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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연재(5) "월곡(月哭) 저수지 살인사건"
게시물ID : panic_1002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eyman
추천 : 2
조회수 : 41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5/24 12: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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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수령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느티나무로 둘려 쌓인 곳에 자리 잡은 안성경찰서는 오늘따라 유난히 한가해 보였다. 이따금 창문 사이로 형사들의 신문하는 소리가 흘러나오긴 했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평화롭기까지 했다.
그래서 뭐여! 송장이 나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라는 것이여!”
살짝 열린 창문사이로 튀어나온 고성은 심각한 상황을 대변하고 있었다. 상대방도 마냥 만만치 않았다.
지금 그 말이 아니잖아요. 일단 실종신고는 해 놓은 거니까 좀 더 기다리자는 것 아네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긴 얼마나 지났다고 그래요! 겨우 사흘 밖에 안 지났는데!”
스포츠머리에 검정 점퍼를 입은 박형사가 맞받았다.
그러니까 그 말이 그 말 아녀요!”
참말로 답답하구먼 어쩌서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어요? 실종신고의 기본은 최소한 1주일은 기다려 보는 거예요. 막말로 기어나갔다가 지 맘대로 안 되고 팍팍하면 맘이 바꿔 돌아 올수도 있으니까 말이에요?”
박형사는 상대방이 너무도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쾅쾅 쳤다. 그러나 상대방은 막무가내로 대들었다.
지금 그렇게 한가하게 장타령 할 때가 아녀요. 그 사람 성격상 길어야 이틀이라니까요!”
박형사도 물러서지 않고 말꼬리를 잡았다.
그러니까 더 기다려 보라는 거예요. 주변 말 들으니까 가출이 한두 번 아니었다면 서요.”
그러자 그가 발끈했다.
그러면 우리 마누라가 바람난 년이란 말이여?!”
하지만 박형사는 느긋했다.
애석하게도 주위의 평판이 그러던데요. 선생님 평판도 그러고?”
뭐요! 내 평판이 어떤데요?”
술만 묵었다고 허면 개차반으로 무전취식에. 폭행. 난동도 부족해 마누라를 개 패듯이 패 관할 파출소를 밥 먹듯이 드나들었다고 하던데.”
그래서 내가 고 인간들을 죽이기라도 했다는 것이여?”
박형사가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자 그는 약간 풀이 죽어보였다. 박형사 공격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강도를 높였다.
주위 사람들도 오죽했음은 마누라가 집을 뛰쳐나가 이혼소송을 준비 중이겠냐고 이구동성으로 떠들던데.......”
황동팔 역시 이판사판이라는 듯이 강도를 높였다.
그것이야! 그년이 장사에 신경 쓰지 않고 술 배달 놈하고 붙어먹어서 그랬지.”
그건 잘 모르겠고....... 들리는 소문에 그놈을 찾아가 뭘 어쨌는지 모르지만 폭력전과가 화려한 양반이 순순히 물러났다면서? 위자료라도 챙긴 것이여?”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여! 인간 황동팔이가 고렇게 밖에 안 보여?!”
그러나 형사의 반응은 예외였다. 순순히 동의했다.
아니지 돌연변이라는 게 있으니까 근데 말이요. 실종된 처와 결혼하면서 혹도 자청해서 떠맡았다면서.......”
박형사의 일침에 기세당당하던 황동팔이 머뭇거렸다.
그걸 어떻게?”
그랬으면 애를 잘 돌봤어야지. 학대와 분풀이폭행이 만만치 않았다고 하던데…….”
....고것은 당신이 걜 잘 몰라서요.”
기세당당하던 황동팔은 한숨을 내 뱉고 창문을 내다봤다. 바람이 부는 지 느티나무 가지가 출렁였다.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의경 초소에 머리를 바짝 깎은 의경이 정문 주변을 오가고 있을 뿐 여전히 한가했다.
걜 모르다니?!”
방어에만 급급하던 박형사가 또다시 승기를 잡은 듯 의자를 바짝 끌어당기며 황동팔을 주시했다.
버젓이 네가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신 아빠만 찾으니 열 안 받겠소.”
그야. 애들이니까 그렇지 이제 겨우 다섯인 애가 뭘 알겠어요.”
안 당해본 사람은 몰라요. 지 비위에 안 맞으면 울고 불며 똥오줌을 여기저기 갈기는데 참겠어요?
그걸 감수하겠다고 맡은 거 아녀요? 일도 않고 집구석에 처박힌 조건이 애를 본다는 핑계였다면서?”
저도 할만치 했다고요.”
아무리 그래도 애는 애야! 근데 추운 날 밖에 벌세우는 것도 부족해 수시로 구타했다면서! 어린 애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박형사는 도무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버럭 화를 내며 쏘아붙였다. 그건 요즘 부쩍 신고가 많은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분풀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천정만 올려다봤다.
이때였다. 출입문이 거칠게 열리며 누군가 소리쳤다.
주목! 주목!”
순간 각자 신문 중이거나 조서를 꾸미던 형사들이 일손을 놓고 일제히 쳐다봤다.
과장님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취조실에서 최반장이 나오며 물었다. 수사과장이 다가서며 소리쳤다.
살인사건이야. 지금 하던 일은 모두 내근자들에게 인계하고 식구 끌고 빨리 가봐.”
어디로요?!”
우리 관할 월곡 저수지야. 빨리 가봐.”
묵은 겁니까?”
사나흘 됐나봐.”
토막은 아니고요?”
확실히는 몰라. 마대포대 담겨 있다고 하니까?”
목격자는 요?”
외진 곳이라. 목격자는 없고 대신에 저수지에서 고기 잡아 생계를 꾸리는 노부부가 발견해서 112에 신고한 거야. 나머지는 현장 출동해서 상세히 보고해!”
말을 마친 수사과장은 서둘러 출입문을 나섰다. 최반장은 목례를 해보이고 돌아서며 말했다.
박형사. 업무 마무리하고 따라와. 아참 그리고 출장 나간 정형사한테 연락해서 현장으로 하고 오라하고......”
.”
박형사는 짧게 굳게 대답하고 전화기를 들었다. 책상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경청하던 황동팔이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요?!”
박형사는 다이얼링을 하며 말했다.
일단 귀가하시고 저희가 금명간에 호출을 할 테니 그때 방문하세요.”
황동팔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한마디 이었다.
누가 죽었을까요?”
그거야 우리도 사체를 보지 않아서 알 수가 없죠. 그러니 귀가하세요.”
박형사는 바쁘니 더 이상 방해 말라는 듯이 못을 박고 수화기에 귀를 기우렸다. 황동팔도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것을 인식하고 목례를 하고 뒤돌아섰다. 박형사도 오른 손을 들어 보이고 전화기에 대고 소리쳤다. 통화가 이어진 듯싶었다.
난데. 살인사건이야. 월곡 저수지로 와! 반장님 호출이야! 인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초행길이야. 네비 찍어!”
박형사는 말꼬리를 잡는 정형사의 말을 일축하고 최반장에게 후닥닥 다가섰다.
가자!”
최반장은 한마디 뱉고 앞장섰다. 박형사도 고개를 조아리고 최반장을 뒤따라 황급히 강력계 사무실을 나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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