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추리소설 연재(4) "월곡(月哭) 저수지 살인사건"
게시물ID : panic_1002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eyman
추천 : 1
조회수 : 42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5/24 12:05:16
옵션
  • 창작글
4
 

....우리 사....사랑이 뺐어줘! 안 그러면 죽어....... ....빨리......”
늦봄인데도 불구하고 두터운 오리털 점퍼를 입은 사내가 용인경찰서 정문 앞에 주저앉아 떼를 쓰고 있었다. 머리에 난 큰 수술자국이 말해주듯이 그의 말은 상당히 어눌했다. 정문을 지키는 의경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렸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선생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싫어! 빨리 뺏어줘!”
사내는 이제 어린애처럼 땅바닥에 두 발을 비비며 소리쳤다. 의경도 질세라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서 이러시면 업무방해로 잡혀간다니까요!”
.... 그래도 싫어! 빨리 우리 사랑 이를 뺏어줘!”
사내는 이제 길 가운데 드러눕기까지 했다. 의경은 어찌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렸다.
- 빠앙!
경찰서로 들어서려던 승용차가 사내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클랙슨을 울렸다. 그러나 사내는 움직이지 않았다. 의경 역시 황급히 경례를 하고 사내를 치우려했지만 어쩔 수 없어 운전자만 쳐다봤다. 운전자는 기가 막힌 지 한숨과 함께 운전석 문을 열고 나왔다. 의경은 군기가 바짝 든 군인처럼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운전자는 오른 손을 잠깐 들었다가 내려놓으며 의경에게 다가섰다.
무슨 일인데 그래?!”
저렇게 막무가내로 자기 딸 사랑 이를 구해달라고 난리입니다.”
그럼, 딸이 납치라도 됐다는 거야?”
잘 모르지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이 처음이야?!”
아닙니다. 한 달째 저럽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아무 조치를 안했다는 거야?”
아닙니다. 처음에 만난 근무자가 실종신고 왔나 싶어 강력계로 인도했답니다. 그런데?”
?”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그래, 내가 조치할 테니까 대신 주차하고 강력계 정반장 내 방으로 오라고 해.”
. 수사과장님!”
의경은 또다시 거수경례를 붙이고 차량에 올라탔다. 박과장은 사내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선생님. 저는 용인경찰서 박한준 수사과장입니다. 저랑 이만 가시죠?”
그럼, 우리 사랑이 구해 줄 거야?”
사내는 간신히 머리만 든 채 물었다. 박과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가시죠?”
하며 오른 손을 내밀었다. 사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박과장의 손을 잡았다. 박과장은 사내를 일으켜 세우고 물었다.
이름이 뭐에요?”
오동호
그래요. 오동호 선생님 제방으로 가시죠.”
박과장은 조심스럽게 본관으로 향했다. 의경은 서둘러 주차장에 박과장의 차를 주차하고 청사 안으로 파고들었다.
 

