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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가 친구의 이야기 3
게시물ID : panic_1003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살찐소설가
추천 : 22
조회수 : 246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9/06/20 19:38:05

3편의 이야기는 내용의 연결을 위한 부분입니다.

스토리 자체의 빠른 전개를 원하시는 분들은 읽지 않으셔도  크게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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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때 가보고 처음 간 성산일출봉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일년만에 뵙는 할아버지께서도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해맑으셨다. 짧다면 짧은 3일간의 여행의 마지막날 할아버지께선 오랜만에 또렷해지신 정신으로 '고생이 많다 우리 손주 참 잘 컸다. 미안하다 이렇게되서' 라고 이야기하셨다. 나는 할아버지가 치매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3년 전처럼 엉엉 울었다. 아이처럼 우는 내 옆에서 할아버지는 다시 아이가 되셔선 '형아 울지마'라며 같이 우셨다.

 

여행을 다녀온지 1주일만에 할아버지는 지병인 심혈관질환으로 돌아가셨다. 여행에서 많은 짐을 덜어낸 덕일까 생각보다 많이 아프진 않았다. 다만 동네 노인들이 '많이 안괴롭히고 갔네 3년이면' 같은 소리를 해대는걸 듣기가 힘들었을 뿐이었다.

 

K군이 장례식장에 나타난 건 다른 친구들이 거의 다 다녀간 새벽녘이었다. 녀석은 분향을 마치고 내게 담배나 한대 태우러 가자며 밖으로 이끌었다. 찬바람을 맞으니 약간은 멍하던 정신이 또렸해졌다. 녀석은 아무말 없이 그저 담배를 천천히 태울 뿐이었다.

 

- 아들이라곤 우리 아버지 하나. 우리 아버지한테도 아들이라곤 나 하나. 그러니 나를 얼마나 예뻐하셨겠냐. 초등학교 때 상을 하나 받은적이 있었어. 큰 상도 아니고 각 반에서 과목별로 1등한 애들한테 주는 상이었는데 나는 과학이었나 사회였나 어쨋든 그냥 딱 문화상품권 5천원짜리 상이었어. 그리고 방학이 되서 시골에 내려갔는데 할아버지께서 나를 차에 태우시곤.

 

상을 치르는 내내 거의 흘린적 없는 눈물이 나올것만 같아서 담배를 힘껏 빨았다. 그리고 서툴게 기침을 하며 눈물을 담배탓으로 돌렸다.

 

- 크흠 컴. 태우시고는 온 마을을 도시더라고. 점심먹고 출발해서 저녁먹을 때 쯤에야 집에 돌아왔으니까. 뭐 다른거 한 것도 없어. 그냥 동네 주민들만나셔서는 '우리 손주알제? 이번에 핵교에서 공부잘한다고 상을 줬당께. 인자 어디 벽에 걸데도 없고마는 자꾸 쓰잘떼 없이 그런걸 줘 하하하하하하!' 하시는 거야. 그냥. 그런분이셨어. 그렇게 예뻐해주신 분한테 그러면 안되는거였는데. 참 나이드셔서 조금 총기떨어지셨다고 얼굴 뵙기가 어렵더라. 자꾸 피하게 되고. 고맙다. 네 덕에 그래도 크게 후회안하고 보내드렸어.

 

- 네가 잘한거지 뭘. 이야기해줘도 그냥 미뤄두다가 두배 세배로 우는 사람도 많아.

 

한번 더 눈물을 닦고는 부러 웃으며 말을 이었다.

 

- 우리 할아버지 여기 계시냐? 빈소에?

- ? 무슨 소리야?

 

- 넌 보일거 아냐. 우리 할아버지 어때보여?

 

녀석은 조금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 라며 말머리를 끌다가 멋적은듯 턱을 쓰다듬다가 K군은 말했다.

 

- 나 귀신 못보는데?

 

.....

 

침묵이 공기를 무겁게 감쌌다.

 

- 그니까 그... 들린다고 해야하나. 아니 들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이 자식은 그럼 십여년 만에 만난 친구한테 그냥 느낌상 할아버지 돌아가실 것 같단 소리를 했단 걸까.

 

- 야 나 상도 안받았어. 올라가서 머릿고기나 먹으면서 이야기하자. 육개장이냐 북엇국이냐?

 

- 그건 느낌 안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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