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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8) 인류 구원 마법의 제물(신)
게시물ID : readers_340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윤인석
추천 : 1
조회수 : 50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9/08/12 17:35:37

“249차원부터 492차원까지 계면 반발 수치 재계산 완료! 화면에 띄울게요.”

대마법사의 제자가 엔터를 눌렀다.

화면에 그래프와 수식들이 갱신되었다.

대마법사가 그 수치들을 바라보며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수점 10번째 자리까지 세밀히 마나를 다루는 이 기예는 오직 대마법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오색의 기운이 형체를 이루다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화면의 수치들이 요동쳤고, 제자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정보를 처리해 반영했다.

대마법사는 321년 마법 인생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대마법사 주위에 마나가 고요하게 불타올랐다.

허공에 반쯤 떠올라 마나를 운용하던 대마법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103번째 마도서의 주인이 명한다. 발동!”

번쩍!

방안에 빛이 가득 찼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 커다란 마법진이 나타났다. 

허공에 떠오른 3차원 마법진은 안정적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수치 안정되었어요. 최종 수식 도출. 이건....”

제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법진이 안정화되었다. 마도서에 임시 등록되었어. ...드디어 마법이 완성되었구나.”

대마법사가 마법 개발이 성공했음을 선언했다.

다른 모든 시도가 실패하고 인류 최후의 보루가 되어 불가능에 도전한지 한 달.

소행성 충돌까지 불과 10시간을 남기고 인류를 구원할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아름답구나.”

대마법사가 기하학적으로 정교하게 맞물리는 마법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정말로요.”

제자가 울먹거리며 대답했다.

“모두 네 덕분이다. 네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어.”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마법 개발은 절망적인 벽에 막혀 있었다. 하지만 제자의 천재적인 발상 덕에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단기간 만에 이룰 수 있었다.

대마법사와 제자가 감격에 겨운 눈빛을 교환했다.

“정말 고생했다.”

대마법사가 울먹거리는 제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 위해 손을 올렸다.

“윽!”

제자가 화들짝 놀라며 피했다.

“....”

잠시 침묵이 흘렀다. 

대마법사는 조금 상처받았다.

“아, 아! 아니에요! 피하려던 게 아니라. 아니, 아닌 게 아닌데. 완전 좋은데. 지금 머리가 완전 떡져서. 으아아. 다, 당장 머리 감고 올게요. 이건 취소! 다, 다시 해요.”

식음을 전폐하고 연구에 매진하느라 씻지 못한 머리를 감싸 쥐고 제자가 말했다. 

얼굴이 터질 듯이 붉었다.

“...아니다. 내가 미안하구나.”

대마법사는 아무리 감동적인 순간이었지만 함부로 22살 여제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한 자신을 탓하며 말했다.

“으. 아닌데....”

“흠. 그보다 아직 마법 이름이 없구나. 자. 어서 이름을 지어 주려무나.”

“스, 스승님. 그건 스승님이 지어 주셔야지요.”

“어허. 너 아니었으면 완성되지 못했을 마법이야. 당연히 네가 이름을 지어줘야지.”

대마법사가 제자에게 공을 돌렸다.

“...그럼. 이차원 마법 통화 술식 ver 1.0이라고 명명할게요.”

대마법사가 미간을 찡그렸다. 직관적인 이름이지만 지나치게 담백한 이름이다. 게다가 ver 1.0이라니 이것이 세대 차이인가.

“제자야. 그래도 인류를 구원할 마법인데 너무 소박하지 않느냐. 네 이름도 넣어서, 세나식 초차원 심령 전달 대법 같은 건 어떠냐?”

대마법사는 창조한 마법에 자신의 이름을 넣곤 했다. ’덕배식 삼중 얼음 장벽’이나 ‘덕배식 충격 화살’, ‘덕배의 심장’, ‘멸살의 덕배’ 등 덕배 시리즈 마법은 삼백여 개에 달했다. 

“으.... 그건 좀.”

제자가 신음을 흘렸다. 

마법 명에 자기 이름을 넣는 것은 상상만 해도 낯 뜨거웠다. 

비록 괴이할 정도의 난이도를 가진 마법이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대마법사인 스승밖에 없지만.... 아니, 그래서 더 부끄럽다. 

“아니면 ‘세나의 인류 구원 마법’은 어떠냐?”

“으악! 그럼 저 부끄러워서 죽어요!”

한 달간 거의 씻지도 못해 꼬질꼬질한 와중에도 예쁜 얼굴이 울상이다.

도저히 방금 세상을 구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허허.”

대마법사가 허둥대는 제자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제자야. 내 말 하지 않았느냐. 세계에 존재를 새길수록 나중에 아카식 레코드 접속 시 이득이 생긴단다. 아주 조금이지만 그 조금의 차이가 매우 크단다.”

“하지만 부끄러운걸요.”

“마법사는 실력이 전부라고.... 그래. 어차피.... 네 말대로 하자꾸나.”

마법 실력 향상에 관한 문제에 엄격하던 대마법사가 웬일로 한발 물러섰다.

“103번째 마도서의 주인이 명한다. 마법 등록. 이름 ‘이차원 마법 통화 술식 ver 1.0’.”

다시 한번 빛이 번쩍이고 마법진이 사라졌다. 

마도서에 정식으로 마법이 등록된 것이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영광이에요.”

인류를 구원할 마법을 명명하게 되다니 다시없을 영광이었다.

대마법사가 그런 제자를 보며 어쩐지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자! 소행성 충돌 예상 시간까지 10시간도 남지 않았구나. 지금도 밖은 매 순간 피가 마르고 있을 테니 얼른 인류를 구원해 보자꾸나. 시간을 끌어봤자 좋을 게 없지.”

대마법사가 한발 앞으로 나섰다. 당장이라도 마법을 발동할 기세였다.

“스, 스승님. 저, 이 마법으로 어떻게 인류를 구원할지 듣지 못했어요. 스승님을 어떤 식으로 보좌해야 할지….”

제자가 당황하며 말했다. 

‘이차원 마법 통화 술식 ver 1.0’은 이차원과 연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놀라운 업적을 이뤘지만 결국 통신 마법이다. 

일단 스승의 말대로 마법 개발에 매진했지만, 이 마법으로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소행성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찌 된 일인지 대마법사는 계속 그 이야기를 피해왔다.

“...그래. 네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너도 알 권리가 있지. 잠시만 기다려라.”

대마법사는 제자를 남겨두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손짓에 은밀히 숨겨진 마법 금고가 열렸다. 

대마법사는 금고 가장 깊숙이 숨겨져 있던 마도서를 꺼냈다.

