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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혼자가 됐을 때
게시물ID : panic_1004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ng
추천 : 9
조회수 : 149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6/30 2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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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장 주류점으로 가라. 누구라도 그렇게 할 것이다.

쓸데없는 코너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곧장 계산대로 가라. 계산대 뒤에 0.5리터 용량의 다양한 리큐르가 진열되어있을 것이다. 보드카, 진, 럼 등. 그중에서 위스키를 찾아라.

가장 저렴한 거면 된다. 계산하고 병을 주머니에 넣은 다음 가게를 떠나라.

그리고 영화관으로 가라.

가장 빠른 상영표를 예매한다. 무슨 영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영화관이 어두워지면, 위스키를 꺼내서 병째로 들이켜라. 다른 음료랑 섞어서도, 술을 마신 다음에 다른 음료를 마셔서도 안 된다.

아마 처음 몇 모금은 힘들 것이다. 그리고 점차 입에 감각이 둔해지겠지. 목이 타는 듯한 느낌도 사라지고, 뒤집힐 것 같던 속도 진정할 거다.

마실 수 있는 만큼 계속 마셔야 한다.

그렇다고 꿀꺽꿀꺽 마시면 안 된다. 한 모금씩. 무턱대고 마셨다가는 울렁거릴 테니까.

곧 취기가 돌 것이다. 영화 속 대사도, 캐릭터도, 중요한 복선이나 내용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가 될 것이다.

이걸 버티려 들지 말아라.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니까. 애초에 영화관에서 혼자 술 마시는 신세가 된 이유도 같으니 말이다.

영화는 빠른 속도로 의미 없이 이어지는 일련의 사진, 소리, 단어로 망가질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영상을 보는 것에 질려서, 당신 주변에 앉아 영화를 감상하는 다른 이들의 어두운 얼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당신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다. 마치 당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만약 이런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면, 스스로 이렇게 되뇌어라.

이런 기분일 거야.

이런 기분일 거야.

이런 기분일 거야.

출처 https://m.blog.naver.com/iamsuekim/221503897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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