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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58) / ‘바람의 동굴’에서 서부 개척사를 듣다
게시물ID : travel_275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1
조회수 : 58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8/11 23:08:28
 바람의 동굴에서 서부 개척사를 듣다
 
우리의 경우 동굴이라는 것도 입장료만 내면 들어가는데 특별한 제한이 없다. 동굴 입구는 매우 자연친화적(?)이어서 그저 태초에 생긴 대로이다. 마치 그것이 자연보호의 좋은 사례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동굴을 들어가는 사람들도 입구는 그래야 한다는 데 묵시적으로 동의한다.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고 아무도 들어가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저 알아서 들어가고 한 바퀴 휘돌아 보고나면 알아서 나오면 된다. 그것으로 그만이다. 그 외에 뭐가 더 필요한가. 그것이 지금까지의 동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었고 나는 인식에 아무런 저항감 없이 익숙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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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동굴로 들어가는데도 인원을 제한했다. 한번에 20명 정도를 한 단위로 입장이 이루어지는데 해설사가 동반하여  동굴의 구석구석을 설명해 주었다. 물론 나는 그 설명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어  있으나 마나였으나 동행한 사람들은 자못 심각하게 설명을 들었다.
동굴 속은 천장에 산호가 말라 박제되어  매달려 있는 곳도 있었다. 산호가 붙어 있다는 건 바로 이곳이 까마득히 오래전에는 바다 속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2천 미터나 되는 이곳이 태초에는 바다였다니ㅡ
로키산맥이 결국  바다 밑바닥이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자연의 힘은 위대하다 못해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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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를 확대해보면 지구는 아주 느리지만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는 말이다. 억겁의 시간이 다시 지나고 나면 로키산은 다시 바다로 들어가고 태평양이 치솟아 하와이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고속도로로 달릴지 누가 알겠는가. 지금도 지구는 세계 도처에서 꿈틀대고 있는 걸 보면 그게 그저 허황된 말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다. 이를 확인하려면 하느님보다 더 오래 살아야 하는데 그게 문제다. 그러니 그저 심심풀이로 해보는 이야기로 흘려들으면 그만이겠다.
로키산이 해발 3600미터라고 했는데 그 높이가 바다가 융기하여 생긴 것이라니 그저 놀랄 수밖에.
동굴에 대한 무지 탓인지 나오면서 이제껏 본 동굴 중에 가장 볼거리가 없었다고 투덜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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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는 인공적으로 파낸 흔적도 보였다. 그러니까 동굴에서 무엇인가를 채굴을 한 모양인데 서부 개척시대에 이곳에서 금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결국 동굴 틈을 비집다 조금씩 금맥을 따라 파들어가서 오늘의 동굴 모양이 된 셈이다.
나중에 바깥으로 나와 보니 들어갈 때 보았던 물레방아로 다시 시선이 갔다. 들어갈 때는 그것이 장식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설명을 듣고 나와보니 물레방아 같은 시설을 해놓은 곳이 사금을 채취를 체험해 보기 위한 시설이라는 것을 알았다. 물을 인위적으로 높은 곳에서 흘려보니 개울처럼 만들어 놓고 흘러가는 물에다 모래흙을 퍼다 가 흔들어댔다. 어릴 적 어머니가 밥을 지을 때 조리질을 하던 바로 그런 방식이다.
서부 개척자들은 미국인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역사이며 자부심 그 자체이다. 사실 내가 아는 서부 개척시대는 영화관에서 본 것이 거의 전부였다. 영화는 언제나 총싸움이 빠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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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이 마을을 습격하거나 은행을 강탈하거나 하는 이야기가 배경으로 깔리고 주인공이 기막힌 총 솜씨로 이런 악당들을 무찌른다. 대체적인 줄거리는 엇비슷했다. 더러 인디언들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있으나 이 역시 주인공의 총 솜씨 자랑에는 변함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서부 개척시대는 자연스럽게 혼돈의 시대로 각인되어 있다.
금을 찾아 이곳까지 굴러들어온 개척 시대의 사나이들은 이 좁고 컴컴한 동굴 속에서 인생역전을 꿈꾸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그랬던 것 같다.
-그래, 인생은 한 방이야.
그들은 금을 찾아 동굴을 파 들어가다 땅속에 은밀히 감추어진 태초의 동굴을 만났고 그럴 때마다 그들은 다른 곳으로 계속 동굴을 뚫어나갔다. 반짝이는 금을 찾기 위해. 짜릿한 인생 역전을 맛보기 위해. 그러다보니 동굴은 미로처럼 길이 구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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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을 찾던 동굴인 탓에 지금까지 보아온 동굴들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대부분의 동굴은 석회암 동굴이었다. 컴컴한 동굴 안에는 아무도 몰래 긴 세월 석순을 자라왔다. 석순들은 불빛을 받아 마치 갓 잡아 올린 새우처럼 불그스레한 빛을 띠고 기기묘묘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고드름처럼 천장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땅에서 위로 치솟아 오르는 것들도 있었다. 보는 순간 자연의 경이로움에 압도되지 않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동굴 속 석순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곳은 미국인들이 자랑하는 서부 개척시대의 역사는 있으나 우리가 늘 보아온 석순은 겨우 날림 공사한 건물 천장에서 흘러내린 시멘트 순처럼 아주 작은 석순이 두엇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산호가 눈에 띄는 바람에 동굴이 바다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알아냈을 뿐, 나는 애초부터 미국의 서부 개척사는 별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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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들은 동굴의 석순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저 사람들이 지나칠 수 있다 싶어 이름은 멋지게 바람의 동굴이라고 지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동굴 안에서 나는 바람기를 느끼지 조차 못했다. 늘 그렇듯이 동굴 속이 그저 바깥보다 온도가 다소 낮다는 것이 전부인데 그 조차 청량감을 느끼기에는 턱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해설사는 그들의 역사와 동굴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해냈다. 마치 속사포를 쏘듯이 말이 빨라서 안 그래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인데 듣는 내내, 아니지 듣는 척하는 내내 마술사가 무슨 주술을 거는 듯했다. 그곳에 그들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한참 설명을 하다가 웃었다. 사람들이 따라 웃었다. 아들과 며느리도 따라 웃었다. 나와 집사람은 빔짓 딴청을 피웠다. 귀가 간지러운가? 간간히 설명 중간에 아들과 며느리가 귀엣말로 설명 내용을 요약해 주었지만 귀가 간지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고도가 늪은 탓인지 동굴 속을 이리저리 따라다니는 동안 약간의 헌기증과 매스꺼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선지 몇 마디 말을 해도 숨이 차는 듯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해설사는 그런 것에 아랑곳 않는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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