그리고는 마도서 한 장을 찢어서 마법으로 불태워버렸다.

천금 같은 마도서를 훼손하다니! 

다른 마법사가 봤다면 경악했을 정도의 금기였다.

“으윽!”

대마법사가 잠시 심장을 감싸 쥐고 신음했다. 

마도서가 훼손된 탓에 주인인 대마법사에게 충격이 갔다.

“하아.”

하지만 대마법사는 321년간 쌓아온 수행을 덕분에 곧 표정을 가다듬고 방에서 나올 수 있었다.

“너도 알다시피 소행성을 막으려던 모든 시도는 실패했다.”

대마법사가 제자와 마주 앉으며 말했다.

거대 소행성을 막기 위해 인류가 힘을 합쳤지만, 과학과 마법 모든 수단은 절망만을 낳았다.

“난 현재 인류의 힘으로는 소행성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마왕의 힘을 빌리기로 했단다. 하지만 차원 너머에 있는 마왕과 접촉할 수단이 없었지. 다행히 시간 안에 마법을 완성했으니 이제 마왕과 계약을 통해 소행성을 파괴할 생각이란다.”

“마왕이요? 스승님. 마왕들은 필멸자들을 벌레처럼 여기고 파멸시키길 즐긴다고 하셨잖아요.”

제자가 깜짝 놀라 말했다.

“그렇지. 하지만 필멸자들과 정당한 계약을 나누며 힘을 빌려주는 존재가 단 하나 있단다. 마왕 중에는 괴짜인 셈이지.”

대마법사가 마도서를 내밀었다.

제자가 놀라서 마도서와 대마법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받거라.”

대마법사가 말했다.

제자는 떨리는 손으로 마도서를 받았다. 

마도에 관한 지혜와 마력을 머금은 마도서는 사제 간에도 함부로 넘겨주지 않는 것이었다.

제자는 떨리는 손으로 마도서를 펼쳤다.

“아…! 이것이 마도서.”

방대한 지식이 제자의 머릿속에 쏟아졌다. 

동시에 마도서의 마력과 심령이 연결되어갔다. 

지식과 마력이 폭풍처럼 몰아치자 제자는 빛에 휩싸여 무념무상의 상태에 빠졌다.

“미안하구나. 네가 깨어났을 때쯤이면 모든 것이 끝나 있을 것이다.”

대마법사가 제자를 보며 말했다.  

마도서를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격이 없는 자라면 마도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광인이 되기도 하고, 받아들인다고 해도 수 세기 동안 쌓인 지식과 마력을 받아들이는데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대마법사조차 젊은 시절 마도서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 열흘이 걸렸었다.

“흠.”

대마법사가 신음했다. 

제자가 마도서와 연결된 만큼 대마법사의 마력이 줄어들고 있었다. 

마법사로서 뼈아픈 일이지만 예상대로 제자가 순조롭게 마도서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럼 시작해볼까.”

대마법사가 돌아섰을 때였다.

훅!

“엇?”

갑자기 어마어마한 기세로 마력이 깎인다.

후욱!

대마법사가 휘청거렸다. 

순식간에 마도서와 연결된 마력 수치가 절반까지 떨어졌다.

‘이, 이게 뜻하는 건….’

대마법사가 제자를 돌아보았다.

제자를 감쌌던 빛이 갈무리되고 있었다. 

제자가 눈을 떴다.

“아.... 죄송해요. 스승님. 생각보다 내용이 많아서.... 오래 기다리셨나요?”

제자가 평소와 같은 어투로 말했다.

“그.... 괜찮으냐?”

대마법사가 얼빠진 얼굴로 물었다. 

서울에서 남극으로 심부름 보냈는데 컵라면이 익기도 전에 펭귄을 데려온 격이다. 

그것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대단하다는 수준이 아니다. 

불가능 한 일이다!

“스승님 표정이...? 아. 죄송해요. 내용이 좀 많아서 대충 훑어보기만 하고 완전히 소화는 못 했어요. 그래도 정보별로 분류해 놓았으니까.... 잠시만요. 스승님이 말씀하신 내용이....”

‘아니! 마도서가 주는 지식의 시련을 무슨 컴퓨터 파일 정리 했다는 듯이 말하고 있어?’

대마법사는 여태까지 제자를 천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천재는 인간에게 붙는 말. 

제자의 비교 대상을 찾으려면 인간이 아닌 슈퍼컴퓨터 중에 찾아야 할 것이다.

“망각의 마왕과 계약을 하실 생각이시군요.”

머릿속에 들어온 지식 중에 필요한 내용을 찾아낸 제자가 말했다.

“...그래.”

대마법사가 한숨처럼 대답했다. 

조용히 끝내려 했는데 결국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마왕은 정말 대단하군요. 이런 게 가능하다니.”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냈는지 모르는 제자는 그저 마왕의 능력에 감탄했다.

망각의 마왕은 계약을 통해 힘을 빌려주고 계약자가 속한 세계의 ‘개념’을 제물로 받아 간다.

받아들인 개념으로 무엇을 하는지는 수수께끼이지만, 결과는 알고 있다. 마왕에게 바쳐진 개념은 점차 잊혀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만일 딸기 우유라는 '개념'을 바친다면 즉시 딸기 우유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딸기 우유를 생산하는 사람도, 구매하는 사람도 줄어갈 것이다. 

누가 강제하지 않아도 딸기 우유에 대해 생각하는 비율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 

이제 그런 개념은 없어졌으니까.

개인이 애써 잡고 있어도 손에 쥔 모래처럼 빠져나간다.

조금씩 눈에 띄지 않게 되고 점차 자연스럽게 잊혀 전 인류적 차원에서 누구도 딸기와 우유라는 조합을 떠올리지 않을 것이다.

만일 결혼이라는 개념을 바친다면? 

자발적으로 결혼하려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다. 

그런 건 촌스러운 거로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록조차 분실, 훼손, 오역 등으로 점점 사라져 마침내 그런 사회적 제도가 있었다는 것조차 역사에서 사라지게 된다. 

대신 동거나 지금은 없는 개념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공동 육아 체재가 대유행하게 될까?

정당한 계약을 거쳐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마왕답게 법칙과 인과마저 희롱 할 수 있는 놀라운 권능이었다.

“그런데 스승님. 개념을 넘겨주려면 그 세계 지성체들의 합의가 필요하잖아요! 어, 어쩌죠? 이제 소행성 충돌까지 10시간 남짓밖에 안 남았는데요! 당장 전 지구인들에게 동의서를.... 아, 이 난리 통에 어디까지 가능할지....”

