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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미국을 엿보다(59) / 볼더에서의 짧은 날에 대한 회상
게시물ID : travel_276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0
조회수 : 64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8/31 15: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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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볼더에서의 짧은 날에 대한 회상
 

한 주일동안 볼더에 있는 아들네 집에서 보냈다. 볼더의 이곳저곳을 매일 거닐며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휴양의 도시이자 은퇴자의 도시인지라 사람들은 모두가 여유가 있었고, 특히 유색인종이 별로 없어 그런지 치안도 매우 양호한 곳이었다.
사람들은 매일 볼더 개울가를 뛰거나 걷거나 자전거로 달렸다. 운동이 일상이었다. 그들의 몸은 모두가 하나 같이 탄탄한 근육질이었다. 어린이서부터 노인들까지 그리고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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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계곡을 벗어나 공원이나 시내로 들어오면 허리며 엉덩이가 상상 못할 정도의 비만인 사람들의 흔히 눈에 띄기도 했다. 그들을 보고나서야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비만은 비만도 아닌 듯싶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거울을 보고 또 보며 살을 빼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정말 그래야하는지. 실제로 우리나라 여성들은 오히려 마른 체형에 속해서 더 이상 살을 뺄 필요가 없다는데도 정작 본인들은 그 반대다. 살을 왜 뺄까? 건강한 살 뺌이 아니라 고육지책과 뭐가 다를까? 내 건강을 위해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나를 과시하기 위해 살을 뺀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모든 젊은 여성들은 몸이 하나 같이 비너스 저기 가라다. 모든 사람들이 살빼기에 전념하는 행위가 혹시 농산물 가격 안정에 다소간이라도 도움이 될라나? 그렇다고 가격이 예상치를 밑돌면 그것도 농민들 입장에선 큰 문제인데. 그러다보니 살을 빼다는 사실은 자칫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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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든 이곳에서 본 비만은 형태가 다양하다. 우리의 경우 비만이면 특별하지 않은 한 전신이 고루 정상치를 웃도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본 비만은 허리뿐 아니라 엉덩이가 비만인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보였다. 도대체 뭘 먹었기에 그리 되었을까 싶다. 그런데도 그들은 태연하다. 어떤 비만한 사람이 자기가 운전하고 온 픽업 차에서 내리는 것은 본 일이 있는데 그야말로 아슬아슬했다. 운전석에서 겨우 빠져나와 차 옆면을 기둥 삼아 뒤로 오더니 짐칸에서 보행을 도와주는 보조 손잡이를 꺼내더니 그것에 몸을 의지했다. 그런데 그것을 꺼내서 몸을 지탱할 때까지가 그야말로 슬로우 모션이었다. 정말 무얼 얼마나 먹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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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함에도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탓인지 전체적으로는 모두가 건강해 보였고 미국 전역에서도 비만도가 가장 낮은 도시 중 한곳이라고 한다. 그 때문에 모두 볼더에 산다고 하면 선망의 눈으로 쳐다본단다.
운동이라면 나도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편이므로 그곳이 너무 좋았다. 매일 계곡으로 가서 볼더 시의 서쪽 끝 계곡까지 걷기도 했다. 어느 날은 시내 한복판을 걷기도 했고, 또는 산과 반대편인 동쪽을 향해 개울을 따라 걷기도 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아주 우연히 등산로 입구를 발견하고 그곳을 오르기도 했다. red rockgreen rock이 그곳이다. 한 곳은 바위의 색깔이 다소 붉었고, 한 곳은 거대한 바위들에 파란 이끼가 잔뜩 끼었다. 그래서 이름을 그에 맞추어 붙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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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보다 즐거운 것은 아들 부부의 지극한 마음 씀으로 세계 각국의 음식을 이곳저곳 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었다. 한식은 물론이고, 태국, 일본, 중국, 베트남 등지의 음식은 그래도 한번쯤은 이미 먹어본 터라 별 거부감이 없었다. 그런데 이곳은 듬성듬성 멕시코 음식점이 많았다. 오래 전 서부 개척의 시대에 서부는 멕시코의 땅이었다. 지금도 멕시코 인들은 기회가 닿기만 하면 기회의 땅 미국으로 몰려든다. 오죽했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갈고 이를 막으려 안간힘을 쓸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좋은 정책도 이성이든 감성이든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결국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된다. 다행히 미국에서는 양초를 안파는 모양이다. 아니면 그들은 촛불의 영험한 효과를 믿지 못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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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가까운 곳에도 멕시코 음식점이 있어서 갔더니 의외로 내게는 잘 맞았다. 멕시코로 이민을 가야겠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잘 맞았다. 하기는 음식이라면 상한 것이 아니면 모두 잘 먹으니까.
어떻든 짧은 시간이나마 볼더에서의 한 주일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이곳에서의 자유 분망한 일주일은 그 동안 내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를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 특히 늘 무엇에 쫓기듯이 바쁘게만 살아온 내게 그들의 삶은 참으로 답답해 보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그들의 그런 삶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볼더에서의 며칠간의 생활을 토대로 나 스스로를 한번쯤 되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보여준 느림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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