수사과장실은 수사지휘부답게 복잡했다. 관내 지도는 물론이고 사건사고 실적을 나타내는 그래프가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이거 하나 드세요.”
박과장은 자신의 책상 옆에 비치 되어있는 소형냉장고에서 드링크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오동호는 거절하고 대신에 탁자 위 쟁반에 놓여있는 목캔디를 한 움큼 쥐더니 일부는 주머니에 집어넣고 서너 개는 입에 까 넣었다.
박과장의 조심스럽게 살피며 말했다.
단걸 좋아하시나 봐요?”
오동호는 이라 대답한 다음 캔디를 두어 개 더 까 입에 넣었다. 박과장은 여전히 오동호의 표정을 살피며 살며시 물었다.
한 선생님?”
아냐!”
오동호는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단번에 반박을 했다. 박과장은 당황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다시 물었다.
뭐가 아니라는 거죠?”
나 선생님 아닙니다.”
그럼요?”
그냥 인간입니다.
놀라운 답변이었다. 정신연령이 낮아 보이는 사람에게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인간이란 말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인간이라뇨?”
박과장은 애써 표정을 감추며 말했다. 그러자 그의 입에서 예상외의 대답이 나왔다.
신부님이 그랬습니다. 아픈 사람이나 안 아픔 사람이나 다 하느님이 만든 인간이라고 했어요.”
아네.”
박과장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똑똑똑!
순간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정반장이 들어서며 말했다.
찾으셨다면서요?”
그래, 이 분 사정이 딱해서 불렸어.”
안녕하십니까!”
박과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오동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초등학생처럼 배꼽인사를 했다. 그러나 정반장은 답례는커녕 푸념을 늘어놓았다.
오동호 씨! 이러시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박과장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정반장은 난색을 표하며 말했다.
아네, 전처로부터 접근금지가처분을 받은 상태입니다.
그럼, 저 사람에게 부인이 있었단 말이야?”
박과장은 뜻밖이라는 듯이 쳐다봤다. 정반장은 오동호의 표정을 잠시 살핀 다음 말했다.
. 지금은 강제 이혼 당했지만요.”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저 사람이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초등학생 수준이 되자 처갓집에서 강제로 이혼을 시킨 거죠.”
사연 한번 기구하구만.”
그렇습니다. 자세한 것은 초등수사 때 받아 놓은 진술서가 있으니까 한번 읽어 보시죠. 드라마도 그런 드라마가 없습니다. 그럼 전......”
말을 마친 정반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과장 역시 일어나며 물었다.
무슨 일 있는 거야?”
아네. 112로부터 애매한 전화가 와 파악해보려고요?”
뭔데?”
안성과 우리 관내인 용인 사이에 있는 월곡 저수지에서 살인사건이 났다고 신고가 들어 왔는데요. 경계가 애매해서요.”
경계 얘기가나오자 박과장이 발끈했다.
무슨 소리야. 월곡 저수지의 3분의 2가 안성에 있어.”
이토록 경계 문제에 신경 쓰는 것은 사건의 득과 실의 차이로 곤혹을 겪기 때문이다. 더욱이나 진급심사를 눈앞에 둔 그로서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걸 모를 리 없는 정반장 또한 신경을 쓴 것이다. 정반장은 박과장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아네. 그래서 일단 그 쪽으로 접수시키라고 했습니다만....”
됐어. 그건 내가 따로 알아 볼 테니까. 이분모시고 가서 자세히 말씀드려..... 나도 진술서 읽어 볼 테니까.”
아네. 컴퓨터에서 4월 초순 사건 신고 철에서 들어가서 찾아보시면 있을 겁니다. 아참 그리고 한 가지 골치 아픈 게 있습니다.”
정반장은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한마디 덧붙였다.
뭔데?!”
저 사람에게 접근금지가처분 명령을 건 여자가 얼마 전에는 재혼남에게 역시 접근금지 가처분을 걸었습니다.”
뭐가 그렇게 복잡해?”
박과장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 정반장은 마른 침을 삼키고 말했다.
아네. 간단히 말씀 드리면 첫 번째 접근 금지는 전 남편인 이 사람이 애를 내 놓으라고 스토킹을 해서 건 것이고, 두 번째는 재혼한 남편 황동팔이란 놈이 자신의 재산을 빼돌려 놀음하는 것도 부족해 수시로 폭력을 행사해서 건 사건입니다.”
뭐야? 그럼, 한마디로 이놈도 저놈도 싫다는 거야?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피곤한 스타일이구만.”
. 진술서를 읽어보면 확실한 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알았어. 그만 가봐.”
!” 하며 건너편에 앉아 있는 오동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는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정반장이 인상을 찌푸리자 순순히 일어났다. 박과장은 그들이 문을 나설 때 까지 유심히 쳐다보며 중얼 거렸다.
산다는 건 너무도 복잡하고 어지러워.......”
박과장은 습관처럼 한숨을 내뱉고 자신의 의자를 끌어 당겨 컴퓨터를 켰다.
잠시 후 화면에 사건 기록 파일 폴더가 눈 안에 들어 왔다. 박과장은 그곳에 커서를 갖다 댄 다음 더블 클릭을 했다.
 

 

 

<계속>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