마도서의 지식 중에서 계약에 필요한 내용을 파악한 제자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이미 계약에 필요한 권한을 받았어. UN과 각국 정부의 협조로 인류의 60%에게 동의를 받았단다. 조금 잡음이 있었지만, 행성 충돌로 다 죽게 생겼는데 어쩌겠느냐? 무조건 우리 결정에 따르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 인류의 절반 이상만 동의하면 발동되는데 문제없으니 이제 이 마도서의 주인인 우리야말로 정당한 권한을 가진 전무후무한 인류 전권 대사란다.”

대마법사는 제자가 모르게 마왕과의 계약을 준비해왔다.

“스승님. 어째서 제게 비밀로....”

마법 개발에 집중하도록 배려한 수준이 아니다. 

그 정도의 큰일을 제자가 몰랐다는 것은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대마법사가 상당한 수고를 했다는 것이다. 

세상이 모두 알고 있던 일을 정작 마법을 개발하는 제자만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마도서가 불완전해요. 망각의 마왕이 어떤 개념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부분이 훼손되어 알 수가 없어요. 어째서 그 부분만! 이런 불확실한 계획을 스승님이 추진할 리 없어요!”

제자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조금 전 대마법사가 훼손한 부분이다. 

대마법사는 마도서의 시련을 받는 중에 제자의 마음이 흔들려 심마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내용을 훼손 시켜 버렸었다.

“...어떤 결과라도 인류 멸망보다는 낫지 않느냐?”

“아뇨! 제가 아는 스승님이라면 확실하지 않은 계획에 모든 것을 거셨을 리 없어요! 분명... 분명히 다른 방법을 시도하셨을 거예요. 상대는 마왕이잖아요! 조금만 생각해봐도.... 어떤 개념을 가져갈지 모르면 어차피 멸망하거나 멸망보다 못한 상황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생존 욕구’나 인체 ‘면역 반응’ 같은 걸 가져가면 어차피 멸종이에요. ‘죽음’이라는 개념을 가져가 전 인류가 좀비가 되어버린다면요? ‘영혼’이나 ‘지성’을 가져간다면요? 우리가 모르는 어떤 개념을 가져가 영겁토록 마왕의 장난감이 된다면요? 스승님! 말씀해 주세요. 제가 모르는 게 있는 거죠!”

제자는 처음으로 스승에게 따지고 들었다.

대마법사는 그 모습을 보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마법을 제물로 바치기로 했다.”

“네? 스, 스승님! 안 돼요!”

제자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네 재능이 꽃피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구나. 네 재능이라면 전무후무한 마법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너라면 어떤 분야에 가서라도 대성할 수 있을 거야.”

“그게 아니잖아요! 마법이 사라진다면 스승님은! 스승님은 어쩌고요!”

제자가 소리쳤다.

대마법사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 321년을 살아왔다. 

경지를 넘어선 마법으로 가능한 일이다. 

지금도 대마법사의 모든 생명 활동은 마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마법이 사라지면 숨 한번 내쉴 시간조차 버틸 수 없다. 

아니, 단숨에 사망하는 것조차 긍정적인 전망이다. 

망각의 마왕에게 바쳐진 개념은 서서히 사라진다. 

마법이 천천히 사라지면 숨 쉬는 법을 서서히 망각하는 것처럼 길고도 낯선 죽음이 다가올 것이다. 

제자는 그것이 어떤 고통일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대마법사는 그 모습을 하나뿐인 제자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제자 몰래 계약을 하고 사라질 생각이었다.

“다른 거! 다른 걸 바쳐요. 마왕에게 인간의 마법 따위가 뭐가 중요하다고!”

“그래. 마왕은 마법을 원하는 게 아니야. 망각의 마왕에게 바쳐야 하는 것은 ‘인류 전권 대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개념’이다.”

“그, 그런...,”

대마법사의 말에 제자는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번에 개발한 ‘이차원 마법 통화 술식 ver 1.0’은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중 최고 난도를 가진 대마법이다. 

이것을 사용해 마왕과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대마법사뿐이고, 대마법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개념은 마법이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마법을 바칠 수밖에 없다.

“321년. 마법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내 마법이 인류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었을 거로 생각했거늘. 이 얼마나 자만이었던가. 나 때문에 인류가 마법을 잃게 된다니. 선조들을 볼 면목이 없구나.”

너무나 마법을 사랑하고 마법에 모든 것을 바쳐왔기 때문에 인류에게서 마법을 빼앗게 된 대마법사가 탄식했다. 

지독한 모순이다.

“다른 걸 사랑하세요! 마법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스승님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바치면 된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요! 지금부터 민트 초코! 민트 초코 같은 걸 사랑하라고요!”

제자가 외쳤다. 

개념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전 세계 민트 초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원망하겠지만, 알게 뭔가! 

대마법사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필멸자 수준에서 마왕을 속일 수는 없어.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닌 다른 것을 바치면 계약은 실패하고 계약 요청자는 죽는단다. 나 하나 죽는 것은 무섭지 않지만 내가 죽으면 누가 마왕과 계약을 할 수 있겠느냐?”

오로지 진실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만이 망각의 마왕을 만족시킬 수 있다. 

마법보다 소중한 것.... 

대마법사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300여 년이나 쌓아온 마음은 굳건했다. 

스스로조차 속이지 못하는데 어찌 마왕을 속일 수 있을 것인가.

인류는 마법이라는 게 존재했다는 것조차 잊고 살아가게 될...

쾅!

...그런 역사도 다른 차원에서는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자가 책상을 내리치며 역사는 새로운 분기를 맞아 다른 가능성을 손에 넣었다.

“짜증 나!”

제자가 소리쳤다. 

평소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폭언. 

하지만 대마법사는 얌전한 부끄럼쟁이 제자가 화를 내는 것을 오히려 아프게 바라봤다.

제자에게 아픔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마법과 함께 사라지려고....

“짜증 나! 짜증 나! 너 짜증 난다고!”

...아니, 그래도 마지막을 앞둔 스승에게 조금 심하지 않은가? 

대마법사는 두 번째로 조금 상처받았다.

“젠장! 스승님에게 제일 소중한 게 마법인 게 분해! 쉽게 죽으려 드는 게 짜증 나!”

“제, 제자야. 너 이런 캐릭터 아니었잖느냐. 조금만 진정을....”

“빌어먹을! 진정 못 해! 어차피 마지막인데 말 못 할 건 뭐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한다고! 처음부터 사랑했어! 스승님. 사랑해요!”

쾅!

다시 한번 제자가 책상을 내려쳤다.

