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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연재(10) "월곡(月哭) 저수지 살인사건"
게시물ID : panic_1002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eyman
추천 : 3
조회수 : 38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6/04 13: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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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 시각 박형사는 고삼저수지 벚꽃나무 그늘에 앉아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낚시꾼들은 이런 박형사와 달리 저수지에 낚시를 던진 채 상념에 적어 있었다. 일부는 낚시 전용 의자에 엉덩이를 붙인 채 잡지를 뒤적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냥 그렇게 수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박형사는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일어나 저수지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그들을 유심히 살폈다.
보이지 앉았다. 그들의 말대로만 지금쯤이면 할 일 없는 황동팔이 낚시를 매고 들어와 어딘가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는 그림자도 드리우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것들이?!”
박형사는 주먹을 불끈 쥐며 중얼거렸다.
그가 최반장의 지시를 받고 그의 아지트인 길목 당구장에 급습했을 때는 황동팔은 없었다. 인상이 험악해 보이는 두어 명이 당구를 치고 있을 뿐 황동팔은 보이지 않았다. 박형사는 혹시 화장실을 가지 않았나 싶어 화장실도 기웃거렸다. 역시 없었다.
그때였다.
애써 눈길을 피하며 당구에 전념하던 사내가 허리를 펴며 말했다.
형님 동팔이 형 찾아요?”
상고머리를 한 그는 출소한지 얼마 되지 않아 보였다. 박형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사내에게 다가섰다.
이번에는 뭐에요? 폭력이에요? 절도에요?”
바른 쪽에서 상대하던 스포츠형 머리의 사내가 큐대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런 건 알 것 없고 중요한 거야?”
박형사는 말도 붙이기 싫다는 조로 한마디 뱉고 그들의 표정을 살폈다.
허긴 물어본 놈이 그렇지...... 그 인간 과천에 갔을 거요?”
과천은 왜?”
왜긴 왜요? 경마하러 갔지.”
아냐. 오늘은 마()요일이 아냐.”
스포츠형의 사내가 반박했다. 박형사도 놓치지 않고 되물었다.
그럼, 어디 갔을까
모르긴 해도 고삼저수지로 낚시 갔을 거요?”
그 인간이 그런 취미도 있었나?”
그러자 상고머리 사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취미는 개뿔! 삥 뜯으러 갔지.”
박형사는 잘 하면 뭔가 건지겠다는 계산에 살며시 다가서며 물었다.
고삼저수지라면 엄청 먼데? 그곳까지?”
상고머리는 그러면 대수라는 듯이 여전히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멀면 어때요. 그 인간한테는 12조인데…….”
“12조라니?”
박형사는 마른 침을 삼키며 상고머리를 쳐다봤다. 그때 스포츠형의 사내가 상고머리에게 다가서며 은근히 말했다.
다 까발려서 어쩌려고?”
그러나 사내는 그러면 어떠냐는 투로 말했다.
끝났어. 그 인간.”
아냐. 이번에 한몫 챙기면 다시 철거사업 한댔어.”
스포츠형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듯싶었다. 하지만 상고머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실종된 마누라 앞으로 들어 놓은 보험금?”
그것도 허당이야?!”
스포츠형 사내는 애써 초조한 빛을 감추며 말했다. 상고머리는 여전히 나불댔다.
그래 인마! 형수라는 고년도 보통이 아냐. 산전수전 육전을 다 마친 년이야. 모든 걸 지 에미 앞으로 돌려 놨대
그럼. 뭐야?!”
뭐긴 뭐야 좆댄 거지.”
상고머리는 여전히 쏘아붙였다. 박형사는 끼어들지 않고 묵묵히 경청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실체가 조금씩 벗겨지고 있다는 예감 때문이었다. 스포츠형 머리는 모든 것이 물거품 되었다는 듯이 큐대를 신경질 적으로 당구대 안에 집어 던지고 돌아섰다. 하지만 상고머리는 아랑곳없이 각을 쟤고 있었다. 이제 박형사가 나설 차례였다. 그는 스포츠형 사내가 내던진 큐대를 집어 들며 물었다.
