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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날개
게시물ID : panic_1006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젤넘버원
추천 : 5
조회수 : 70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8/02 05: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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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예정된 시간이 지나도

죄수를 태운 호송마차가 도착하지 않자

성문을 지키는 경비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는 중간에 사고라도 난 게 아닐까

경비는 동료에게 자신의 자리를 맡기고

호송마차를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울창한 나무들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외길을 따라 숲의 깊은 곳까지 들어간 경비는

기우뚱한 모습으로 멈춰 있는 호송마차를 발견했습니다.

 

 

마차의 바퀴가

구덩이에 빠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차를 호위하는 병사들이 보이지 않자

무언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 경비는

수풀에 몸을 숨기고

숨죽이며 마차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보았습니다.

호송마차의 창살 사이로

죽은 죄수의 시체를

 

 

마차의 주위를 둘러본 경비는

바닥에서 날개 모양의 장식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검은 날개의 표식이었습니다.

 

 

성난 짐승의 얼굴을 한 가면을 쓰고

검은 망토를 펄럭이며

범죄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그 남자를

사람들은

검은 날개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검은 날개의 행보는

정의라기보다는 광기에 가까웠습니다.

 

 

사소한 범죄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검은 날개는

인간의 육신으로는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한 방법으로

범죄자들을 응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밤마다 범죄자들이 내지르는 끔찍한 비명에

성안의 사람들은 편히 잠들지 못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검은 날개에 기대하였던 희망은 사라져

오로지 두려운 존재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때

호송마차에서 들리는 신음에

경비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죄수가 살아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본 경비는

숲에서 그 어떤 시선도 느껴지지 않자

장화 안에 숨겨두었던 단도를 꺼내 들고는

발소리를 죽이며 죄수에게 다가갔습니다.

 

 

죄수의 숨통을 끊기 위해

 

 

그렇습니다.

불법으로 제조한 술을

성 안으로 몰래 들여오다 잡힌 죄수는

호송마차에 실려 재판장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죄수와 공모해 성 안으로 밀주의 반입을 도운 경비는

재판에서 자신의 죄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

죄수를 제거하려 한 것이었습니다.

 

 

순간

경비의 머리 위로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

 

 

섬뜩한 기분과 함께 위를 올려다본 경비는

나무 위에 거꾸로 매달려

자신을 노려보는 사나운 짐승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검은 날개였습니다.

 

 

죄수를 태운 호송 마차를 습격한 검은 날개는

현장에 나타난 경비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검은 날개의 가면 넘어 보이는

광기와 증오로 가득한 두 눈과 마주친 경비는

검은 날개가 완전히 미쳐버렸다는 소문이

틀린 말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날 밤

성 안의 주민들은

길거리 한복판에서 사지가 갈가리 찢긴

경비와 죄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코가 삐뚤어지도록 취한 모습으로

거리에 나타난 경비와 죄수가

돌연

뱃속에 든 금화를 토해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주민들은

일제히 경비와 죄수에게 달려들어

 

 

성벽에서

경비와 죄수의 최후를 지켜본 검은 날개는

보름달이 내뿜는 서슬 퍼런 광기를 등에 업고

그 거대하고 칠흑같이 어두운 망토를 펄럭이며

끓는 피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대대적인 사냥에 나섰습니다.

 

 

금화에 눈이 멀어

경비와 죄수를 갈가리 찢어버린

성 안의 주민들을 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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