박력이 넘치는 고백에 어지간한 대마법사조차 멍청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적절히 반응하는 것은 인류 멸망을 앞두고 있는 321년 경력의 모태 솔로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가, 갑자기 무슨 소리냐! 나이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아는 거냐? 300살 차이란 말이다.”

“올리지 마요! 299살 차이거든요! 내림하면 200살 차이밖에 안 나요! 그리고 스승님! 결국 외모가 전부에요! 20대로 보이면 20대인 거예요!”

대마법사는 20대 초반의 외모를 가지고 있다. 

새하얗고 굳건한 치아와 윤기가 흐르는 모발은 물론 뽀송뽀송한 피부에는 주름 하나 없다. 

그뿐인가! 대마법사는 3번에 걸친 환골탈태를 겪었다. 

그 와중에 인간을 초월했는데, 초월 항목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외모였다.

탈 인류 급 외모. 현 지구에 최고의 두뇌는 제자지만, 최고의 얼굴 천재는 단연 대마법사였다.

대마법사 팬클럽 ‘꽃 노년 덕배’의 회원들은 대마법사의 마법보다 그 얼굴을 인류의 보물로 여기고 있을 정도다.

“아니, 내 누누이 마법사는 실력이 전부라고….”

대마법사가 제자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설교를 하려고 했지만 제자가 말을 잘랐다.

“계약! 제가 할게요. 할 수 있어요!”

“뭐?! 네가 대마법을?”

“제 손으로 수식을 만들었어요. 마도서 덕분에 마나 운영법도 알고 있고 마력도 충분해요 .”

“오만하구나!”

대마법사가 외쳤다. 

아는 것과 직접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총기를 설계한 사람이 명사수가 아닌 것과 같다. 

운동 역학을 안다고 격투 대회에 출전하는 책상물림을 보는 격투기 선수는 어떤 심정일 것인가?

대마법사의 얼굴이 황당함과 모욕감으로 일그러졌다.

“뼈를 깎는 노력이 없이 마법을 우습게 보다니. 대마법 실패의 대가를 알고는 있는 게냐?”

대마법 수준의 마력이 들어간 마법은 실패하는 순간 마법이 역류해 사망하게 된다.

게다가 ‘이차원 마법 통화 술식 ver 1.0’은 인류 최초로 차원을 넘어서는 마법으로 대마법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마법이다.

“보여드릴게요!”

제자가 당장이라도 마법을 사용할 것처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멈춰라! 쓸데없는 만용으로 목숨을 걸다니! 제자야! 내가 마지막으로 쓰는 마법이 널 향하는 것으로 만들지 마라. 부탁한다.”

우웅!

시동어도 없이 수십 개의 마법진이 허공에 나타났다. 

기절, 속박, 수면, 마비, 최면.... 

저 중에 하나만 발동되어도 제자는 꼼짝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마도서를 공유해 마력이 비슷해진 상황이지만 제자가 현 인류 마법의 정점에 올라서 있는 대마법사를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그러나 마법진에 포위된 제자가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절 막으시려면... 절 죽이세요!”

“...잠시만 잠들어 있거라.”

회한에 잠긴 대마법사의 마법 발동하기 직전.

“역(逆) 덕배식 영혼 사슬! 발동!”

제자의 마법이 발동되었다. 

제자가 즉석에서 개조한 마법이다. 

은빛으로 빛나는 사슬이 대마법사가 아닌 제자를 휘감았다.

“이, 이런.”

대마법사가 당황했다.

상대의 영혼을 속박하는 마법이 뒤집혔다. 

제자의 영혼이 겉으로 드러나 마법에 연결되었다. 

지금부터 제자가 사용하는 마법을 하나라도 파훼하면 제자의 영혼도 파괴될 것이다.

제자는 정말로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103번째 마도서의 주인이 명한다. ‘이차원 마법 통화 술식 ver 1.0’. 발동!”

은빛 사슬에 뒤덮인 3차원 마법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대마법사처럼 고요하고 정교한 운영이 아니었다. 

기름칠하지 않은 톱니가 맞물리듯 괴이한 소리가 나며 덜컹거렸다. 

하지만 분명히 작동하고 있었다.

“그만두지 못해! 대마법도 모자라 동시에 다른 마법을 섞다니!”

“쿨럭!”

제자는 피를 토하느라 대답을 할 수도 없었다. 

마나가 들끓어 제자의 피부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폭발의 전조다. 

하지만 제자는 포기할 수 없다는 듯 눈을 빛냈다.

“고얀 놈! 알았다! 내 마나에, 마도서를 걸고 맹세하마. 절대 이 마법을 방해하지 않겠다. 영혼 사슬이라도 거둬라! 이러다 정말 죽는다!”

제자가 희미하게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제자와 마법진을 뒤덮던 은빛 사슬이 사라졌다.

“13번째 고리와 7번째 고리는 3초간 역회전시켜라! 이론이 전부가 아니다. 시기적절하게 마나를 운영해야지. 3번 고리에 들어가는 마력은 0.00300031로 낮추고....”

보다 못한 대마법사가 조언하자 무너지려던 마법진의 운행이 점차 안정되어 이윽고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허! 20대에 대마법을 성공시키다니. 정말로 괴물 같은 재능이로구나.”

대마법사가 평생 듣기만 하던 감탄사를 내뱉었다.

“감사해요. 스승님.”

제자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말했다.

“정말이지 고얀 놈 같으니. 제자를 앞세우는 스승이 될 뻔했지 않느냐. 그런데 네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냐? 망각의 마왕에게 무엇을 재물로 바칠 생각인 거냐? 마법사에게 마법 이외에 가장 소중하다고 할 만한 게 또 있더냐?”

마법만을 바라보던 오랜 세월이 쌓여 세상 모든 것을 덮어버린 대마법사에게는 마법사에게 마법보다 소중한 게 있을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하지만 22살 제자의 세상에는 마법보다 아름다운 것이 있었다. 

마법을 배우기 전부터 마법처럼 빛나던 소중한 마음.

“스승님. 스승님이야말로 무얼 들으신 거예요.”

제자가 씁쓸하게 웃었다.

“서, 설마! 그건 아니지? ...제자야. 아니지?”

“맞아요. 전 세상 무엇보다 스승님을 사랑해요. 다시 한번 사랑합니다. 스승님.”

“안 된다! 제자야. ‘사랑’을 바치면 안 돼! 만일 진심이 아니라면 네가 죽고. 성공하면 인류가 죽어! 차라리 마법을 바치자! 지금이라도 그만두거라.”

대마법사가 기함했다. 

