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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밀레? 암튼 개드립연성 하나 들고왔습니다
게시물ID : mabinogi_1512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로체샤르
추천 : 4
조회수 : 1249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9/08/15 21: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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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할말도 많고 기부니도 좋아서 마게에 1일 1글을 쓰는 느낌이에요
그치만 다들 활기차셔서! 저 혼자 도배하는 꼴은 아니니까! 쟈근 마게인은 기뻐요!

전에 베인이 버킷리스트 쓰는 썰 하나 적어놨다가 오랜만에 연성 한번 해볼까 싶어서 써봤습니다.
벌써 연성 안한지가 몇년째라...아 물론 루에리 연성은 매년 하나씩은 쓰긴 하지만...그래도 너무 안쓰다보니까 이젠 아예 못쓰겠더라구요.
그래서 재활치료 하는 느낌으롴ㅋㅋㅋㅋㅋㅋㅋㅋㅋ억지로 시작했는데 음...예전처럼 잘 나오진 않네요...
스포도 있긴 할텐데 이거 G23 다 끝나고 떠올린 썰이라 G24 내용은 없어요 아마!
ㄹㅇ 개드립치고싶어서 쓴거니까 대충 보십셔 저도 대충 썼습니다 헤헤







버킷 리스트.





 톡, 톡, 톡. 가볍게 펜 끝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마음이 즐거우니 작은 소음조차 마음에 들었다. 베임네크는 슬쩍 웃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아직 아무것도 쓰지 않았는데도.


 펜을 두드리는 가벼운 손짓, 입가에 슬며시 머금은 미소, 책상 앞에 앉아있지만 먼 곳을 보는 듯한 시선까지. 그를 아는 자들이라면 모두 마왕답지 않은 산뜻한 분위기라며 소름 돋아 할 모습이었다. 지금의 모습은 마왕이라기보다는 흡사 연애편지를 쓰고 있는 청년 같은 형상이었으니. 근래 부쩍 웃는 일이 늘어난 것까지 생각해 보면 분명 사랑에 빠진 남자처럼 보이긴 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두려운 광경이었지만. 이전에는 무미건조하게 명령하던 마왕이 가만히 보고를 듣다 말고 피식피식 웃음을 흘린다면 웬만한 교단원들의 심장은 한 번쯤 얼어붙게 되는 것이었다. 대체 뭘 잘못 말했는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다 보면 계속하라는 듯 손짓이 이어지고, 최선을 다해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어 몇 문장을 이으면 또 잔웃음을 터뜨리고… 그야말로 미지의 공포였다. 뭐지? 대체 뭐지? 왜 웃지? 무엇 하나 알 수가 없어서 더 두려웠다. 등 뒤로 주르륵 식은땀을 흘리며 간신히 보고가 끝나면 도망치듯 후닥닥 달려 나와 다음부터는 중요한 일이 생겨도 꼭 부관님께 가자고 결심하게 되는 두려움이었다.

 물론 '그' 마왕이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알아도 신경 안 썼다. 오로지 제 즐거움에만 푹 빠져있는 그는 지금 버킷 리스트를 쓰는 중이었다. 누군가가 본다면 죽지도 않는 전직 마신이 그런 걸 왜 쓰냐고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지만 리스트를 쓰는 당사자는 제법 즐거운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평범한 인간들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들을 써서 리스트를 만든다던데, 그렇다면 나도 밀레시안이 나를 죽이러 오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리스트를 써놓아도 좋지 않겠는가?'라는 발상이었다. 밀레시안이 언제쯤 자신을 죽이게 될 지, 그것은 아직 알 수 없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마주치게 될지, 몇 번이나 더 대화(그는 여태껏 밀레시안과 해왔던 것들을 모두 대화라고 생각했다)를 나누게 될지, 얼마나 더 지나야 별이 내 심장을 찌를지 알 수 없으니 지루하게 기다리는 시간을 좀 더 즐겁고 유용하게 보내보자는 것이었다. 밀레시안이 들으면 그만 죽이러 오던 길에 어처구니를 잃어버렸다며 뒷걸음질 칠 마음가짐이었다. 아마 그 리스트의 내용까지 들여다본다면 이런 놈은 절대 상대하고 싶지 않다며 뒷걸음질 치던 김에 냉큼 도망까지 칠지도 몰랐다.


 대 밀레시안 버킷 리스트.


 야심차게 쓰인 제목이었다. 그 아랫줄로는 이어질 내용이 너무 많아 아직 쓰지 못했다. 묻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았다. 하나하나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지만, 상상할수록 줄줄 흘러넘치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무엇을 먼저 써야 할지 모르겠다. 이리저리 머릿속을 헤매던 베임네크가 마침내 다시 펜을 들었다.


 무엇을 물을 것인가? 


 그동안 수도 없이 물어봐 놓고 아직도 더 물을 게 남았다니 시작하자마자 양심이 없는 리스트였다.


