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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판타지]민족혼의 블랙홀 제38화 과거 3차 시험
게시물ID : readers_341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K.sy.HE
추천 : 1
조회수 : 25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8/30 05: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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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민족홀의 블랙홀

 

 

 

38화 과거 3차 시험

 

집에 와 보니, 어머니께서 아버지를 낫게 한다며 작두로 손가락을 자르려 하고 계셨다. 재은 현주가 나섰다. 그제야 어머니께서 잠시 정신을 차리셨다.

 

 

“...아영아. 손님이 오셨구나.”

 

나는 한 발짝 앞으로 나가, 나와 성남이가 새로 만든 친구들을 소개했다.

 

어머니, 흥선군 대감 자제인 재선과 그 여동생 재은입니다.”

 

어머니께서 고운 눈썹을 찌푸리셨다.

 

사돈이 되기로 약속한 댁 식구들에게 이렇게 좋지 않은 꼴을 보여서 미안하네. 손님으로 온 그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손가락을 자르는 동안 잠시 나가 있겠나. 피를 보여주고 싶지는 않네.”

 

혼자서는 살아도 산 것 같지 않다.’는 어머니 말씀에 충격을 받았던 나 역시 정신을 차렸다.

 

어머니, 고정하시지요. 지금 손가락을 잘라 피를 내어 아버지께 먹여도, 살 수 있을지는 하늘에 달렸습니다. 소생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아니할 공산도 크지요. 그런데 만약 어머니 손가락을 자르신다면, 피가 흐르고 아픈 고통은 당연히 찾아옵니다. 아버지께서 나을지 아니 나을지 여부는 복불복이지만, 고통만은 신속하고 확실하지요. 당장 피가 멎고 고통이 가실 때까지 엄청난 시간을 참고 견뎌야 합니다. 당연히 그 시간 동안 어머니께서는 아버지를 돌보아 드릴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물론 제가 있어 성심을 다 하겠지만, 아직 어리고 미숙하여 어머니와 같은 정성으로 돌보지는 못합니다. 설령 피를 드린다 한들, 아버지를 돌보지 못하여 병색이 더욱 위중해지신다면, 그야말로 손가락도 잃고 아버지도 잃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현실적인 측면을 지적했다.

 

내 말에 어머니는 작두로 가져가던 손을 잠시 멈칫했다.

 

재은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모습이 퍽이나 귀여웠다.

 

새언니 어머니께서 손가락을 잘라, 그 피를 새언니 아버지께 먹이신다고요?! 제 어미가 열녀전에서 읽어준 적 있어요. 열녀와 효부의 고귀한 희생이라, 임금님이 상을 내리셨다고요.”

 

무려 적모인 현부인에게서, 애정까지는 아니더라도 호의를 얻어낸 재은이였다. 효과는 굉장했다. 어머니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

 

재선이 마지막으로 회심의 일격을 가하였다.

 

아버지께서 심마니들을 많이 아십니다. 달여 먹으면 죽은 자도 살아난다는 산삼을 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제야 어머니께서는 작두에서 손을 떼셨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 ☆ ★

 

운현궁을 왔다 갔다 하느라 며칠을 흘려 보냈다. 그 기간에 무과를 관장하는 전설사, 액정서, 훈련원에서 주상 전하의 어좌, 장막을 제자리에 놓았다. 그리고 전시에서 사용할 기구와 활 쏘는 자리를 설치했다.

 

마지막 과거 시험인 전시 일자가 밝았다. 무과 복시에서 최종 선발된 스물 여덟 명이 긴장이 역력한 기색으로 주상 전하 앞에 도열했다. 성남이는 왼쪽 맨 끝에 있었다. 훈련원 담장 너머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성남이의 단정한 얼굴을 훔쳐 보았다. 어김없이 떡대 아저씨는 나를 무등 태워 주었다. 그새 친해진 민 선달과 재선, 재은 남매도 함께모여 마지막 무과 시험을 관전하였다.

 

어좌에 앉아 계신 주상 전하를 향해, 이미 얼굴이 익숙한 병조판서가 훈련원 관원들을 데리고 섰다. 그 뒤에 성남이를 비롯한 28명의 무과 복시 합격자들이 따랐다. 병조판서를 필두로, 훈련원 관원들과 2차 합격자들이 어좌를 향해 네 번 절했다.

 

멀리서 본 주상 전하의 용안은 핼쑥했다. 창백한 얼굴에다 두 눈 아래 그늘이 짙게 드리워 있었다. 간혹 기침을 했다. 곤룡포가 지나치게 커서, 몸집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친 허수아비 같았다.

 

이 나라를 지켜줄 동량지재들이 한자리에 모였도다. 그 동안 이 자리에 서기 위해 들였을 훈련과 노고와 정성을 짐이 치하한다. 누가 장원이 되었든, 복시에 합격하여 여기 모인 것만으로도 제군은 스스로를 증명했다고 할 수 있다. 점수에 따라 갑과, 을과, 병과로 품계가 나뉘긴 하나, 경들의 충성심이 나뉘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현재 민생은 도탄에 빠져 있고, 국경에는 왜적과 양이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노리고 있도다. 부디 나라를 받들어 우국충정을 떨쳐 일해주기를 바란다.”

 

임금이 말했다. 세도 정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천세, 천세, 천천세

 

모인 사람들이 다시금 엎드려 절했다.

 

시험이 시작되었다.

 

28명의 응시자들을 둘 씩 짝지어 14개의 조로 나누었다. 세 번 활을 쏘아 과녁에 더 가까이 맞추는 조가 더욱 높은 점수를 받았다. 중전의 동생이라는 안동 김 씨 자제가 부상을 입고 탈락해서인지, 또는 왕이 직접 보고 있어서인지 모르겠으나, 나무 화살, 철 화살, 애기살 모두 3발씩 쏘는 시험이 정상적으로 실시되었다. 성남이는 세 발의 화살을 연달아 과녁 정중앙에 적중시켜 주상 전하의 이목을 끌었다.

 

, 장원 급제한 내가 쏘던 때만큼은 하네 그려.”

 

민 선달이 어깨를 으쓱하며 관전평을 내놓았다. 말 냄새가 심하게 풍겨 왔다.

기추 시험이 시작되었다.

 

왼쪽과 오른쪽 사이에 짚으로 만든 인형을 각각 5개씩 다섯 걸음 간격을 두고, 마주보게 배치하였다. 한 줄에 세워진 다섯 개의 짚 인형은 서로 35걸음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었다. 성남이가 탄 말이,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가 늘어서 있는 중앙을 달렸다. 좌우에 실제 사람 크기로 서 있는 지푸라기 인형을 번갈아가며 1번씩 쏘았다.

 

오옷!”

 

초시에서 성남이는 짚 인형의 머리, 가슴, 배를 선택적으로 쏘아 맞혔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때보다 훨씬 좁은 간격을 말 타고 누비면서, 백발백중, 모든 화살을 머리 부분에 맞추었다. 다른 27명의 응시자들도 나름 출중한 무예를 펼쳤다. 다만, 화살 1~2개는 인형을 맞추지 못하고 빗나가기 일쑤였다. 처음 모두 연설을 할 때만 해도, 국왕은 피로하고 모든 것에 귀찮아 하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었다. 그런데 이제, 주상 전하의 시선이 성남이를 집요하게 좇았다.

 

기창 시험 시간이 되었다.

 

기창은 장창과 비슷하게 생기긴 하였으나, 퍽 짧은 창이었다. 창날의 길이는 9촌이고, 창 자체의 길이는 9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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