제자를 말리려 했지만 맹세의 강제력이 발동해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마법이 사라지면 많이 부분이 퇴보하겠지만 인류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 없는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사랑과 321년 동안 담을 쌓아온 대마법사조차 끔찍한 미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걱정 마세요. 스승님. 인류는 무사할 거예요.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전 천재인걸요. 제가 무엇을 사랑하는지, 무엇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지 명확하게 알아요. ‘스승님에 대한 사랑’을 바칠 거에요. 선생님을 보며 첫사랑을 배우는 아이들은 사라지겠지만, 인류는 무사하겠지요.”

대마법사는 할 말을 잊었다. 

마법을 바치는 것보다 훨씬 나은 해결책이다. 

하지만 망각의 마왕 앞에서는 거짓이 통하지 않는다. 

만일....

평소라면 이런 것을 묻느니 차라리 마나를 역류 시켜 자살했을 대마법사지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제자야.”

“네. 스승님.”

“...망각의 마왕은 진실로 가장 소중한 것을 바치지 않는 계약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혹시 0.000001%라도 흠흠. 그, 음... 나... 보다 사랑하는 게 있다면 목숨을 잃게 된단다. 그러니 다시 한번 잘....”

세상에서 가장 날 사랑하니? 

22살 제자에게 이걸 물어야 하는 대마법사는 괴로움에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다.

“쿡쿡. 스승님. 귀엽고 순수한 나의 스승님. 제가 어떻게 스승님을 가장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귀, 귀엽.. ?!”

제자는 당황하는 스승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차가운 눈이 내리던 밤. 

길거리에서 의식을 잃어가던 소녀에게 대마법사가 처음 손을 내밀었을 때 소녀는 천사가 내려온 줄 알았다.

“천사?”

소녀의 물음에 대마법사는 ‘내 눈에는 네가 천사로 보이는구나.’라고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순간부터 매일 조금씩 더 사랑해 왔다.

“걱정하지 마세요. 망각의 마왕이 제 사랑을 증명해 줄 거예요!”

제자가 마법진에 손을 뻗었다.

우웅!

마법진이 막대한 마나를 잡아먹으며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득한 차원을 넘어 거대한 존재에게 의념을 전달했다.

“으으으으윽!”

다음 순간, 대마법사와 제자가 동시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무언가 주변을 억누르고 있었다.

“스... 승님. 뭔가 잘못된.... 으엑.”

제자가 겨우 입을 열다가 피를 한 움큼 토했다.

“아니다. 이건.... 공격이 아니야.... 그, 그냥 시선을 보낸 것뿐.... 어서 계약을 마무리해야....”

압도적인 격의 차이가 있는 존재가 보내오는 ‘시선’만으로 영혼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다. 

일반인이었다면 즉사했을 압박감이다.

“망각의... 마왕이시여.... 인... 류의 전... 권 대... 사 자격으... 로 제... 가장 소중한 개념. ‘스승에 대한 사랑’을 바칩... 니다. 소행성... 으로부터 인류를.... 구원.... 해 주소서.”

제자가 힘겹게 계약을 요청했다.

우웅!

마법진이 빛나더니 연결이 끊어졌다.

제자가 울컥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제자야. 괜찮으냐?”

대마법사가 쓰러진 제자를 안아 들고 회복마법을 펼쳤다.

“스승님. ...계약은 어떻게 된 거죠?”

제자가 힘겹게 물었다.

“네가 살아있다는 건.... 아마도.”

대마법사는 제자를 부축해 창가로 걸어가서 오랫동안 닫혀있던 커튼을 걷었다.

“아!”

하늘을 반투명한 육각형 역장이 뒤덮고 있었다.

“...말이라도 해주지. 그냥 사라져 버리다니. 마왕은 통화 예절을 좀 배워야겠네요.”

회복 마법으로 조금이나마 기운을 차린 제자가 말했다.

“마왕 나름대로 신경 써준 것일지도 모르지. 조금만 더 시선을 받았으면 큰일 났을 테니까.”

“스승님.”

“그래.”

“마왕이 제가 세상 무엇보다 스승님을 사랑하는 게 맞대요.”

그리고 그 마음을 가져가 버렸다.

대마법사가 대답 대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번엔 피하지 않았다. 

따뜻한 손길에 제자는 점차 의식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몸도 마음도 한계다.

지이이잉!

하늘에 생겨난 역장을 봤는지 연구실 모든 통신 기기들이 울려댔다.

온 세상이 자세한 소식을 알고 싶어 애가 달아 있었다. 

곧 기자들과 각국 정부 인사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스승님 전 더는....”

결국 제자는 기절해 버렸다.

대마법사가 제자를 조심스레 안아 들어 소파에 눕히고 제자의 몸에 다시 회복 마법을 걸었다. 

잠시 제자의 얼굴을 바라보던 대마법사는 핸드폰을 들어 첫 번째로 보이는 연락처에 ‘성공.’ 두 글자를 보내고 바닥에 누워 버렸다.

심신 양면으로 너무나 지쳤다. 

등이 바닥에 닿자마자 대마법사도 기절하듯 잠들었다.

곧 기쁨의 함성이 온 지구를 뒤흔들었지만 두 사제는 듣지 못했다.


* * *


“제자야. 제자야.”

대마법사가 제자를 깨웠다.

“으응.”

제자가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인상을 썼다.

“제자야. 일어나거라.”

대마법사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제자를 마법으로 띄워 창가로 날랐다.

“으으. 스승님. 죽겠어요.”

한 달간의 철야와 무리한 마법 운용, 마지막으로 마왕의 시선으로 제자의 몸은 엉망이었다. 

그나마 잠든 사이에 대마법사가 여러 번 회복 마법을 걸어주어서 투정이라도 부릴 수 있지, 그렇지 않았다면 생사를 장담할 수 없었을 중태였다.

“힘들겠지만 이건 꼭 봐야지.”

창밖에는 거리에는 온통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혼란 속에 파괴된 흔적은 여전했지만 사람들의 눈은 불안함 속에 희망을 담고 있었다.

사람들은 역장이 소행성을 막아서는 순간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스승님!”

제자가 빽! 소리를 지르고 후다닥 창가에서 물러났다. 

역사에 길이 남을지도 모르는 순간이다. 

한 달 동안 씻지 못한데다가 피 묻은 옷을 입고 대중 앞에 설 수는 없다. 분명히 촬영하고 있을 텐데!

“걱정 말거라. 아무도 보지 못한다.”

대마법사는 은폐마법을 창문에 걸어놓고 있었다.

제자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스승을 바라보았다. 

이런 데에 통 관심이 없던 스승이 제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해 줬다.