그렇다면 동팔이가 일부러 고삼저수지를 찾아간 것은 그 근처에 뭔가 목표가 있다는 거네?”
형님. 짭새 아네요?”
상고머리는 아직도 말귀를 못 알아들었냐는 듯이 노려봤다. 박형사는 잠시 머뭇거리다 한 마디 했다.
인마! 나 짭새가 아니라 형사야!”
그러나 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말했다.
그러면 거기 가보슈. 만약에 만나거든 대신 빵에 간 장학금 빨리 지불하라고요! 안 그러면 내 연장이 어쩔지 모른다고!”
말을 마친 상고머리는 담배를 피어물고 창가로 갔다. 박형사도 묵묵히 돌아섰었다.
 

당구장을 빠져 나온 그는 곧바로 공터에 세워 놓은 자신의 차를 몰고 고삼저수지로 향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껏 사주경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저수지와 인접한 집들부터 수색했다. 생각과는 달리 집은 많지 않았다. 저수지 앞쪽 가장자리에 낚시꾼을 위한 펜션을 제외하고는 고만고만한 집들이 모여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빈집이어서 저수지로 나온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 사람들 대부분이 저수지 낚시꾼에 기대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저수지는 손맛이 좋기로 유명한 곳으로 인기 조황은 붕어. 빠가사리. 메기. 잉어. 가물치 등으로 다른 곳에 비해 다양했다. 더군다나 봄이면 벚꽃과 어우러져 가족단위로 많이 찾곤 했다. 특히 늦봄, 벚꽃이 질 즈음이면 꽃눈이 바람에 날려 저수지 수면 앉아 만드는 그림은 그야말로 환상적으로 모두를 사로잡았다.
 

도대체 이 인간 어디로 잠적한 거야?”
박형사는 또다시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 거렸다. 근처에 있는 덕우산 정상에 햇살이 점점 내려앉는 것으로 보아 1시간쯤이면 주위가 어두워 질 거라는 초조감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자리만 지킬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빈손으로 철수 할 수도 없었다. 뭔가 결단을 내려야했다. 펜션 식당에 가서 저녁을 사먹고 잠복을 계속하느냐 아니면 일단 철수했다가 내일 다시 오느냐...... 박형사는 고개를 흔들고 지금까지 상황을 더듬어 보기로 했다. 도착하자마자 주변 집을 탐문했다. 그래도 성과가 없어 저수지로 나와 낚시꾼들의 동태를 살폈다. 하지만 역시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다. 그래도 자리를 뜨지 못 한건 저기 저수지 중간에 떠있는 섬 같은 좌대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좌대에 희망을 건 것이다. 좌대는 총 5개가 떠 있었다. 세 개는 저수지 가장자리와 통로가 연결되어 있어 수시로 출입하는 사람이 보이는 반면 나머지 중간에 떠있는 좌대는 어찌된 건지 미동도 없었다. 몹시 궁금하여 관리자에 운을 떠봤다. 관리자는 처음에는 고객 프라이버시라고 회피했다. 하지만 신분증을 보여주자 한곳은 아침 일찍 떠났고 마지막 한 개만 버티고 있다고 했다. 그들이 누구냐고 묻자 그는 아내가 안내해 자기는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 아내를 불러오라고 하자 읍내로 장을 보러 갔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불륜이 거의라 아예 신분을 밝히지 않는 다고 했다. 그래서 관리자도 남녀가 묵고 있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는 거였다. 방법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오직 바람이라면 숙박자가 마음의 동요를 일으켜 자진 철수를 기대하는 거였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주위가 서서히 어둠에 잠기고 있으니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게 들어맞은 것인가. 달빛이 좌대 가장자리에 앉아 출렁이고 있을 때 여자의 비명소리 들렸다.
- 사람 살려!
이어서 우당탕 소리와 함께 남성의 고함이 이어졌다.
- 참말로 가만히 있지 못해! 참말로 뒤지고 싶어!
그러나 여자의 비명은 쉬지 않았다.
- 사람 살려!
그 소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처절하게 이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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