가, 수염도 자랐어. 어제부터는 귀도 자라났다구! 봐, 이 귀를! 보라구!]



카가와가 흥분해 모자를 벗어 던졌기에, 나는 반신반의하며 일어나 그녀의 머리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고양이귀 따윈 당연히 없었습니다.



[없잖아.] 라고 말하자, 그녀는 화가 난 듯 [있을거야, 있을거야!]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나는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그럼 수염도 보여줘 봐.] 라면서 파스를 떼려고 하자, 카가와는 갑자기 마음이 약해진 듯, [부탁이니까 그건 하지 말아줘.] 라며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보고 나는 카가와가 정신이 이상해졌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밤도 늦었으니까 어서 돌아가자.] 라고 권했습니다.







카가와가 불제에 함께 와 줬으면 한다고 재차 부탁했기에, [그래, 같이 가자.] 하고 달래줬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카가와가 뺨에 입맞춤을 하더니, 눈가를 핥았습니다.



솔직히 정말 기분이 나빴지만, 이미 나도 지쳐버렸기에 그냥 뿌리치기만 하고 둘이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카가와는 다시 모자를 푹 눌러쓴 채였습니다.



한동안 걷고 있는데, 갑자기 카가와가 멈춰섰습니다.



앞서나가고 있던 내가 몇 미터 앞으로 나갔는데도 따라오지 않고, 뒤돌아서 이름을 불러도 가만히 고개만 숙인 채입니다.







그리고는 꼼지락꼼지락 제자리에서 다리만 움직입니다.



[저리 가!] 하고, 갑작스레 카가와가 소리를 쳤습니다.



아래를 바라본 채.







나는 혹시 내가 기분에 거슬릴 말을 했나 싶어, 그녀에게 사과하려 했습니다.



[미이! 저리 가라구!]



미이라니, 카가와의 고양이 이름이었을텐데...







카가와는 끊임없이 [미이, 저리 가.] 라고 외치며 다리를 작게 움직입니다.



그게 무언가를 밀어내는 듯한 모습이라는 걸 깨닫자, 혹시 지금 카가와씨에게는 미이의 머리가 보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땅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카가와, 거기엔 아무 것도 없잖아.] 라고 말을 건넸지만, 카가와는 잔뜩 흥분한 채였습니다.



결국 [저리 가! 저리 가! 저리 가!] 라고 소리를 지르며 크게 다리를 털더니, 그 '무언가'를 발로 차는 듯한 동작을 했습니다.



통!







그 순간, 무엇인가가 내 다리에 날아와 부딪혔습니다.



기분 탓이 아니라, 분명한 감촉이었습니다.



약간 작은 공 같은 것이 부딪히고, 저 멀리로 튀어 나간 것이 느껴졌습니다.







카가와는 고개를 들더니, 내 다리에 맞고 날아간 그것이 떨어졌을 법한 곳을 눈으로 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내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어안이벙벙하는 사이, 카가와는 깜짝 놀란 듯 나를 보더니, [미안해!] 라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자 나는 참을 수 없이 무서워져, 그녀를 두고 집으로 도망쳤습니다.



집에서는 가족들이 늦게 귀가한 나를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에게 안색이 안 좋다는 말을 듣고 바로 목욕탕에 들어가, 혼자서 뜨거운 물로 씻은 후 거울에 비춰보니 아까 차였던 정강이가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습니다.







겁에 질려 잠을 청했지만, 밤새 열이 올라 가족들이 간병을 할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열은 금새 내렸지만,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학교에 연락을 하고 이틀간 학교를 쉬었습니다.



월요일에 학교에 가자, 같은 반 아이 중 두세명이 갑자기 사과를 했습니다.







다들 별 생각 없이 나를 무시하고 있었지만, 내가 학교까지 쉰 것은 처음이었기에 다들 잘못했다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시작으로, 결국 우리 반 아이들 거의 전부가 나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그 날 카가와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 2주 가량 카가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학교에도 나오지 않는 채였구요.



그 사이 점차 내겐 친구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불제를 같이 드리자는 이야기도 잊은지 오래였습니다.



다만 다리에 생겼던 푸른 멍은 그 후로도 2년 넘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것을 볼 때마다 나는 미이의 이야기가 생각나 기분이 나빠지곤 했습니다.







그나마 중학교 졸업할 때쯤에는 멍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녀에게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기에 그 후 카가와가 어떻게 됐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출처: https://vkepitaph.tistory.com/727?category=348476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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