“무얼 그리 보느냐.”

제자의 빤한 시선에 스승이 민망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민망해하는 모습도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조금은 보람을 느껴서 그래요.”

“보람?”

“스승님. 연예 세포 깨우기 10개년 계획을 세우고 실행 중이었거든요. 이제야 조금 효과가 있는 것 같아서요. 여심을 조금 아시는 걸 보니 뿌듯하네요.”

“허. 이건 그런 게 아니란다. 그저 고생한 제자가 시선 신경 안 쓰고 이 모습을 봤으면 한 거지. 네가 해낸 일이야. 앞으로 이 모습을 기억하고 마법사로서....”

대마법사가 말을 돌렸다. 

마왕이 증인으로 나선, 인류 역사상 가장 거창한 사랑 고백을 받았지만 거절도 허락도 할 수 없다. 

어차피 곧 잊혀질 이야기. 

무의미하다.

“스승님은 제가 싫으세요?”

하지만 제자는 이야기를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럴 리 있겠니? 넌 내 하나뿐인 소중한 제자다.”

“그런 거 말고요.... 저 별로 안 예뻐요? 스승님에 비하면 누구든 오징어에 아메바 같겠지만 그래도 나름 ‘월간 마법’ 표지 모델 요청도 몇 번 왔었는데.”

“당연히 예쁘지.”

대마법사가 미소 지었다.

“으. 애기 보는 듯 웃지 마요. 혹시 연상이 취향이세요? 지구에는 스승님보다 연상은 없잖아요.”

“아니란다.”

“스승님. 저. 이번에 스승님께 대들기도 좀 했지만, 정말 애썼어요.”

“그랬지.... 마법 개발부터 마지막 계약까지. 네 덕분에 인류가 구원받았어. 장하고 고맙구나.”

“상으로 진짜 솔직히 이야기해 주세요. 어차피 잊혀질 이야기잖아요. 솔직하게요. 전 스승님에게 여자로서 가능성이 없었나요?”

제자가 대마법사를 올려다보았다. 

대마법사는 제자를 피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 솔직히 말하마. 제자야. 내 나이 321세다. 나이가 두 자릿수인 아이를 여자로 보기엔 너무 늙어 버렸어.”

“스승님! 팔팔하신 거 다 알아요! 숨김 기능에 은폐 마법까지 써 놓으셨지만 새 폴더 아래에! 읍읍!”

대마법사가 마법을 써서 제자의 입을 막았다.

“...아까도 말했었다만 너 이런 캐릭터 아니지 않았느냐.”

툭하면 얼굴을 붉히던 제자는 어디로 갔는가!

“10개년 계획 진행 중이었다니까요!”

제자가 대마법사의 마법을 풀어내고는 말했다. 

불과 몇 시간 전에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대마법사가 제자의 마법 실력과 내숭에 감탄했다.

“어휴. 그래도 저도 어엿한 성인인데 아이라니....”

“법이 문제가 아니라 나이가 두 자릿수인 아이들은 내 눈에 미성년자로 보이는데 어쩌겠느냐....”

미성년자라니! 

나름 여러모로 자신 있었던 제자는 충격받았다. 

“하.... 10개년 계획으로는 어림도 없었군요. 100개년 계획은 필요했었어요.”

제자가 투덜거렸다. 

마법사는 차마 사과하지도 못하고 침묵을 지켰다. 

느끼지 못하지만 망각은 벌써 시작되었다. 

100년이라니. 

몇 년만 지나면 모두 잊게 될 것이다. 

스승을 사랑한다는 개념은 사라지고 무언가 다른 것이 그것을 대체할 것이다.

“아.”

대마법사와 제자 위로 그늘이 졌다.

두 사제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조금씩 다가오던 소행성이 일대를 그림자로 뒤덮을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거대한 암석이 시시각각 커져 하늘에 가득 찼다. 

우주적 외경을 불러일으키는 압도적인 풍경이었다.

군중들이 각자 사랑하는 사람들을 붙잡고 몸을 떨며 웅성거렸다.

마침내 충돌.

우르오로오오오롱.

소행성이 역장과 부딪히며 괴이한 소리가 나며 소멸되어 갔다.

세상이 걱정하던 충격파 따위는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원리로 소행성은 지워지듯 사라졌고, 역장은 빛의 조각으로 변해 흩날렸다.

대마법사와 제자에 의해 인류는 구원받았다.

세상이 빛의 조각과 환호로 가득 찼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자가 말했다.

“스승님. 저 결심했어요! 불초 제자! 오늘부로 독립하겠습니다!”

“꼭 그래야겠느냐?”

“네. 꼭 그래야겠습니다.”

“넌 이미 훌륭한 마법사다. 하지만 내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안 되겠느냐? 내 모든 것을 빠르게 전수해 주마. 네가 갈 길을 훨씬 단축해 주마. 그리고... 불편한 맘도 곧 잊혀질 것이다. 조금만 참으면....”

“그래서요.”

제자가 완강히 고개를 저었다.

“스승님과 함께하면서 전 항상, 매일매일 스승님이 조금씩 더 사랑했어요. 지금부터는 매 순간 스승님이 조금씩 덜 사랑스워질텐데.... 그건 제가 아니에요. 그걸 어떻게 버티겠어요.”

“...그렇구나. 후회하고 있느냐?”

“그럴 리가요. 스승님이 살아계신걸요. ...그간 감사했습니다.”

제자가 스승에게 깊게 절을 올렸다.

“네 앞길을 축복하마. 넌 내 자랑스러운 제자다.”

인류가 구원받은 날.

소행성이 사라진 날.

“와아아아아아.”

사람들은 빛 속에서 환호했다. 

제자는 그 길로 대마법사의 탑을 내려와.

흩날리는 빛 속에서.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서.

피지도 못하고 저무는 첫사랑이 서러워.

아주 많이 울었다.


* * *


+에필로그


인류를 구원한 마법, ‘이차원 마법 통화 술식 ver 1.0’은 점차 개량되었다.

ver 10에 이르러서는 통화뿐만 아니라 물자 교류가 가능해졌고, ver 25에 이르러서는 조그만 편의점에서도 사용 가능할 정도로 대중화되었다.

인류는 지구라는 한계를 벗어나 전 차원으로 뻗어 나갔다. 

교역로가 거의 무한대에 가깝게 증가했고 다양한 문화가 유입되었다. 

온갖 물자와 문화가 모여 용광로처럼 들끓었다.

지구는 차원계의 중심이 되어 전례 없는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지루해.”

그런 지구를 내려다보며 대마법사 세나가 말했다.