 사안이 밀레시안에게 궁금한 것은 차고 넘쳤다. 밀레시안을 만날 때마다 조금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속으로 바라왔지만 언제나 물러나야 할 때가 있었다. 꽉 막힌 답답한 부관 때문이거나, 아니면 바다가 끼어들어 그만 별을 보내줄 것을 요구하거나. 다시 떠올리자 즐겁던 가슴이 살짝 무거워졌다. 도무지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가 없으니 원… 소소한 즐거움조차도 허락하지를 않아.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누구도 방해 못 할 '작은 즐거움'을 시작해 볼까. 베임네크는 생각했다. 그 밀레시안에 대해, 나는 무엇을 알고 싶은가? 잠시 머뭇대던 펜이 사각사각 움직여 선명한 글자를 남기기 시작했다.


 선호하는 검술이 있나? 지난번엔 마법도 조금 다루던 것 같던데, 어떤 마법을 가장 자주 쓰지? 여러 녀석을 상대하는 것과 단둘이 맞서는 것, 어느 쪽이 더 좋은가?…

 …선호하는 고문심문법 같은 건 있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밀레시안은 보자마자 세상에 이런 정신 나간 놈이 다 있냐며 나는 이런 거 상대 못 한다고 줄행랑쳐버릴 리스트였다.


 펜은 멈춤 없이 흘렀다. 그대는 과연 고르도슈를 어떻게 보고 있지? 투아하 데 다난들과 비슷한 시선인가? 설마 아직도 모리안에게 경애하는 감정이 남아있는 건 아니겠지? 키홀의 힘은 쓸만하던가? 도르카는 어떻게 다루게 된 거지? 그대는 그 힘이 마음에 드나? 가장 마음에 드는 힘은 누구의 것이었나? …내가 전해주었던 힘도 마음에 드나?


 거침없이 써내려가던 펜이 문득 멈춰 섰다. 써내려갈 것을 정리할 때에는 떠오르지 않았는데, 갑작스레 조그마한 걱정이 고개를 들었다. 밀레시안은 질문이 많은 상대도 좋아하나? 너무 내 말만 많은 것은 아닌가? 하지만 별은 말이 많지 않았다. 아니, 결코 말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베임네크 앞에서만큼은 입을 다물어버리는 것이었다. 베임네크는 그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대를 파헤치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대는 내 앞에서만 문을 닫아걸어버리지. 속으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타까운 일이야. 그대를 향한 내 욕망이 전혀 가 닿질 않는다니. 리스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즐겁던 기분이 차츰 가라앉았다. 들뜬 기분이 내려앉고 작은 걱정이 물꼬를 트자 곧바로 부정적인 생각들이 새싹처럼 머리를 내밀기 시작한다. 과연 그대가 나를 죽이러 오긴 할 것인가? 그대가 나를 살해하여도, 이번에도 나는 죽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펜이 멈추자 떠오르는 것은 강제로 연장 당한 생명이 매일 꿈꾸던 절망이었다. 다시 펜촉이 책상을 착잡하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베임네크가 한참 지루한 미래를 상상하고 있을 그때, 아직 간이 덜 부은 교단원 하나가 문을 두드렸다. 혹은 공포를 잃어버린 자일지도 몰랐다. 어느 쪽이건 그는 문을 열고 들어와 '그분'께서 발로르를 찾는다는 말을 전해야 했고, 사안은 여전히 찌푸린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무사히 전언을 전달한 교단원은 그 모습까지만 보고 잽싸게 문을 닫았다. 황급히 문으로부터 멀어지며 그는 생각했다. 이제야 평소의 발로르다운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긴 한데, 이게 좋은 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었고 기분이 어떻든 간에 부디 그가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소환에 응했으면 하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그분'께서 부르시는 일이니…


 다행스럽게도 그는 곧장 하던 것을 그만두고 문을 나섰다. 아무리 발로르라 하더라도 '그분'이 자신을 부르신다는 말은 곧장 들을 수밖에 없던 것이다.

 베임네크가 자리를 비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케흘렌이 나타나 신경질적으로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평소처럼 짜증을 냈고, 벌컥 문을 밀고 들어간 그가 발견한 것은 책상 위에 조금 어지럽게 놓여있는 종이뭉치였다. 옆에는 조금 전까지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잉크병에 꽂혀있는 펜이 보였다. 찌푸려진 얼굴이 갑자기 확 펴졌다.

 그가 보기에, 이건 제법 괜찮은 상황 같았다. 해야 할 일도 안 하던 사안이 이렇게 착실하게 일처리를 하고 있다니. 믿기지 않았지만 이것은 현실이었다. 살다 보면 언젠가 이런 날도 오긴 할 터였다. 언제나 오만하던 발로르가 '그분'의 총애에 답할 날도 오긴 할 거라고, 스스로도 믿지 않던 희망을 품으며 일하던 날들이 얼마였는지. 책상 위에 쌓여있는 두께를 보아하니 그리 많은 걸 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조리 내가 다 하던 때를 생각해보면 이것도 많이 발전한 거다. 부관은 조금씩 들뜨는 가슴을 안고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케흘렌은 문서의 제목을 읽자마자 책상에 불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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