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은퇴 일기 / 생각의 차이
게시물ID : readers_341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2
조회수 : 33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9/06 15:23:25
옵션
  • 창작글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난시와 근시와 노안이 조화롭게 어울린 눈으로 보는 세상은 늘 흐릿하다.

안경을 귀에 걸치자 흐릿한 세상이 비로소 조금 명확해졌다.

세상이 명확해지자 무딘 몸에 스트레칭으로 기를 불어넣는다.

열어젖힌 창으로 밝은 햇살이 가득 쏟아져 들었다.

햇살이 발끝에 닿더니 신발 끈을 단단히 고쳐 매라고 채근한다.

그 순간 혈관을 따라 실낱 같이 남아있던 젊음이 꿈틀거리며 기어오른다.

삶은 충만한 기대로 새로워지는 법이다.

나는 퇴임식 때 retirere-tire로 조금 고쳐 말했었다.

은퇴는 자동차 바퀴 갈아 끼듯 신발 끈을 고처 매는 것이라고.

결국 은퇴는 새로운 출발을 위한 점검이고 준비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자 채찍으로 삼고자 했었다.

생각의 차이는 행동의 차이를 가져오고, 행동의 차이는 삶의 질을 바꾼다.

요즈음은 집 앞 등산로를 틈날 때마다 오르는 것은 바로 그런 때문이다.

퇴임을 하면 제일 먼저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다.

김삿갓 흉내를 내며 이 땅을 구석구석 걸어보는 것이다.

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나는 아직 이 땅이 넓은지 좁은지도 모른다.

산모롱이를 돌면 그곳 어디쯤에 사람들은 터를 이루고 살고 있을 것이다.

터와 터는 길로 이어지고 그 길 위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질펀할 것이다.

한 때, 하면 된다던 호기가 되면 한다로 바뀔 즈음부터 활기가 시들어갔다.

그 말이 다시 되도 안 한다로 바뀔 때는 삶을 거의 체념한 듯했다.

흰머리와 주름과 뱃살은 모두 그 동안의 잔해물들이다.

이제 다시금 하면 된다는 말이 진리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생각의 차이, 행동의 차이라는 말은 사실 내게 익숙한 말은 아니다.

그 말이 익숙하기를 기대하며 지금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중이다.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어느 날 나는 문득 길을 나설 것이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