귀찮게 구는 사람들을 피해 달로 탑을 옮겼지만, 이제는 하루하루가 지루할 뿐이다. 

지구를 내려다보며 술잔을 기울이는 게 세나의 유일한 낙이었다.

“심심하시면 지구 나들이 한번 가시죠? 이번에 전원 엘프 혼혈로 구성된 ‘하프 하프’가 완전 천상계에요. 짠! 이번 콘서트 티켓까지 구해 놨지요!”

이때다 싶었는지 세나의 제자가 불쑥 끼어들었다. 

매일 달에서 수련에 연구에 또 수련에.... 

그녀의 영혼은 일탈을 원하고 있었다.

“에휴. 귀찮아. 내가 이 나이에 그런 핏덩어리들 봐서 뭐 하게.”

세나는 대마법사가 되어 20대의 외모를 하고 있었다. 보이 그룹 멤버들과 비슷한 나이로 보였지만, 어린애들을 보고 오빠! 라고 외치고 싶진 않았다. 

세나도 이제 딱 100살이 되었는데 나이가 두 자리 수인 아이들을 좋아하는 건 정신적으로 무리다.

'응? 두 자리 수? 그러고 보니 스승님이 그런 소리를 했었지. ...언제 했던 이야기더라?'

세나는 오랜만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오래된 일이라도 잊는 법이 없는 자신이 기억이 나지 않다니! 

세나의 표정이 심각해지거나 말거나 제자가 팔에 매달렸다.

“그, 그럼 저라도. 제발요! 평생에, 일생 일대의 소원이에요.”

“응. 안 돼. 넌 수련해야지.”

“으으.”

제가가 폭발하기 직전의 표정으로 부들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나뿐인 스승의 생일도 기억 못 하는 제자에게 휴가 따위는 필요 없다.

“이 노ㅊ….!

세나의 제자가 뭔가 외치려던 순간.

띠링!

세나에게 메시지가 들어오면서 말이 끊겼다.

그대로 내뱉었으면 일주일은 지옥의 수련을 겪어야 했을 테니 그야말로 ‘마왕님이 보우하사’였다.

“뭐야? 이 회선이 아직 살아 있었나? 응?”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회선이었다. 

게다가 발신자가 세나였다. 

과거의 세나가 보낸 예약 메시지였다..

- 생일 축하해! 네가 정말 부럽다.

‘내가 이런 메시지를.... 아, 그러고 보니 확실히 보낸 적이 있어. 그런데 왜 보냈지?’

78년 전에 예약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은 기억나는데 왜 보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아까부터.... 갑자기 기억 안 나는 일이 왜 이리 많아? 설마 나 노망....?'

100살이 된다는 것은 이런 것인가?

세나가 충격에 빠져 있는데.

띠링!

- 좋다. 지금 바로 출발하지.

“잉? 이 영감은 또 갑자기 무슨 소리야?”

이번엔 스승, 덕배에게서 메시지가 들어왔다. 

그런데 앞뒤 맥락이 없다. 

뭐가 좋다는 거고 어디로 출발한다는 말인가?

“제자야! 너 내 스승님한테 무슨 연락....”

“몰라요!”

잔뜩 삐진 제자가 문을 쾅 닫고 나가 버렸다.

“쯧쯧. 하여간 제자란 것들은”

세나가 혀를 찼다. 

지구에 살던 시절, 자주 가던 식당 주인의 자녀가 재능이 있어 제자로 들인 아이다. 

그때는 그렇게 싹싹하고 예의 발랐었는데 제자가 되고서는 저 모양이다.

대마법사의 제자뿐만 아니라 제자라는 것들은 대게 저렇다. 

멀쩡한 사람도 제자라는 이름을 다는 순간, 마치 군복 입은 예비역처럼 삐딱해지는 것은 현대 마법으로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였다.

‘존경심을 뼈에 세기도록 더 빡세게 굴려야겠군.’

세나가 다짐하고 있을 때 한쪽 공간이 열리며 깜짝 놀랄 만한 미남자가 나타났다. 

세나의 스승 대마법사 덕배였다.

“어서 오세요. 근데 제가 좀 바쁜데요.”

세나가 나른하게 누운 채로 말했다. 

술잔을 흔들어 보이며 음주 시간을 방해받기 싫다고 온몸으로 표현했다.

제자의 방자함을 탓해 봤자 세나도 덕배에게는 똑같이 ‘제자’ 였다. 

“무슨 말이냐? 네가 인류가 위험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덕배가 인상을 썼다. 

인상 쓰는 모습도 분위기가 있다. 

세나는 참 쓸데없이 잘 생겼다고 생각했다.

“흐음….”

세나는 남은 술을 입에 털어 넣고 기억을 더듬었다. 

덕배 스승이 장난기가 넘치는 성격도 아니고, 갑자기 저런 황당한 말을 해온다는 것은.... 

역시 아까 그 이상한 메시지에 뭔가 있을 것이다.

“아! 이런.”

세나가 이마를 짚었다. 

기억났다. 

생일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 스승에게도 예약 메시지를 보냈었다.

-스승님. 인류가 위험합니다. 스승님의 도움이 필요해요. 즉시 저에게 와주세요. 단, 이 프로젝트는 제가 이끌어야 해요. 스승이 아닌 제 팀원이 되어 주세요.

세나의 천재적 두뇌는 78년 전에 쓴 메시지의 내용도 기억해 냈다. 

그런데 이번에도 무슨 생각으로 이런 장난을 쳤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래의 나에게 이런 장난을 쳤다니. 나 참. 왜 이런 거지? 나도 어린 시절 어지간이 또라이였군.’

78년 후 생일을 노리고 장난을 치다니.... 

어쨌건 장난 메시지에 지구에서 달까지 온 스승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골치 아픈 문제였다.

“후후. 그래. 네가 말을 꺼냈어도 곤란하긴 한 모양이구나.”

“네?”

세나가 인상을 쓰고 있는 모습을 오해한 것인지 대마법사 덕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을 시작하기 전에 확실히 하는 게 좋겠지. 일찍이 내가 마법사는 실력이 전부라고 했잖느냐. 곤란해 할 필요 없다. 위기 시에 실력자가 진두지휘하는 것은 당연한 일. 부끄럽지만 내 실력으로는 지구 멸망의 위기가 닥쳐왔다는 것을 감지조차 못하고 있었으니....”

“...스승님.”

이렇게 진지하게 나오면 장난이라고 말하기가 더 곤란해진다. 

세나가 진땀을 흘렸다.

“지금부터 날 스승이 아니라 그저 팀원이라고 여기거라. 아니지, 정식으로 인사하지. 잘 부탁드립니다. 최세나 팀장님. 함께 인류를 구해보지요.”

급기야 덕배가 고개까지 숙여 보였다.

“네? 아.... 티, 팀장. 팀원.... 팀장.”

갑자기 세나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김덕배 티, 팀원.”

세나가 황급히 일어났다.

“아니, 갑자기 어딜 가는 거냐?”

덕배가 불렀지만 세나는 대답할 정신이 없었다.

“세상에. 뭐부터 해야 하지? 어쩌지?”

급히 자리를 피한 세나는 대마법사답지 않게 안절부절못하고 서성였다. 그때 세나의 제자가 다가왔다.

“스승님. 제자. 부끄럽습니다! 지구 멸망의 위기가 오는지도 모르고 콘서트 볼 생각만 하다니! 이 천재 제자만 믿고 무엇이든 시켜 주세요! ‘하프 하프’ 오빠들은 제 손으로 지키겠어요!”

어떻게 훔쳐 들었는지 제자가 사명감에 불타고 있었다.

“그래! 결정했어. 제자야! 네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세나가 마음을 정했다.

“네! 스승님. 말씀하세요!”

“하프인지 하포인지 콘서트 가! 한동안 지구에 박혀서 달에 오지 마!”

“네! 네? 잘 못 들었습니다?”

“뭐해! 빨리 가!”

세나는 아예 지구행 통로까지 열며 제자의 등을 떠밀었다.

“아니, 스승님 노망나셨습니까? 지구 멸망의 위기에 이 천재 제자를 빼고 뭘 하시려고요?”

“뭐래? 지금 내 팀원이 대마법사거든! 지금 넌 도움이 안 돼! 내려간 김에 푹 쉬고 실력이나 기르고 와.”

세나가 허공에서 마도서 한 권을 꺼내서 제자에게 던졌다.

“헉! 마도서!”

“이 정도는 소화 할 수 있을 거야. 아! 그거 펼치면 정신 잃으니까 괜히 굶어 죽지 말고 펼치기 전에 링거 놔 줄 사람은 꼭 구하고!”

“자, 잠깐만요. 스승님!”

세나는 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자를 밀어 넣고 통로를 닫았다.

“방해물은 해치웠고.... 으아아! 어쩜 좋아.”

세나가 대마법사의 품위를 잊고 버둥거렸다. 

이제 이 넓은 달에 덕배 팀원과 단! 둘! 뿐이다!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지고 절로 미소가 새어 나왔다.

덕배를 ‘스승’이 아닌 ‘팀원’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심장이 뛰기 시작해서 멈추질 않았다.

‘스승님이. 으웩! 갑자기 속이 메슥거려.... 스, 아니 덕배 팀원이 저렇게 잘 생겼었나? 아니, 원래 잘 생기긴 했지만 저렇게 매력적이었나? 노인네 말투까지 귀여워! 내가 왜 이러지? 으으. 어떻게 해!’

모태 솔로로 살아온 지 100년! 처음으로 남자라고 느껴지는 사람이 나타났다.

‘이게 사랑?’

낯선 마음을 인정하고 나니 해야 할 일들이 보였다.

‘같이 밥도 먹고 연구도 하고 싶어. 까악! 조, 좋아. 일단 계속 같이 있으려면 인류 멸망 위기가 문제야. 그것 때문에 온 거니까. 뭐가 있었지? 얼마 전에 지구로 다가오던 소행성은.... 아! 스트레스 해소한다고 박살내 버렸지. 으.... 뭔가 또 있을 거야.’

세나는 없으면 만들 기세로 인류 멸망의 위기를 찾기 시작했다.

‘이건 너무 시시하고. 이건 너무 금방 끝나.’

만사가 귀찮았던 세나는 보통 일이 터지기 직전에나 쓱싹 해치워 버리곤 했는데 하필이면 얼마 전에 큰 문제들은 다 해결해 버린 상황.

“첫 번째 ‘대도서관’ 주인이 명한다. 세나식 달의 눈 ver 5.0. 발동!”

결국 대마법까지 사용해서 전 차원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간 마법이 급격히 발달해서 최대 세 권의 마도서를 가진 마법사도 생겨났지만 세나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지를 개척했다.

세나는 이차원에 마도서로 이루어진 대도서관을 만들었다.

소란스러운 게 싫어서 밝히지 않았을 뿐, 마왕급이 아닌 필멸자가 이정도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전 차원이 들썩거릴 만큼의 대사건이었다.

“찾았다. 와우. 많기도 하네.”

세나가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는 사건들을 찾아냈다.

지구가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노리는 적도 많아졌다는 뜻이다. 

무한히 늘어난 교역로만큼이나 무한히 많은 차원의 약탈자들이 지구를 노리고 있었다. 

아득히 먼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필멸자 수준의 어떤 음모도 대도서관장의 눈을 벗어날 수 없다.

‘제일 큰 것은 이거네. 준비 중인 침략군이 지구랑 전력 차가 100배 이상. 이대로라면 멸망은 확정! 좋아. 좋아. 100배 이상의 전력 차를 뒤집을 마법을 만들어야겠군.’

평소라면 전력 차가 얼마든 지구를 침략해 올 때 차원을 꼬아서 차원 미아로 만들어 조용히 처리했겠지만 그래서야 같이 연구를 할 수 없다.

최대한 거창하게 해결해야 한다!

세나는 덕배에게 보여줄 프로젝트를 빠르게 정리했다.

개발할 마법 명도 정했다.

세나와 덕배의 인류 구원 마법 ver 1.0.

“세나와 덕배.... 다음에 하트를 넣고 싶지만, 아직은 좀 그렇겠지? 후후후. 좋아. 좋아. 느긋하게 연구하면 여섯 달은 같이 있을 수 있겠어!”

세나가 활짝 웃었다.

이렇게 갑자기 좋아져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덕배가 사랑스럽다.

지루하고 무기력했던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활력이 샘솟았다

“덕배 팀원! 연구 시작해요!”

100살. 

드디어 세 자릿수 나이대로 진입한 생일에.

평화롭게 지구 침략을 준비 중이던 악의 제국을 제물로.

세나의 두 번째 첫사랑이 피어나고 있었다.


-끝-


 

 

 

 

 

 


 

작가의 말

예전에 썼던 단편을 각색한 글입니다.

조금만 손보려 했는데 쓰다 보니 느낌(?)이 와서
분량이 무럭 무럭 자라났습니다.^^;;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고 결말도 달라졌네요.

원래는 지금 글보다 훨씬 짧고 가볍게 쓴 단편이었죠. 

 

아무튼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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